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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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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13일 22시 45분 등록


글리's 용기충전소

어려운 게 아니라, 아직 익숙하지 않을 뿐


"대체 뭔 작업을 하길래, 오른 팔이 이래요?"

한의사 선생님이 제 팔에 침을 놓아주며 물었습니다. 그러게요, 그게 6개월 동안 글쓰고 책 작업을 하는 동안, 하루 열 몇 시간씩 가열차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마우스로 작업했더니 오른 팔이 아주 맛이 가버렸습니다.
 
오른손목, 오른팔꿈치, 오른 어깨, 오른쪽에 붙은 관절마다 쑤시고 저리고, 안 아픈 곳에 없습니다. 한 달간 꾸역꾸역 침 치료를 받으며 조금 나아지나 싶었는데, 다시 컴퓨터 작업을 시작하니 또 아픕니다. 특히 마우스를 할 때 통증이 가장 심합니다.  

고민이 됐습니다. 팔은 아프지, 그런데 마우스는 계속 써야하지, 어떻게 해야할까?  
인터넷에 찾아보니, 이런 증상엔 좀 더 큰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거나 수술을 받으라고 조언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그보다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원했습니다. 치료받아도 다시 오른팔을 쓴다면 통증이 도질 것 같았거든요. 어쩔까, 며칠 머리를 굴리다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래, 마우스 쓰는 손을 바꾸자!'

오른손으로 쓰던 걸, 왼손으로 바꾸면 문제가 해결됩니다. 오른팔은 마우스질을 안 하니 더 이상 통증을 느낄 일이 없고, 왼손으로 마우스질을 하면 되니 마우스 쓰는 것도 문제 없고, 와 이런 좋은 생각이 다 있나 그래!

신이 나서, 그날 당장 왼손으로 마우스를 갈아탔습니다. 지금까지 십 수년간 열심히 마우스질을 해준 오른팔에게 그간 수고 많았다고 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왼손으로  마우스를 쓰려니 너무 어색했습니다. 클릭도 자꾸만 좌우를 바꾸게 되고, 또 정교하게 포인터를 맞춰서 클릭해줘야 하는데 겨냥이 자꾸 빗나가는 겁니다. 엉뚱한 폴더를 열지 않나, 광고창를 끄려고 했는데 멋대로 열어버리지 않나, 어설프기도 그렇게 어설플 수가 없습니다. 마우스로 드래그를 한다거나, 도형 크기를 조절한다거나 하는 작업은 꿈도 못꿉니다. 오른손으로 하면 날렵하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데, 왼손으로 하려니 속에서 천불이 날 것 같습니다. 그만 둘까 하다, 딱 일주일만 참아보기로 합니다. 문득, 예전에 누군가 해준 말이 떠올랐거든요.

그러니까 대학 시절입니다. 계룡산에 며칠 내려갔다가 그곳에서 무술 수련을 하는 청년을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1년 전에 시한부 판정을 받고 산에 들어왔다는데, 무술 수련을 하며 몸을 치유했다고 합니다. 들어올 때 바싹 마른 산송장 상태였다는데, 제가 만날 당시엔 아픈 흔적도 없이 아주 건강해 보였습니다. 청년이 몇 가지 무술 동작을 보여줬는데, 1년 배운 것 치고 몸놀림이 아주 그럴 듯했습니다. 저도 같은 무술을 배웠기 때문에 동작을 보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동작에 각이 잡히고 폼이 나는 것이 1년 배운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와, 잘한다! 제가 감탄하며 그 비결을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청년이 딱 한마디를 해주더군요.

"반복하면 돼. 한 동작당 하루에 천 번씩! 하면 할수록 쉬워지거든."

헉,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저도 해봐서 아는데, 그 동작은 하루 100번도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1000번이라니. 그의 말인즉슨, 100번이고 500번이고 반복하면 어려운 것도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고수가 된다는 겁니다.

생각해보니 수긍이 갔습니다. '무의식적 능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몸으로 체득되어 의식하지 않아도 능력이 발휘되는 수준을 말합니다. 능숙하게 운전하는 사람들은 이 무의식적 능력상태에서 운전대를 조종합니다. 원래부터 잘했을리 없고, 서투르지만 사고도 몇 번 내면서 계속 훈련하고 연습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죠. 그렇게 보면 세상일이 '쉬운 일과 어려운 일'로 나뉘는 게 아니라, '익숙한 것과 낯선 것'으로 나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원래부터 쉬운 건 없잖아요. 처음엔 낯설기 때문에 어렵고, 어려운 것이라도 자꾸 하면 익숙해지고, 익숙하면 쉬워집니다. 서투르게 마우스를 쓰고 있자니, 십 수년 전에 그 청년이 해준 말이 다시 떠오르더군요.

어려운 게 아니라 아직 익숙하지 않을 뿐. 하면 할수록 쉬워져.

이 말이 희한하게 용기를 주는 측면이 있습니다. 뭐든 계속해볼 의지가 생기거든요. 덕분에 하루 하루 왼손으로 마우스를 쓰며 익숙해지려고 노력 중입니다. 오늘이 5일째인데 벌써 오른손의 기량을 절반은 따라온 것 같습니다. 점점 포인터도 정확해지고, 조작도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드래그도 한 두번씩 성공합니다. ㅎㅎ

하면 할수록 쉬워진다는 말이, 시간이 갈수록 더욱 깊이 와닿습니다.
왼손의 마우스 역량도 개발되고 있겠다, 오른팔의 통증도 해결됐겠다, 기분이 좋습니다.
열분들도 기분 좋은 금요일 되시길!

IP *.181.106.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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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4 19:48:04 *.133.149.24

늘 행동에 관한 이야기여서 공감하게 되는군요 !    

전 왼손 잡이지만... 선수들 렛슨을 받을 때,  오른 손, 왼손이 거의 차이가 없이 받을 수 있습니다.   

글리님이 말씀하신대로   어려운 게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것이라는 말 크게 공감해요

심형래 씨가 그랬지요  못해서 안하는 것이 아니라 안해서 못하는 것이라고,

좀 더 쉽게 왼손으로 전이 시키시고 싶으시면 기본적인 것을 정확히 할 수 있게 해 주시는게 좋습니다.

나머지는 뇌에서 오른 쪽으로 보내던 것을 왼쪽으로 보낸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별도로 세부적인 학습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제 경험으로 아주 미세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쉽게 전이시키실 수 있습니다. ^^  

시간과 노력은 상상 할 수 없이  절약되고 수행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니다. 적어도 제 경험으로는 요...

-오른 손도 일 끝나면  정리 운동 비슷하게  풀어주시는게 좋습니다.  꼭 하세요 ,! 아프지 말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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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3 22:26:31 *.181.106.109

말씀 감사합니다.^^

다행히, 금세 적응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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