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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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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6일 23시 36분 등록


글리's 용기충전소

팔색조 말고 십색조의 시대

부캐가 대세입니다. 게임에서, SNS에서 암암리에 쓰던 부캐(부 캐릭터의 준말)가 수면 위로 올라오며, 방송가에선 너도 나도 부캐가 만발하고 있습니다. 이미 자리를 잡은 유재석의 ‘유산슬’, 이효리의 ‘린다 G’, 김신영의 ‘둘째이모 김다비’가 대표적입니다.  

멀티 페르소나의 시대입니다. 예전에는 스릴러 영화 소재로나 쓰였던 다중인격이, 멀티 페르소나라는 이름을 입고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이건 아무래도 다변화된 현대인의 생활패턴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양한 환경과 더불어 사이버 세계가 펼져지면서 때와 장소에 따라 자신의 역할과 캐릭터를 바꾸며 지냅니다. 직장에서는 김과장으로, 퇴근 후에는 인간 김봉섭으로, 집에서는 아빠로, SNS에서는 열혈 정치파로, 주말에는 김작가로 정체성이 달라집니다. 실제로 여러 개의 직업을 갖고 활동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데, 매 순간 각각의 역할로 적응해서 살아가야 합니다. 글로벌웹인덱스의 발표에 따르면, 1인이 보유한 소셜 미디어 계정이 평균 8.1개인데요, 사람들은 각각의 플랫폼마다 제각기 다른 정체성으로 소통하기도 합니다.

“너 정체가 뭐야?”
이렇게 물어도 이제는 하나로 답할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며칠 전 <집사부일체> 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아주 인상깊은 장면을 봤습니다.
누군가 개그우먼 박나래씨에게 그렇게 망가져도 두렵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박나래씨가 이렇게 답하더군요.

“망가져도 아무렇지 않다. 개그할 때는 개그우먼 박나래고, 남자친구 만날 땐 여자 박나래고, DJ할 때는 만 명을 내 손안에서 다 춤추게 하는 거다. 그 많은 박나래 속에서 뭐가 실패해도 괜찮다. 또 다른 내가 되면 되니까.”

멋지다는 생각과 함께, 팔색조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팔색조'는 무지개처럼 7색의 깃털을 가진 새인데, 재주가 많은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도 씁니다. 재주가 많다는 건 그만큼 다채로운 면면이 있고 그를 잘 활용하고 있다는 말이겠지요. 자기 안의 다양한 모습을 인정하고 살아가는 건 다양한 가능성을 인정하고 사는 것과 같습니다. 탈무드에도 “인간은 많은 무기를 내면에 가지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써야하는가, 그 방법을 알아야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자기 안의 다양한 모습을 인정하고 잘 활용한다면, 그 자체로도 엄청난 에너지를 주지만 정말 재밌는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제 안에도 팔색조, 아닌 십색조처럼 다양한 녀석들이 살고 있습니다. 자유롭고 감성적인 녀석이 있는가 하면 냉철하고 현실적인 녀석이 있고, 게을러 터진 녀석도 있지만 엄청난 열정을 뿜으며 성취하고 도전을 즐기는 녀석도 있습니다. 그렇게 서로 다른, 모순된 특성을 가진 몇 몇 녀석이 사이좋게 동거하며 제 각기 자신을 드러냅니다. 예전에는 이런 모습이 일관되지 못한 것 같아서 참 싫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그만큼 상황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많은 거니, 그 자체로 무기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박나래씨의 말처럼 그 중 하나가 안 돼도 괜찮다고 생각하니, 더욱 마음이 놓입니다. 뭐든 그 중에 하나는 되겠죠. ㅎㅎ

돌아보면, 제가 여행을 좋아하는 것도 여행할 때의 제 모습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과감하고 도전적이고, 유쾌하고, 자유롭고, 섹시하고 건강하고, 무엇보다 그때 그녀는 살아있습니다. 벌써 몇 달 째 집에만 있다 보니, 오랫동안 그 모습을 보지 못해서 무척 그립습니다. 조만간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를 다시 불러와야겠습니다.

스페인 작가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말합니다.
“자신을 드러내 보여라. 그러면 재능이 드러날 것이다.”

멀티 페르소나는, 아직 들여다보지 못한 내 안의 또 다른 가능성을 찾아보게 합니다. 새로운 모습을 찾아가는 데 부캐가 좋은 역할을 해주고 있죠. 부캐의 역할만큼 나의 활동영역도 커지고, 삶도 더욱 확장될 여지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부캐를 가지고 있으신가요? 걔 중에서 더욱 키우고 드러내고 싶은 게 있다면, 그건 무엇인가요?


(참고: 사진출처 HS adzine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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