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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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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16일 10시 24분 등록

모든 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그대에게

 

선가 禪家에 오래된 얘기가 하나 있다. 달마 達磨가 면벽참선 중이었을 때였다. 혜가 慧可는 엄동설한의 폭설에도 달마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몇 날 며칠을 눈에 묻혀도 꼼짝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달마가 계속 그를 만나주지 않자 급기야 자기 팔을 잘라 구도의 간절함을 증명한다. 마침내 달마는 참선을 거두고 혜가에게 다가가 말했다.

달마: 무엇을 원하는가.

혜가: 제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부디 제 마음을 편하게 해 주십시오.

달마: 네 마음을 가지고 오라. 그러면 너를 편안하게 해 주겠다.

혜가: 마음을 찾을 수 없습니다.

달마: 네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노라.


선가의 초조 初祖 달마와 이조 二祖 혜가의 아득한 얘기(무문관 無門關 41. 달마안심 達磨安心 중에서)주위에서 자신을 가만 두질 않아 원하는 바대로 할 수 없다고 그대는 말했다. 이런저런 것들에 휘둘려 자기 뜻대로 되는 게 하나 없다고 그대가 말할 때 옛날 옛적의 보리 달마와 혜가의 선문답이 떠올랐으나 이내 그만두었다. 초탈한 듯 얘기하려는 내가 우습기도 했거니와 생활에서 무엇 하나 꼭 쥐고 놓지 못하는 내 삶 또한 이상과 현실의 괴리로 늘 괴로웠던 것이다. 선인들의 얘기나 글처럼 아름답고 지고지순하며 철학적인 깨침이 여기저기 드러나는 일상은 없다. 엎어지고 뒹굴고 싸우고 고함치며 분노하고 비난하는 일상이 우리에겐 오히려 자연스러울 테다. 그러니 어리석은 몸만 짜증으로 넘쳐나는지 모른다. , 그대의 하소연이 실로 나는 고마웠던 것이다.

 

그럼에도 두 가지는 늘 잊지 않도록 하자. 그대에게 말하는 것과 동시에 나 스스로 준열하게 꾸짖는 것이니 첫째, 지금을 떠나선 안 되고 둘째, 나를 떠나선 안 된다. 그대나 나나 지금 여기를 바라보지 않고 늘 먼 미래 어딘가만 바라보고 있다. '여기 지금'을 살지 않고 과거 빛나던 순간만을 기억한 채 과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닌 그렇다고 지금도 아닌 지금을 살고 있다. 쓸데없는 일이다. 이를테면 그 시절, 그 시기, 그 순간이 자신에게 너무도 강렬하여 시간을 건너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시대를 건너오지 못하고 머무르는 것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늘 그때의 이야기만 해댄다. 지금 사는 꼬라지가 꼭 그 순간을 벗어나지 못한 것과 같다. 그때의 환희로 사는 사람들이다. 경계해야 한다. 삶은 멈추지 않고 머물지도 않으며 고이지도 않는다. 그때는 옳고 지금은 틀리는가? 되는 게 하나 없다는 생각의 근원은 여물지 않은 지금의 정신이다. 지나간 봉우리는 이제 잊자. 지금을 어엿하게 살아갈 수 없다면 그때도, 앞으로도 제대로 사는 게 아니다.

 

마찬가지로 나를 떠나선 안 된다. 늘 주위 사람들의 시선에 머물러 눈치를 보고 배려와 예의가 몸에 뱄지만 어느 순간 그 비굴한 예의와 눈치는 나를 갉아먹는 비겁함에 지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다. 그때 불현듯 나를 찾아야겠다는 마음이 일어 뒤늦게 자신을 찾아보려 난리 치지만 이미 나는 사라지고 없다. 남들이 쓰는 언어를 쓰고 남들의 생각을 자기 생각인 양 떠들고 남들로부터 들은 훈계를 똑같이 자신에게 지엄하게 말하고 있진 않은가. 자신의 뜻은 애초에 없는데 말이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이유는 문제에 답이 있는 것과 같다. 자신에게 없는데 자신의 뜻을 자신에게서 찾으려 했으니 자기 뜻대로 될 리 없는 것이다. 뜻을 가져와 보라는 달마의 호통은 관념 속에 사는 사람의 어리석음을 질타한다. 현상의 빈곤이자 관념의 과잉이다.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그러니까 타인의 생각과 언어들 속에 자신을 방치하고 정작 자신의 실체를 알지 못하는 어두운 사람들에 관한 안타까움이겠다. 남들과 유사한 중에도 나만의 단독성을 되찾는 것은 적어도 우리 자신은 자신으로부터 떠나 있어선 안 된다. 남의 뜻대로 조종할 수 있는 사람을 사람들이 가만 놔두겠는가?

 

그렇지만, 그런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삶은 나아가지 않는다. 뜻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마음대로 되질 않는다. 그럼 나보고 어쩌란 말인가? 여기서 초조 달마의 혜안은 홀연히 빛난다. 이미 없거나 또는 이미 있는데 찾으려 하는 건 아닌가 물어라. 있다면 드러났을 텐데 그 누구도 본 적이 없다. 있다가 없어졌다면 다시 생길 텐데 그 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삶 전체가 의지마음욕망의 전면적인 헛발질이다. 어쩌면 욕망을 욕망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쓰다가는 게 삶인지 모르겠다. 뜻대로 돼야만 하는 욕망, 내 마음대로 해야 하는 욕망, 무언가 이뤄야 한다는 욕망, 이러저러한 사람이 돼야 한다는 욕망, 그래, 마침내 욕망하는 욕망까지. 욕망은 욕망의 욕망까지 자르지 않고는 사라지지 않을 테지만 욕망을 자르려 나를 자를 순 없으니 난감해진다. 그러므로 모든 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그대에게 선가의 왕초 달마께서 숙연하게 드리는 말씀, 뜻대로 되지 않으니 삶이다. 네 뜻대로 되는 그 뜻이 만약 있다면 내게 가져와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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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6 18:07:07 *.133.149.97

하나 , 같은 것 같지만 같지 않은 하루!  아웅다웅 사는 것 천년전이나 지금이나 다를게 뭐있겠는가?

그렇게 하루를 사는 것,  평상심이라고 하지 않던가? 

둘, 모두 다 헛된 것이지만 일생동안 하나의 생각을 품고 살아왔다면 그것은 헛된 생각이 아니다. 

뜻이라고 부르면 될까? 아니면 믿음이라고 부를까?  

셋,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 느낄 수 없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있고 없고  오고 가고의 문제가 아니다.

왜냐면  늘 돌고있는 법륜처럼 그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없는 것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못 보던 것을 보게 된 것이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깨달음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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