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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22일 03시 11분 등록


우선 모든 규칙을 배운 다음, 그 규칙을 모두 잊어버려야 한다.”


- 조셉 캠벨(Joseph Campbell)



Jean Erdman.jpg


출처: https://www.nytimes.com/2020/05/06/arts/dance/jean-erdman-dead.html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받은 안무는 그동안의 안무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음악부터 달랐습니다. 기존의 음악은 발라디*면 발라디, 샤비**면 샤비 등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한 리듬과 느낌의 음악이었습니다. 그런데 솔로용으로 받은 안무의 음악은 발라디로 느리게 시작했지만 도입 부분에서 빨라졌습니다. 거기에 중간에 드럼 박자까지 들어간 복합적인 음악이었습니다. 이런 곡에 맞춰 안무는 느리다가 빨라지고 다시 드럼 박자에 맞는 동작을 넣는 등 복합적인 춤이 된 것이었지요. 한 명이 춤을 추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하려면 이렇게 구성해야 한다고 하네요. 솔로용 곡은 2분 밖에 안 된다고 해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배신당한 기분이었습니다. 게다가 혼자서 무대 전체를 사용해야 하니 동선도 길어지고 스텝도 많았습니다. 벌써 후회가 됐지만 이미 신청을 했기에 어쩔 수 없었네요.

사실 안무의 동작 하나 하나 자체는 이미 다 배웠던 것들이었습니다. 난이도가 크게 높은 동작이들이 아니라 어려울 게 없었지요. 기초를 열심히 한 보람이 있어서 금방 익힐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음악에 맞춰 춤으로 연결하는 순간 삐걱거리고 어색해졌습니다. 선생님은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한다셨지만 답답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저만큼 답답했을라고요.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요? 어이없게도 그 당시 연구원을 하느라 읽던 조셉 캠벨(Joseph Campbell)<신화와 인생>에서 답이 보였습니다.


발레를 하는 사람들이 바(bar) 연습을 하는 과정에는 심미적인 것이라곤 전무하다. 춤을 추기 시작하더라도, 그들은 여전히 규칙을 생각하고 있으며, 그런 와중에 작품을 고안한다. 하지만 마침내 규칙이 녹아 없어지고 자연스러운 충동이 주가 된다. 예술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은 오랜 속담이 있다. “우선 모든 규칙을 배운 다음, 그 규칙을 모두 잊어버려야 한다.” 다시 말해서 규칙들이 순수한 행동 속으로 녹아들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셉 캠벨은 춤에 관심이 매우 컸습니다. 더욱이 그의 아내 진 애드먼(Jean Erdman)20세기를 대표하는 훌륭한 현대 무용가이자 안무가였습니다. 조셉 캠벨은 그 자신이 춤을 추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춰야 한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지요. 역시 저는 머리로 이해해야 몸이 움직이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글을 읽자 뭐가 문제였고,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길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다음 수업 시간부터는 규칙을 잊으려고 했습니다. 네번 움직여야 하는 안무라면 전에는 어떻게든 규칙대로 하려는 바람에 박자를 놓치고 다음 동작도 제대로 못하는 일이 많았는데요. 이제는 음악에 맞춰 여유있게 세번만 움직이는 식이였죠. 처음에는 당황하던 선생님도 오히려 자연스러워졌다며 그냥 넘어갔습니다. 그러다가 익숙해지면 다시 네번 움직이면 되니까요. 중요한 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것이지 동작과 규칙을 하는게 아니었지요.

하지만 규칙을 잊고 순수한 행동 속에 녹아드는 것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대회 날짜가 다가올수록 한계는 분명해졌고, 결국 안무를 조금 고치기로 했지요. 조금만 고치기로 했는데 조금씩 조금씩 대회 전날까지 고치다 보니 결국 처음과는 아주 다른 새로운 안무가 되어있었습니다. 처음의 화려하고 복잡한 안무와는 많이 달라졌지만 맘에 들었습니다. 이제야 규칙을 잊는 것이 무엇인지 순수한 행동 속으로 녹아든다는 느낌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3개월 가량의 연습을 마치고 드디어 대회 당일. 양구에 오전에 도착하기 위해 5시에 학원에 모여서 같이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도착해서 화장을 해도 된다고 해서, 4시 반에 일어나서 세수만 하고 가려고 했는데요. 잠을 이룰 수가 없어서 결국 한 잠도 못 자고 일어났습니다. 양구에 도착할 때까지 자려고 차에서 눈을 감았지만 여전히 잠은 오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첫 대회일 뿐 아니라 처음으로 가족이 보러 오는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벌써부터 이러면 안 되는데긴장이 되고 떨렸습니다.


비가 온 후에 많이 추워졌습니다. 오랜만에 미세먼지가 걷힌 파란 하늘을 보니 추위도 잊고 창문을 활짝 열었는데요. 차갑지만 그래서 더 상쾌하게 느껴지네요. 이번주도 건강하고 행복한 한 주 보내세요. ^^


 


* 발라디(Baladi): 이집트의 농촌에서 추던 민속춤으로서 20세기 초반에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주민들에 의해 현대 음악이 결합된 양식. 전체적으로 정적이고 무거운 느낌을 준다.

** 샤비(Sha'abi): 발라디에서 파생된 장르로 20세기 후반에 도시 노동자들이 추던 길거리 춤에서 유래. 전반적으로 빠르고 유쾌한 느낌을 준다.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출간소식] 『돈의 흐름을 읽는 습관』 양재우 저
20
가지 경제 공부법, 경제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 경제 공부야말로 습관적으로 들여다보고 매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이런 방법으로 알곡을 모은 20가지 경제 공부법을 저자는 제안한다자신만의 경제 공부법을 터득한 저자의 통찰이 빛난다

http://www.bhgoo.com/2011/863587


[출간소식] "CEO를 위한 Tax Talk" 박중환 저 

세금만 잘 알아도, 당신은 성공한 CEO가 될 수 있다! 세금 이야기는 언제나 화두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한 기업을 이끌어가는 CEO라면, 세금에 대한 고민을 피해갈 수 없다. 피할 수 없는 세금이라면 조금이라도 합리적으로 절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는 않을까? 저자의 해법을 따라가면 길이 보인다

http://www.bhgoo.com/2011/863572


IP *.226.157.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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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2 17:42:11 *.133.149.97

그 상태를 달리 표현해서 '몰입 상태'라고 운동학자들은 말합니다. 

그것은 곧 생각이 행동을 방해하는 수준을 넘어  무의식화 되어서 내재화하고 의식과 충돌하지 않고 자동화되어 행동으로 발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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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4 02:09:10 *.226.157.137

아 그렇군요.

역시 전문가의 말씀을 들으니 이해가 훨씬 잘 되네요.

그런 몰입 상태가 잘 되고 싶은데... 쉽지 않네요.


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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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5 19:32:53 *.133.149.97

티벳의 고승들이 만다라를 그릴 때 그게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그들은 의지적으로 진출입이 가능하니까... 

저도 몇 가지 방법으로 개인의 성향을 고려해서 가르치는 데 설명은 더 어렵습니다. 

말씀하신 것 처럼 체험적인 부분이 많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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