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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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여기서 계속 이러고 있을 거야?”
“응”
“그럼, 엄마는 먼저 근처만 좀 돌아보고 올게.”
“어”
아이의 집중을 방해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아이가 충분히 자신의 시간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지금 이 순간 엄마인 내가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아이가 움직이고 싶어질 때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길안내를 할 수 있으려면 근방이라도 미리 살펴두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막상 발걸음을 떼려고 하니 아무리 공원 안이라지만 아이를 혼자 두어도 되나 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어쩌지?
그때였다. 다시 종소리가 울렸다. 요 앞까지인데 뭐. 그렇게 조금 더 미로 속으로 들어가자 눈앞에 표지판이 보였다.
“미로공원에서 5분 안에 종을 울릴 확률 5%, 10분 안에 종을 울릴 확률 10%, 30분 안에 종을 울릴 확률 80%, 1시간 안에 종을 울릴 확률 95%, 1시간이 넘도록 헤맬 확률 5%”
나도 모르게 시계를 꺼내들었다. 미로로 들어온 지 15분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아직 입구에서 몇 미터도 들어오지 않았는데 벌써 15분이 지났으니 상위 10%는 이미 물 건너 갔네. 30분 안에라도 종을 울릴 수 있으려면 서둘러야 하는데 지금이라도 아이를 데리러 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나야 그렇다 쳐도 아이에게 벌써부터 루저의 삶을 경험하게 해서는 안 되지. 애써 다스려놓았던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서둘러 아이에게로 돌아갔다.
“딸,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야? 이제 그만 가자!”
“엄마, 고양이가 처음에는 다른 데만 쳐다보더니 방금 전에 나 보고 웃었다! 완전 이뻐. 이름은 하늘이래. 이거 봐. 아까보다 훨씬 가까이 다가왔지? 이제 친구가 됐는데 벌써 헤어져야해?”
“고양이는 다른 데도 많은데 하필 미로 입구에서 이러고 있니? 다른 사람들은 미로탈출에 성공해서 자꾸만 종을 쳐대는데 계속 미로에 갇혀 있을 거야?”
“알겠어. 가면 되잖아.”
일어나 걸으면서도 한참을 고양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딸아이의 손을 잡고 빠른 걸음으로 미로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몇 차례 갈림길에서 아이와 의견이 갈렸지만 가뜩이나 늦었는데 아이의 의견까지 일일이 들어줄 여유가 있을 리 없었다. 어서 빨리 미로에서 탈출해서 보란 듯이 종을 치는 쾌감을 체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게 왠일인가? 이제는 다 왔으려나 싶었는데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아까 그 고양이였다. 다시 제자리란 이야기였다.
“와~!! 하늘이다!”
아이는 반가워 어쩔 줄 모르면서도 엄마의 눈치를 살폈다. 그 순간 내 마음 속에는 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내가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가? 아니지, 다 아이를 위해서가 아닌가? 하지만 과연 내가 아이를 위한 최선의 길을 찾아낼 수 있기는 한 걸까? 아이가 이런 한심한 엄마를 닮기라도 하면 어쩌지? 나는 이제 어떻게 하면 좋지? 온 몸의 피가 말라붙어 가는 느낌과 함께 혓바닥에서 쓴맛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코로 들어오는 공기에서 향나무 내음이 가신 것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이곳은 이제 더 이상 평화로운 향나무 산책길이 아니었다.
그 순간 정신 번쩍 들었다. 도대체 왜 또 이렇게 된 거지? 그까짓 종소리가 뭐라고? 정신 차리자! 하지만 온 몸에서 이미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 지옥의 감각을 잠재우기에 머리의 다짐에서 비롯된 의지는 너무나 허약했다.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조금 진정이 된 것 같다가도 종소리가 울려대면 어김없이 몸이 반응했다. ‘다르게’ 살고 싶다는 열망만으로 경쟁 사회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해 기꺼이 받아들였던 조건반사를 순식간에 해제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제서야 신이 나를 이곳으로 안내한 이유가 새롭게 이해되기 시작했다. 정말로 ‘다르게’ 살고 싶다면 몸에 각인된 조건화의 패턴을 씻어내고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내는 작업에 정성을 다해야겠구나. 더 높은 깨달음에 이르러 세상을 단박에 구원하겠다는 허망한 희망을 이제 그만 접고, 지금 여기 내 몸의 현실에서 스스로를 치유해가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겠구나.
“엄마!”
고개를 들어보니 다시 만난 고양이와 헤어지지 않겠다며 미로 입구에 주저앉아 버렸던 딸아이가 종탑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 여기서 고양이랑 놀고 있을 테니까 엄마도 천천히 놀다 와!”
그날 미로공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이에게 물었다.
“딸, 어떻게 그렇게 빨리 종을 찾았어?”
“하늘이가 알려줬어. 엄마가 먼저 가고 나서 조금 있다가 하늘이가 일어나 걸어 가길래 나도 따라 갔거든. 그러니까 바로 종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오더라고. 하늘이랑 위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정말 재미있게 놀았어. 엄마가 빨리 올라와서 가자고 할까봐 조마조마했는데 늦게 와줘서 고마워.”
행복해하는 아이의 표정을 보고 있노라니 온 몸이 목화솜처럼 폭신하고 보송보송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새로운 연결은 이미 시작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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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파블로프의 종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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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소식] 『돈의 흐름을 읽는 습관』 양재우 저
20가지 경제 공부법, 경제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 경제 공부야말로 습관적으로 들여다보고 매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방법으로 알곡을 모은 20가지 경제 공부법을 저자는 제안한다. 자신만의 경제 공부법을 터득한 저자의 통찰이 빛난다.
http://www.bhgoo.com/2011/863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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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만 잘 알아도, 당신은 성공한 CEO가 될 수 있다! 세금 이야기는 언제나 화두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한 기업을 이끌어가는 CEO라면, 세금에 대한 고민을 피해갈 수 없다. 피할 수 없는 세금이라면 조금이라도 합리적으로 절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는 않을까? 저자의 해법을 따라가면 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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