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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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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11일 07시 55분 등록


글리's 용기충전소

100일 동안 매일 쓰면 일어나는 일

습관연구 권위자인 ‘웬디 우드’에 따르면 우리 삶의 43%가 습관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지난 5월 말의 어느 날, 내 삶에 ‘글쓰기 습관’을 더해보기로 했다.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지드래곤에게서 영감을 받은 일이었다. 그는 아이돌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저작권료 Top5에 빛나는 재능 넘치는 예술가이기도 하다. 흔히 그를 노력형 천재라고 하는데, 그가 어떻게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훈련해왔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2012년 인스티즈 인터뷰에 따르면, 지드래곤은 중학교때부터 작곡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곡씩. 그 다음엔 이틀에 한 곡씩, 그리고 매일 한 곡씩 쓰는 훈련을 했다고 한다. 오랫동안 그렇게 하다보면 하루에 곡 하나 쓰는 건 정말 쉬운 일이 된다고 한다. 마음먹고 자리에 딱 앉으면, 곡 하나를 뽑아낸다고 말이다.

그 말을 듣고, 그의 재능과 노력이 몹시 부러워졌다. 그처럼 나도 내가 가진 것을 제대로 활용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크게 솟구쳤다. 그래서 지드래곤의 인터뷰를 우연히 보게 된 그 날 밤, 매일 글 한편을 쓰겠다고 마음먹고 정말로 글을 한 편씩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한 달만 해보려고 했다. 첫 한달은 매일 매일 새로운 글들을 뽑아내는 게 재밌었다. 매일 쓰니 정말 글이 느는 것도 같았다. 그래서 한 달을 더 연장했다. 두번째 한 달도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소재가 점점 달리기 시작했다. 평소의 나라면 쓰지 않았을 것들도 글로 쓰게 되었다. 주식에 대해서도 쓰고, 온라인 강의법에 대해서도 쓰고, 비즈니스 철학에 대해서도 썼다. 쓸거리가 없다보니 공부하고 있는 것들을 쓰기도 했는데, 오히려 쓰면서 더 많이 공부가 되었다. 세번째 한 달은 더욱 소재가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매일 눈에 불을 켜고 소재를 찾았다. 무엇이든 이야기거리를 찾아서 썼고, 정 쓸 거리가 없으면 좋은 영어문장을 적기도 했다. 그렇게 100일을 채웠다. 100일 글을 썼다고 해서 굉장히 크게 변화되는 건 없다. 하지만 세가지 확실하게 경험한 것이 있었다.

첫번째, 글쓰기 울렁증이 사라진다.
잘 써야한다는 생각이 강했던 나는 글을 쓸 때마다 고민과 주저함이 많았다. 그런데 매일 글을 쓰게 되니, 닥치고 쓰게 되었다. 정말 쓰기 싫은 날도 있고, 소재가 딸리는 날도 있고, 시간이 없는 날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리에 앉아 ‘어떻게든’ 쓰다보면, 정말 '뭐라도' 쓰게 된다. 글을 못쓰는 이유를 들여다보면 대부분 하나다. 글을 쓰고싶다는 생각만 많고, 정작 앉아서 글을 쓰는 시간은 없다는 것. 글쓰기에서 중요한 건 '일단' 쓰는 일이다. 잘 쓰려면 자꾸 써봐야 하는데 생각만 하고 쓰질 않으니 소용이 없다. 글쓰기 울렁증은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심에서 기인한다. 그런데 닥치고 쓰게 되면, 어떻게든 써야한다는 생각이 잘 써야한다는 생각보다 압도적이 되고, 그렇게 쓰다보면 글쓰기 울렁증도 사라진다. 마음대로 쓸 수 있다. ㅎㅎ

두번째, 생각을 정리하고 이를 글로 표현하는 '글 근력'이 강해진다.
글을 써보면 알겠지만, 좋은 생각이 떠올라도 막상 이를 그대로 글로 옮기는 건 쉽지 않다. 그런데 매일 쓰다보면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는 힘이 매우 강해지는 걸 느끼게 된다. 예전엔 어떤 주제를 3시간 걸려 글로 정리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1시간이면 정리해버린다. 생각을 정리하고 언어로 표현하는 힘은 '글 근력'이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근력이 늘어서 체력이 좋아지듯, 글쓰기도 규칙적으로 하면 글 근력이 늘어 생각하고 정리하는 힘이 강해진다. 덕분에 마음먹고 자리에 딱 앉으면, 글을 한 편 뽑아내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많이 단축되었다.

세번째, 글쓰기 습관이 길러진다.
마크 주커버그 왈 “뜨거운 열정보다 중요한 건 지속적인 열정”이라고 했다. 무엇이든 해내려면 ‘존버정신’이 필요하다. 존나게 버티는 정신이다. 글은 처음 시작할 때가  가장 힘들다. 뭘 써야할지 막막하고 어떻게 풀어야할지 모르겠고 그래서 어서 빨리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갔으면 좋겠고, 이런 생각이 많이든다 .그런데 어떻게든 붙어앉아 흐름을 타기 시작하면 글을 덧붙여 나가는 건 어렵지가 않다. 어려운 일을 쉽게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다. 습관은 지속하는 행동패턴이다. 한달만 해도 글쓰는 습관은 길러지지만, 100일정도 하면 인이 박인다. 인이 박이면 그 패턴이 몸에 배어, 잠깐 쓰지 않아도 흐름이 유지될 정도의 지속력이 길러진다.  

그렇게 100일간의 글쓰기가 끝나고, 현재 7일동안 휴식기를 가지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에 대한 보상은 다른 사람의 인정이나 지지가 아니다. 좋아하는 걸 더 많이 하는 것, 그게 진짜 보상이다. 그래서 휴식기가 끝나면 다음주부터 다시 100일의 매일 쓰기를 진행할 예정이다. 100일로 드라마틱한 변화를 만들수는 없지만, 100일이 1년이 되고, 2년이 되고, 10년이 되고, 20년이 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궁금하다. 그래서 나의 글쓰기는 '킵 고잉 Keep going'이다. 어쨌든 글을 쓰고 있는 한, 나는 앞으로 가고 있으므로. 그를 통해 나의 세상을 만들어보고 싶다.

IP *.181.106.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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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2 15:28:24 *.133.149.97

저는 편지에 답글을  다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감사의 표시이기도 하고 저 자신의 기억과 생각의 표현 연습이기도 하고 

다시 글쓰기를 위한 준비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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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7 22:13:39 *.181.106.109

와우 멋진 목표입니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더 없이 감사한 일이고요.^^

다시 글을 쓰신다니 어떤 글을 준비하시는지 궁금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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