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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7일 10시 17분 등록
주역의 대가를 만나다

거제도로 출장 갈 일이 생겼다. 작년부터 거제도는 6개월에 한번 정도 출장을 다녀온 것 같다. 이번 출장길엔 그동안 만나 뵙고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분을 찾아뵈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분을 알게 된 것은 인터넷을 통해서다. 작년 그러니까 2007년 6월이 저물어갈 무렵 나는 인터넷 어느 홈페이지에 상담글을 올렸었다. 200여명이 내 글을 봤다. 그러나 내 글에 댓글을 달아준 사람은 한명 뿐이었다. 그분은 역술인이었다. 나는 그분에 대해 알아봤다. 다행히도 그분이 쓰신 책을 볼 수 있었다. 주역을 쉽게 풀어쓴 책을 몇 년 전에 출간한 작가셨다. 그분의 글 처방전은 무슨 일을 시작할 때는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용기’라고 하셨다. 나는 순간 아무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용기’...... 무슨 이야기일까 곰곰이 생각했다. 그 후로 만 1년이 지났다.

거제도에서 하고자 했던 일을 마쳤다.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져 부산으로 나오는 배를 타는데 나를 여객터미널 까지 안내해준 분의 도움이 컸다. 사실 그 도움은 신호위반을 계속해야 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분 덕분에 배가 출발하기 2분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행이었다. 배에 오른 후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어제 전화 드렸던 홍현웅입니다. 일을 마치고 배에 올랐습니다.”
“어....... 그래. 그런데 어떡하지 내가 깜빡하고 선약이 있었던 것을 잊었었내......”
순간 나는 당황했다. 아직 만날 때가 아니란 말인가.......
“아..... 그렇군요. 어쩔 수 없죠. 선생님.......”
“근데 자내 언제 올라가나....... 내 모임은 저녁 9시 정도 끝나는데 어렵겠지......”
“아~~ 그러시면 제가 9시까지 찾아뵙겠습니다. 오늘 자고 내일 첫차로 올라가면 됩니다.”

다행이었다. 배에서 내린 나는 2시간의 시간을 보낼 때를 찾았다. 초등학교 시절 수학여행길에 잠시 들렸던 용두산공원이 앞에 보였다. 천천히 그곳을 올랐다. 타워에도 올라 부산 전경을 잠시 구경하고는 이내 내려왔다.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선생님은 내가 어디 있는지 묻고는 찾아가는 방법을 일러 주셨다. 버스를 탔다. 참 오랜만에 타보는 버스였다. 한 20분 정도 지났다. 목적지 한정거장 전부터 나는 일어나 문 앞으로 갔다.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꽤나 들떠있는 상태였다. 버스에서 내려 수박 한 덩이를 사들었다. 아주머니에게 가려는 곳을 이야기하고 길을 물었다. 순간 옆에 계시던 아주머니가 내가 그 아파트 산다며 같이 가잔다. 이렇게 쉽게 풀릴수가.......

선생님은 나를 반갑게 맞아 주셨다. 처음 뵙는 분이라고는 믿겨 지지 않을 만큼 내 마음은 편안했다. 선생님은 당신이 글을 쓰는 방으로 나를 안내해 주셨다. 그리고는 바로 나에게 물으셨다.
“직업이 뭐지.......”
나는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현재 직업은 엔지니어입니다.”
잠시 생각하시더니 선생님이 다시 물으셨다.
“그래 왜 작가가 되려고 하지.......”
나는 바로 대답했다. “그 길이 제가 갈 길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은 당신의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주셨다. 나는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귀를 기울였다. 당신이 주역을 공부하면서 책을 쓰게 된 이야기를 해주셨다.
“글은 쉬워야해....... 누구나 읽고 알아볼 수 있어야지.”
계속 말을 이어 가셨다.
“어느 날이었어. 절벽 위에서 수련을 하고 있는데 문득 생각이 떠오르더라고. 주역의 핵심은 시간에 있다는 것을 어떤 한 글자를 해석하면서 깨닫게 되었지. 그 순간 너무 좋아서 하마터면 그 절벽에서 뛰어내릴 뻔 했다니까.......” 하하하
“깨달음은 그렇게 쉽게 오지 않나봐. 그런데 그 깨달음을 얻고 나니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문장들이 술술술 풀리기 시작하더라고. 이 책이 그 결과물이야.”
나는 물었다.
“선생님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선생님은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
“그런데 학자들은 나를 만나주질 않아.” 선생님은 그분들과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셨던 것 같았다.
“내가 학벌도 없고 그러니까 그런가봐. 내 질문에 대답을 해준 학자들이 없어.......”
“내 글은 쉬워. 누구나 읽고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어디 글이 많이 배운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어야 되나. 우리같이 못 배운 사람들도 쉽게 읽을 수 있어야지. 그게 작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
잠시 정적이 흘렀다.
“아참 내가 자내 아호를 지어놨어. 뭐 맘에 들을지 모르겠네.”

나는 순간 긴장했다. 그리고 너무나 궁금했다. 나는 여태 이름 앞에 호를 붙이는 것에 대해 무감각했었다. 어쩌면 뭐 저런 것 까지 이름 앞에 붙여가며 이야기 하냐는 듯 까칠한 시선을 보내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것이 내 일이 되려고 하니 내 안에 있던 속물근성을 확인하게 되었다.
“자내 아호를 지효(地曉)라고 지어 봤어.”
나는 물었다.
“선생님 무슨 뜻이죠.”
선생님께서는 차근차근 말씀해 주셨다.
“땅 지, 새벽 효”
“땅은 아랫것을 이야기해. 새벽은 처음을 연다는 뜻이지.”
나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지효(地曉)와 나를 생각했다.
IP *.117.68.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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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웅
2008.07.07 10:19:12 *.117.68.202
2부작으로 갑니다..ㅎㅎ 지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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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07.07 10:21:08 *.244.220.254
이제 '홍스'가 아니라 '지효' 홍현웅이라고 불러야겠네요......
무척 궁금합니다. 거제도에서 '답'을 찾으셨다고 들었는데......
길 잃은 어린 양을 위해 가르침을 함께 나눠주시지요~ 지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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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
2008.07.07 12:46:10 *.93.33.163
거암 오라버니 우리 함께 손잡고 거기가 가볼라우?ㅎㅎㅎ
궁금하게 끝을 처리해 놨네..빨리 올려 주쇼..홍스 오라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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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7 17:33:26 *.216.25.207
나도 데리고 가
내가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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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8 00:15:46 *.41.62.236

지효. 호 좋다. 초아선생님. 모시고 용궁사 한번 가보지. ㅎㅎㅎ
용궁사는 바로 바다야. 가끔 잊지 못할 순간을 만나는 것, 살아 있단 증거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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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2008.07.08 09:21:40 *.97.37.242
“글은 쉬워야해....... 누구나 읽고 알아볼 수 있어야지.”
내가 쓰고 싶은 글인데, 나도 같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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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8 11:52:16 *.122.143.151
거암..
'길 잃은 어린 양'이 나를 의미하는건가? 그래 나, '양'이야..
이제 이런 식으로까지 사람을 몰고가나?
사람 그렇게 봤더니 정말 그렀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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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웅
2008.07.08 12:11:57 *.117.68.202
중환아 내 '지효'라는 호를 쓰기에 아직 너무 가볍다..^^
현정아 조금만 기둘려라..ㅋㅋ
창형. 궁금하지.ㅎㅎ
앤누이 담엔 용궁사로 모셔야겠다.
큰형님 글은 편안하게 잘 읽혀요.^^
양형 눈치 정말 빠르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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