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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27일 07시 53분 등록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과 자신의 재능이 교차하는 곳에 당신의 천직이 있습니다.

- 아리스토텔레스

Vocation.jpg

출처: https://medium.com/hsp-world/https-medium-com-hsp-world-the-dance-between-our-vocation-and-our-art-215351c2b3cd


벨리 댄스를 처음 배울 때부터 목표였던 공연이 끝났습니다. 평소의 저라면 목표를 이뤘으니 이제 흥미를 잃어버리고 다른 걸 찾아 새롭게 시작했을 겁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목표를 이루고 나서도 학원에 계속 나가고 싶었습니다. 무대에 올랐다고는 하지만 영상을 못 보겠을 정도로 엉망으로 했다는 생각 때문이었지요.

‘조금만 더 연습했더라면 더 잘했을 텐데…’라는 생각도 컸습니다. 아무튼 그만두지 않고 계속 나갔는데요.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나 봅니다. 같이 공연을 했던 고등학생 엄마는 잠깐 쉬고 오겠다며 그날 이후 학원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공연에 참여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공연 전부터 이미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저녁 성인반에는 저 밖에 없었네요. 개인 교습을 받는 것처럼 자세하게 배우고 자세 교정도 받을 수 있어서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웠고 또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나 한 명 때문에 수업을 하느라 불편하지 않을라나? 차라리 나도 안 나오면 그 시간에 쉴 수라도 있고 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이었지요. 조심스럽게 물어봤습니다.

안 나오시면 저 혼자라도 열어 놓고 연습이라도 할 거예요. 한 분이라도 오셔서 얼마나 다행인데요. 빠지지 말고 꼭 와주세요.”



선생님의 말이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는 거짓말은 아닌 것 아닌 것 같았습니다. 거짓말이라기에는 그녀의 표정이 너무도 밝고 진심이 담겨 보였거든요. 선생님의 말을 믿고 하루도 안 빠지고 계속 다녔는데, 이번에는 걱정이 생겼습니다.

이렇게 수강생이 없는데, 월세는 제대로 낼 수 있을까?’

아무리 시장 입구의 허름한 건물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월세와 유지비가 들텐데... 수강생이라고는 초등학생 몇 명과 성인 하나뿐인데 운영이 될 까 싶었습니다.

월세 낼 돈이 없어서 문 닫으면 어떡하지?’

하루 아침에 갑자기 문 닫고 없어진 학원을 이미 경험해 봤기에, 이번에도 같은 일이 반복될 까봐 걱정스러웠습니다. 집에서의 거리나 선생님의 가르치는 스타일, 비용 등이 모두 딱 맞는 곳인데, 폐업이라도 하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았습니다.

혹시 건물주 딸인가?”

가끔 선생님의 어머니가 학원에 들러서 청소도 하고 관리도 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건물주 딸이라서 월세를 낼 필요가 없는 게 아니고서야 어떻게 운영하나 싶었거든요. 다시 한번 물어봤습니다.

전 이게 천직인 것 같아요. 다른 일은 생각할 수도 없고요. 지금은 좀 힘들지만 점점 나아지겠지요.”

건물주의 딸이 아니라 문화센터 등 외부 강습을 나가서 부족한 돈을 번다고 합니다. 가끔 공연을 해서 받는 비용도 학원 운영에 보탠다고 하네요. 그 말을 듣고도 미안한 마음은 여전했습니다. 하지만 학원 문을 닫고 사라질까 봐라는 걱정은 사라졌습니다. 천직을 팽개치고 말도 없이 사라지는 일은 없겠지요. 한편으로는 부러웠습니다. 삼십대 초반에 천직이라 믿는 일을 하고 있는 모습. 당장 돈이 안 되어도 좋아하는 일을 하고 앞으로 잘 될 거라는 희망으로 즐겁게 일하는 모습이 너무도 부러웠습니다. 당시에 저는 일을 그만두고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몰라서 찾고 있는 중이었거든요. 아니 뭘 좋아하는지도 몰라서 헤매고 있을 때였습니다. 저보다 훨씬 어린 사람이 이미 천직을 찾았고, 즐기고 있다는 게 어찌나 부럽던지요. 크게 도움은 안 되겠지만 월세에 보탬이 되게 꼬박꼬박 나갔습니다. 그리고 다음 단계의 목표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벌써 이번주가 추석이네요. 따뜻하고 건강한 추석 보내시길 바랍니다. ^^

다음주는 추석 연휴 <알로하의 두번째 편지>는 한 주 쉬겠습니다.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출간소식『박노진의 식당공부』 박노진 저
음식보다 마음을 파는 외식 경영 전문가 박노진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지 않는 외식업 데이터 경영 노하우의 모든 것을 공개한다위기시대의 식당 사장님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고 싶은 마음으로 썼다성공하는 식당들을 만들었던 박노진의 데이터 경영 강의 자료들을 정리해서 책으로 엮었다.

http://www.bhgoo.com/2011/862280#2


2. [출간소식] "언어의 유혹도명수 저

유혹하는 언어는 누구에게나 있고산다는 것은 자기만의 언어를 갖는 것자기만의 언어를 갖기 위해서는 자신을 유혹하는 언어를 찾아야 한다마음을 설레게 하고 가슴을 떨리게 하며 영혼을 끌리게 하는 언어가 바로 유혹하는 언어다이처럼 ‘유혹하는 언어’라는 개념을 상정하고저자 자신이 직접 사전을 뒤져가며 찾아낸 말들을 엮어 내놓았다

http://www.bhgoo.com/2011/8622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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