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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11일 07시 20분 등록


조각하늘.JPG


여자로서, 인간으로서 엄마의 삶과 마주할 기회를 처음 가졌던 것은 10년 전이었다. 엄마라면 진저리를 치던 내가 그럴 마음을 냈던 것은 살기 위해서였다. 아이들을 낳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우울증과 무력감이 나를 덮쳐왔다. 도무지 살아낼 자신이 없었다. 죽고만 싶었다. 하지만 나 하나만 믿고 평화롭게 잠든 아이들을 두고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는 동안만이라도 고단한 현실에서 도망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자꾸만 책이 말을 걸어왔다.

 

어디가 그렇게 아픈데? 그 통증은 어떤 느낌인데? 정말 사는 게 그리 아프기만 한 거니? 기쁜 순간은 진짜로 없었던 거야? 넌 어떤 아이였는데? 엄마는 어떤 분이었니? 넌 어떻게 세상에 왔니? 등등 읽기는 자꾸만 쓰기를 초대했다. 그렇게 고통을 잊기 위해 읽고 쓰다 보니 어느새 엄마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남들 초등학교 다닐 나이부터 시키는 대로 해놓지 않으면 큰일이나 나는 줄 알고 들일 집안일 한 죄밖에 없는데. 이제 농사 안 해도 된다는 말에 이불 두 채 달랑 이고 온 단칸 신혼집에서 호랑이 같은 신랑이 나를 부르는 이름은 무식한 년’. 남들에겐 간쓸개 다 빼줄 듯 친절한 저 남자는 왜 나에게만 저리 매정한 걸까. 아이 하나 낳고 나면 나아질까, 아들 낳고 나면 저 구박 끝나려나.

 

내 속으로 낳은 딸에게도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는 내 서러움 알아주는 사람 아무도 없고, 유일한 위안은 싱크대 아래 숨겨두고 먹는 소주뿐. 하다하다 이제는 술까지 쳐먹냐며 대놓고 주먹질이지만 맞고는 살아도 술 없이는 못 살겠는 걸 어떻게 해.

 

아무 것도 모른 채 시집와서 의지할 사람 하나 없이 아이 둘을 낳아 키워야 했던 어린 엄마의 막막함이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그랬구나. 내게 책과 노트가 해주었던 역할을 엄마에겐 술이 해주었던 거구나. 그때 엄마가 그리도 애타게 내 이름을 불렀던 건 가슴을 다 내어주면서 키운 큰 딸인 나에게만큼은 이해받고 싶다는 간절함이었던 거구나. 이러면 안 되는데,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주문처럼 외던 엄마의 혼잣말은 그래선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사무치는 외로움과 서러움을 달랠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미움이었구나. 그런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엄마를 밀어내려고만 했던 거구나.

 

아이인 나는 어쩔 수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때의 엄마만큼 자란 지금은 다를 수 있잖아. 그래도 아직 엄마가 계시잖아. 얼마나 다행이니. 더 이상 망설이지도 미루지도 말자. 이후로 엄마랑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물론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엄마는 끝까지 나를 기다려 주셨다. 그렇게 모녀는 더 늦지 않게 사랑한다는 말을 마음으로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막막하기만 하던 엄마역할이 한결 수월해지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부터였다. 그렇게 엄마를 완전히 소화했다고 믿었다.

 

4년 휴직 후 복직해서 또 한 번 호되게 무너졌을 때도 그 뿌리가 설마 엄마와 관계가 있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최악의 상황을 벗어난 이후에도 잊을 만하면 징후가 나타났지만 그럴 때마다 산책, 요가, 청소, 목욕 등 압도해오는 감정들을 환기할 수 있는 처방들을 일상 속에 하나 둘 추가해 나갔다. 다행히 처방은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이제는 살았구나 싶었다.

 

아니 그렇다고 주장하고 싶었다. 이제 그만 아픈 마음에 발목 잡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삶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이만 하면 되었지, 나보다 더 아픈 사람들도 잘만 살고 있는데 여기서 더 하는 건 엄살이지 했다. 더 이상 징징거리며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툭 털고 다시 일어서 힘차게 걸어 나가고 싶었다. 10년간의 자기치유의 과정과 결과를 묶어내고 싶었다.

 

그때는 정말 아팠지만 이런 이런 과정을 거쳐 이렇게 좋아졌어요! 지금 저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살고 있어요. 경험하지 않고는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이 세상으로 당신을 초대하고 싶어요. 어서 와요. 제 손을 잡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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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출간소식] 『박노진의 식당공부』 박노진 저
음식보다 마음을 파는 외식 경영 전문가 박노진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지 않는 외식업 데이터 경영 노하우의 모든 것을 공개한다. 위기시대의 식당 사장님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고 싶은 마음으로 썼다성공하는 식당들을 만들었던 박노진의 데이터 경영 강의 자료들을 정리해서 책으로 엮었다.

http://www.bhgoo.com/2011/862280#2

 

2. [출간소식] "언어의 유혹도명수 저

유혹하는 언어는 누구에게나 있고, 산다는 것은 자기만의 언어를 갖는 것. 자기만의 언어를 갖기 위해서는 자신을 유혹하는 언어를 찾아야 한다. 마음을 설레게 하고 가슴을 떨리게 하며 영혼을 끌리게 하는 언어가 바로 유혹하는 언어다. 이처럼 ‘유혹하는 언어’라는 개념을 상정하고, 저자 자신이 직접 사전을 뒤져가며 찾아낸 말들을 엮어 내놓았다

http://www.bhgoo.com/2011/862209#3

 

3. [출간소식] 『오티움』 문요한 저
 '
오티움ótĭum'은 라틴어로 '내 영혼을 기쁘게 하는 능동적 휴식'을 말합니다저자는 몇년 간운동, , 공예, 사진, 글쓰기, 그림, 가드닝, 악기연주, 명상, 봉사 등 능동적 여가활동을 즐기는 약 40 여명의 사람들을 심층인터뷰했습니다.    
'
자력自力의 기쁨' , 오티움으로 사는 건강한 이들은 자기세계로 초대합니다

http://www.bhgoo.com/2011/861866

 

4. [출간소식] "인생에 답이 필요할 때 최고의 명언을 만나다" 김달국 저
'
에머슨, 쇼펜하우어, 니체, 틱낫한, 안셀름 그륀, 발타자르 그라시안, 오쇼 라즈니쉬, 크리슈나무르티, 칼릴 지브란, 톨스토이' 삶의 길을 찾기 위해 철학자, 사상가, 종교인 등 10인의 스승을 만나다작가의 해석과 삶의 지혜를 덧붙인 167개의 보물을 담고 있다. 너무 짧지 않은 글에 진지한 생각거리와 깊은 지혜가 담겨 있어 곁에 두고 읽기 좋은 책입니다

http://www.bhgoo.com/2011/8616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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