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알로하
  • 조회 수 1027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20년 9월 13일 09시 01분 등록



언젠가는 포기하지 않은 자신에게 고마워할 날이 올 겁니다.

- F. U. N. Tolkien



  Make up.png

출처: https://www.superdrug.com/blog/tutorials/scary-halloween-makeup



공연 전날 마지막으로 맞춰보기로 했습니다. 메이크업도 한번 해봐야 했습니다. 원래는 선생님이 해주기로 해서 맘 놓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시간이 안 될 것 같다네요. 일을 마치고 집에 오니 오후 4. 만나기로 한 730분 까지는 여유가 있었습니다. 연습을 조금 하다가 피곤해서 잠깐 쉬고 있는데 전화가 울렸습니다.

오고 있는 거죠?”

시계를 보니 750. 잠깐 쉰다는 게 잠이 들고 말았네요. 깜짝 놀라서 허겁지겁 집을 나섰습니다. 택시를 타고 갔더니 10분이 채 안 걸려서 도착했습니다. 선생님과 파트너는 잠이 덜 깬 제 얼굴을 보더니 안심하는 표정이었습니다. 공연을 하루 앞두고 잠수하는 줄 알았다고 하네요.

먼저 거울을 보고 맞춰봤습니다. 하나도 안 틀리고 잘 맞았습니다. 다음은 뒤 돌아서 거울 없이 해봤습니다. 이번에도 틀린 것 없이 괜찮았습니다. 그래도 좀 아쉬워 몇 번 더 맞추고 싶었는데요. 선생님은 이제 됐다며 연습은 그만 하자고 합니다. 대신에 메이크업을 연습해보기로 했습니다. 저번에 선생님이 해줬을 때는 어색하기는 했지만, 정말 춤추는 사람같이 보여서 신기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그대로 따라했는데거울 속에는 저승사자가 들어있었습니다. 워낙에 스모키 메이크업이나 진한 화장이 안 어울리는 편인데요. 그것보다 더 진한 화장을, 곰손인 제 손으로 했더니 정말 못 봐주겠더군요.

가까이서 보면 원래 그래요. 멀리서 보면 괜찮을 거에요.”

선생님은 그렇게 해야 관객들 눈에는 눈코입이 보이고 예뻐 보인다네요. 그렇게 말하는 선생님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건 그냥 기분 탓이었던 거겠지요.

마지막 점검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다음날은 아침부터 준비할 게 많으니 일찍 자고 일어나서, 오전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다음날 예상외로 담담하더군요. 우황청심환은 필요 없을 것 같았습니다. 공연장은 집에서 한시간이 넘는 거리에 있는 꽤 먼 곳이었습니다. 그곳까지 파트너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갔습니다. 가는 내내 음악을 들으며 머릿속으로 안무를 떠올리며 갔습니다. 한시간이 걸려 도착한 공연장. 무대가 생각보다 넓었습니다. 무대 동선과 순서 등을 체크하기 위해 의상과 메이크업 없이 1차 리허설을 했습니다. 30초 정도로 짧게 했는데도 서너 군데는 틀렸습니다. ‘어제는 완벽했는데 어떻게 된 거지?’ 갑자기 떨려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청심환을 먹을 걸 그랬나 봅니다. 연습을 하고 싶었지만 메이크업을 완성하고 다시 2차 리허설을 하기로 시간이 없었네요. 일단 메이크업을 마친 후에 맞춰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눈화장을 하느라 브러쉬를 쥔 손이 덜덜 떨렸습니다. 쉐도우는 그렇다쳐도 아이라인이나 눈썹은 도저히 못 붙일 것 같았지요. 도움의 손길은 예상치도 못 했던 곳에 있었습니다. 엄마의 첫 공연을 응원하러 온 파트너의 고등학생 딸이 엄마 뿐 아니라 제 화장도 도와줬습니다. 다행히도 전날의 저승사자 같던 모습은 사라졌고, 그냥 좀 무섭게 화장을 한 센 언니정도로 보였네요. 역시 제 곰손이 문제였던 겁니다.

화장을 마치고 2차 리허설을 하기 전에 고등학생 딸 앞에서 맞춰 보기로 했습니다. 무대 울렁증이었던 걸까요? 비상계단 구석에서 맞춰보니 안무도 다 기억나고 틀리지도 않고 잘만 되더군요. 딸 역시 엄마 최고라며 박수를 쳐줬습니다. 다만 둘 다 너무 긴장돼 보인다며 좀 웃으라고화장도 무서운데 웃음기 없이 엄숙한 얼굴 때문에 너무 무서워 보인다나요. 하지만 웃을 여유까지는 없었습니다. 안 틀린 걸 다행으로 여기며 옷을 입고 무대로 갔습니다. 우리 외에 스무 팀 정도가 있었는데요, 화장을 하고 의상을 갖춰 입은 그들의 모습은 너무도 멋있어 보였습니다. 사실 우리와 한 팀만을 빼고는 대부분 프로 또는 준 프로급의 댄서들이였지요. 그들과 비교해서 우리의 모습이 너무나 초라해 보였습니다. 우리보다 춤을 잘 추는 건 너무나 당연했지만 또다른 차이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들의 얼굴은 여유롭고 웃음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이제라도 도망가는 게 낫지 않을까?’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첫무대에서 얼어붙지는 않았을까요? 무대 위의 이야기는 다음주로 미뤄야겠습니다.


벌써 아침 저녁으로 바람이 쌀쌀합니다. 이번주도 건강한 한 주 보내세요. ^^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출간소식『박노진의 식당공부』 박노진 저
음식보다 마음을 파는 외식 경영 전문가 박노진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지 않는 외식업 데이터 경영 노하우의 모든 것을 공개한다위기시대의 식당 사장님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고 싶은 마음으로 썼다성공하는 식당들을 만들었던 박노진의 데이터 경영 강의 자료들을 정리해서 책으로 엮었다.

http://www.bhgoo.com/2011/862280#2


 

2. [출간소식] "언어의 유혹도명수 저

유혹하는 언어는 누구에게나 있고산다는 것은 자기만의 언어를 갖는 것자기만의 언어를 갖기 위해서는 자신을 유혹하는 언어를 찾아야 한다마음을 설레게 하고 가슴을 떨리게 하며 영혼을 끌리게 하는 언어가 바로 유혹하는 언어다이처럼 ‘유혹하는 언어’라는 개념을 상정하고저자 자신이 직접 사전을 뒤져가며 찾아낸 말들을 엮어 내놓았다

http://www.bhgoo.com/2011/862209#3


 


 


 


 


IP *.226.157.137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336 [수요편지] 장미꽃의 의미 [1] 불씨 2023.12.05 580
4335 화요편지 - 오늘도 덕질로 대동단결! 종종 2022.06.07 596
4334 [수요편지] 똑똑함과 현명함 [1] 불씨 2023.11.15 601
4333 뭐든지는 아니어도 하고 싶은 것 정도는 할 수 있다는 마음 [2] 어니언 2023.11.23 603
4332 작아도 좋은 것이 있다면 [2] 어니언 2023.11.30 614
4331 등 뒤로 문이 닫히면 새로운 문이 열린다 [3] 어니언 2023.12.28 619
4330 화요편지 - 생존을 넘어 진화하는, 냉면의 힘 종종 2022.07.12 629
4329 충실한 일상이 좋은 생각을 부른다 어니언 2023.11.02 643
4328 [수요편지] 미시적 우연과 거시적 필연 [1] 불씨 2023.11.07 646
4327 [수요편지]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1] 불씨 2023.12.27 647
4326 용기의 근원인 당신에게 [1] 어니언 2023.12.14 650
4325 [늦은 월요 편지][내 삶의 단어장] 2호선, 그 가득하고도 텅빈 에움길~ 2023.09.19 651
4324 [월요편지-책과 함께] 존엄성 에움길~ 2023.09.25 652
4323 [내 삶의 단어장] 엄마! 뜨거운 여름날의 수제비 에움길~ 2023.11.13 653
4322 [내 삶의 단어장] 오늘도 내일도 제삿날 [2] 에움길~ 2023.06.12 654
4321 역할 실험 [1] 어니언 2022.08.04 658
4320 [수요편지] 허상과의 투쟁 [1] 불씨 2022.12.14 662
4319 케미가 맞는다는 것 [1] 어니언 2022.09.15 670
4318 두 번째라는 것 어니언 2023.08.03 670
4317 [월요편지-책과 함께] 인간에 대한 환멸 [1] 에움길~ 2023.10.30 6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