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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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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21일 07시 39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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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리's 용기충전소

여행자의 눈이 필요할 때

여행을 다녀오면 일상이 다르게 보입니다. 뭔지는 모르지만 달라요.
왜 일까요?
자, 지금 앞에 있는 책을 들어서 한번 눈 앞에 갖다 대어 보세요.
바짝, 아주 바짝 눈 앞에 대는 겁니다.
뭐가 보이나요?
안 보입니다.
너무 가까이 있으면 안 보여요.
나 자신이나, 일상도 사실 너무 가까워서 잘 안보입니다.
너무 딱 붙어있어서 안 보여요.

뭐든 그렇습니다. 틈이 있어야, 거리가 있어야 오히려 잘 보입니다.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 다른 곳으로 가는 겁니다. 일상에 거리두기죠. 거리를 두면서 오히려 일상과 내가 더 잘 보입니다. 이전과는 다르게 보이고, 안 보였던 것들이 보여요.  

여행을 떠나면 모든 게 새롭습니다. 숨 쉬는 공기도 다르고, 길거리 소음도 달리 들리고, 아침에 뜨는 해조차 평소보다 성스럽습니다. 여행자의 눈이 장착되기 때문입니다. 여행자의 눈은 이런겁니다. ‘낯설게 보기, 다르게 보기, 거리를 두고 보기, 호기심을 가지기’.이를 장착하면  뇌는 놀라움으로 깨어나,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합니다. 덕분에 우리는 현재에 충실해질 수 있습니다. 여행자의 눈을 가지면 모든 게 재밌습니다. 세상은 흥미로운 보물섬이 되죠. 덕분에 여행지에서 보내는 하루 하루가 너무 알차고, 돌아와서도 일상이 달리 보입니다.
   
문제는 그게 오래가지 않는다는 거죠. 어느결에 다시 일상에 익숙해지고 여행자의 눈은 증발해버립니다. 다시 지루한 일상을 견디는 것, 이게 지상명령이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런 눈을 계속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여행했을 때의 그 기분, 그 설렘, 그 낯설음을 일상에 끌고온다면 어떨까? 여행자의 눈으로 일상을 살아간다면 어떨까? 직접 하나씩 시도해보기 시작했습니다. 출근여행, 퇴근 후 3시간, 저술여행, 카페여행, 사람여행, 방구석 여행, 강연여행, 제가 하는 모든 것들에 여행을 접목시켰습니다.
 
출근길 여행은 출근을 한 시간 일찍 미리 하는 겁니다. 일찍 가서 회사 근처 공원, 골목 등을 산책해요. 혹은 매일 가던 루트와 방식을 바꿔서 가봅니다. 매일 지하철을 타다 버스를 타본다던지 자전거로 간다던지요. 그리고 출근할 때 복장도 여행자 복장으로 갑니다. (단, 사무실에서 입을 옷은 따로 준비해야겠죠. ㅎㅎ)
 
퇴근 후에도 여행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야근을 하지 않는다면, 보통 3시간 정도는 내 것으로 만들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퇴근하면 지친몸을 이끌고 집으로 가는 대신 근처 미술관이나 조금 떨어진 그러나 멋들어진 카페로 갑니다. 혹은 남산 산책로를 갑니다. 그랬더니, 저녁이 아주 새로워졌습니다. 지치지 않고 활기가 돌기 시작했어요.
 
강연도 일이 아니라, 여행으로 치기 시작했습니다. 강연하러 전국을 돌아다닐 일이 종종 생기는데, 덕분에 저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들로 여행을 갈 수 있습니다. 가는 차편을 알아보고, 어떤 동네인지도 정보를 찾아보고, 맛집은 어디인지 찾고, 강연에 오시는 분들은 졸지에 같은 여행자가 됩니다. ㅎㅎㅎ  그랬더니 부담스럽기만 하던 강연이 ‘부담은 되지만 해볼만한 일, 실은 아주 설레는 도전’ 같은 것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 두달에 한번은 야반도주를 하기로 했습니다. 계획없이, 무작정, 떠나는 겁니다. 어디로 갈건지 떠나기 직전까지는 저도 모릅니다. 내키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가는거죠. 직감을 따라가는 거에요. ㅎㅎㅎ
 
이런 식으로 저의 일상을 여행으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일상이 좀 살만해졌습니다. 재밌어졌어요. '유토피아' 에는 흥미로운 뜻이 있습니다.  ‘좋은 곳’ 그리고 ‘어디에도 없는 곳’. 어디 먼 곳이 아니라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찾아낼 수 있는 것. 그게 유토피아의 진짜 뜻입니다.

여행은 삶을 바꾸지 않아요. 다만 삶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길 종용할 뿐입니다. 그때 삶의 새로운 지평이 열립니다. 저는 여행을 떠나기 전까진 제 삶을 싫어했습니다. 그런데 여행을 다녀오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세상을 다녀보니 문제 없는 곳이 없더라고요. 그저 행복하기만 한 곳도, 행복하기만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대한민국이 헬조선이라고 해도 나가보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살기 좋은 곳인지 알게 됩니다. 세계 치안 1위가 어디인지 아시나요? 우리 나라입니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여행은 새로운 풍경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데 있다"고 말합니다. 이게 바로 <여행자의 눈>이죠. 여행자의 눈을 가지면 일상을 다른 방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어디 먼 곳이 아니라 내가 서있는 자리에서 나만의 유토피아를 찾아낼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제가 들은 아주 멋진 말이 있습니다.
 
'오늘을 놓치면 삶을 놓치는 것이다.'
삶은 큰 의미에서 여행이고, 여행은 또 다른 의미에서 삶입니다.
오늘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면,
여러분은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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