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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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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8일 16시 49분 등록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이 가슴을 울렸다. 내가 그리 표현하고자 애쓰던 바로 그것을 어찌 이리도 맛깔나게 그려놨는지. 도무지 손이 닿지 않아 끙끙거리던 등 한 가운데를 시원히 벅벅 긁어내리는 느낌이었다. 작가의 신간을 함께 기다리던 그가 떠올라 책 한권을 더 주문했다. 그렇게 책 두 권을 들고 신간축하 모임으로 작가를 만나러 갔다. 아마도 우리는 모두 아는 사이였던 모양이다. 내 책에 사인을 받고 또 한권을 내밀며 선물 받을 그의 이름을 말하자 작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치 자신이 그에게 직접 선물하는 책인 듯 정성스레 메시지를 써내려갔다. 그의 펜 끝을 따라가던 내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아끼는 OO에게? 이 사람, 왜 이래? 그렇게 아끼면 본인이 직접 선물할 것이지. 왜 내가 그에게 주는 선물을 자기 것처럼 그러냐고? 아니지, 내가 누굴 탓해. 내가 얼마나 만만해 보이면 저러겠어. 결국 그도 내가 하찮은 존재라는 것을 알아차린 거야. 내가 그렇지. 내가 더 철저히 했어야 했는데, 다 내가 문제라고!’ 


그 순간 심장이 쪼그라들며 온 몸의 피가 얼어붙는 듯한 바로 그 느낌이 재연되었다. 익숙한 몸의 감각에 번쩍 정신이 들었다. 나 또 시작했구나! 멈춤, 일단 멈춤! 제발 멈춤진땀을 흘리며 눈을 떠보니 게스트 하우스 침대 위였다. 다행히 꿈이었다. 꿈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순간 몸의 통증도 사라져 있었다. 가만히 누워 꿈을 복기해 보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이 상황이 꿈이었음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너무나 비이성적인 대응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누군지 짐작도 가지 않는 등장인물들을 떠올리기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렸다.

 

하지만 그저 개꿈일 뿐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그 순간의 감정과 몸의 감각이 너무나 생생했다. 다른 사람에게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지만 나 자신은 말도 안 되는 반응을 하고 있는 꿈속의 나의 감정선이 너무나 절절히 이해가 되었다. 인정하던 하지 않던 그 감정과 감각들은 내 안에 살아있는 엄연한 현실이었던 거다.

 

이런 나를 어쩌면 좋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하는 걸까? ‘스스로가 부족하고 무가치한 존재라는 믿음은 대체 얼마나 깊이 뿌리박혀 있는 걸까? 이번 생에 그 뿌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기는 한 걸까?

 

다시 심장이 조여오고 뒷목이 뻣뻣해지고 있었다. 통증은 신호였다. 또 나를 해치는 생각에 빠져들었다는 신호. 이럴 땐 일단 멈춤이랬지! 멈춤, 멈춤, 호흡, 호흡!! 휘융~ 압력이 빠지며 거짓말처럼 심장과 뒷목이 편안해지며 다시 잠 속으로 빠져 들었다. 간만의 꿀잠. '와락' 게스트하우스 이름이 커다랗게 새겨진 블라인드 밖으로 밝아오는 아침햇살에 눈을 떴을 때 나를 찾아온 첫 느낌은 분명 설렘이었다.


어쩌면 걱정했던 것만큼 끔찍하거나 나쁘지 않을지도 몰라. 어쩌면 두려워하는 것보다 훨씬 잘해낼지도 몰라.

그러고 보니 어제 게스트하우스에 들어오면서 처음 만난 흑판이 떠올랐다. 넌 괜찮다. 한번 믿어보면 어떨까?

속는 셈 치고!


넌 괜찮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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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공, 오늘 편지가 넘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출간소식『박노진의 식당공부』 박노진 저
음식보다 마음을 파는 외식 경영 전문가 박노진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지 않는 외식업 데이터 경영 노하우의 모든 것을 공개한다위기시대의 식당 사장님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고 싶은 마음으로 썼다성공하는 식당들을 만들었던 박노진의 데이터 경영 강의 자료들을 정리해서 책으로 엮었다.

http://www.bhgoo.com/2011/862280#2

 

2. [출간소식] "언어의 유혹도명수 저

유혹하는 언어는 누구에게나 있고산다는 것은 자기만의 언어를 갖는 것자기만의 언어를 갖기 위해서는 자신을 유혹하는 언어를 찾아야 한다마음을 설레게 하고 가슴을 떨리게 하며 영혼을 끌리게 하는 언어가 바로 유혹하는 언어다이처럼 ‘유혹하는 언어’라는 개념을 상정하고저자 자신이 직접 사전을 뒤져가며 찾아낸 말들을 엮어 내놓았다

http://www.bhgoo.com/2011/8622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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