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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20일 15시 29분 등록

원로원을 견제하기 위해 폼페이우스, 크라수스와 함께 삼두정치를 펼친 카이사르는 갈리아 원정에서 연승을 거둔다. 카이사르의 명성이 높아지자 폼페이우스는 카이사르에게 등을 돌리고 원로원과 결탁해 카이사르를 로마로 소환한다. 기원전 49년의 일이다.
당시 로마법에 의하면 장군이 성 안으로 들어오려면 루비콘강 밖에 군대를 두고 들어오게 되어 있었다. 그렇게 하면 폼페이우스에게 죽을 것임을 알고 있는 카이사르는 루비콘강을 바라보며 고민에 빠진다. 법을 무시하고 군대를 이끌고 강을 건넌다면 선택은 단 한가지, 내란밖에 없었다.
고민을 거듭하던 카이사르는 그 유명한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말을 던지고 군대와 함께 루비콘강을 건넌다. 돌아올 수 없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그가 군대를 이끌고 루비콘강을 건넌 것은 그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변곡점 이었다.

개인의 삶만 이러한 변곡점을 갖는 것은 아니다. 국가도 마찬가지로 크고 작은 점들을 밟아가며 역사라는 굵은 선을 만들어낸다. 무릇 역사를 갖고 있는 개체들은 모두 그러할 것이다. 의회 민주주의의 발원지로 불리는 영국은 명성에 상응하는 작용과 반작용을 거치며 의회 민주주의를 만들어냈다. 그것은 도전과 응전 바로 그것이었고, 그 과정에는 극도의 혼란과 피를 부르는 충돌이 있었다.
실정에 반발한 귀족들이 왕권의 남용을 제한한 '마그나카르타', 악정에 대한 국민의 자유를 보장받기 위해 하원의 유력자들이 왕에게 청원한 '권리청원', 왕이 의회의 동원 없이 법률의 효력정지 세금 부과 등을 못하게 한 '권리장전'은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그 뿐인가. 청교도 혁명은 전제정치를 강화하려는 군주에 대한 반발이 내란으로 이어졌고 결국 주권이 국민에게 넘어오는 공화정을 수립했다.
프랑스에서는 시민혁명의 대명사인 프랑스혁명이 있었다. 구제도의 모순을 타파하고 시민계급이 정치권력을 장악한 프랑스 혁명은 근현대사를 통틀어 가장 대표적인 시민혁명이다. 이 혁명으로 봉건제도가 막을 내렸고 자유와 평등이 기반이 되는 시민사회의 발현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사건들은 모두가 역사에서 하나의 매듭을 만들고 다른 길을 열어간 변곡점이었다. 카이사르의 경우처럼 개개인 누구의 역사에도 변곡점은 항상 있다. 변곡점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진학이나 취업 또는 결혼 같은 삶의 커다란 변화들이 변곡점이 되기도 하고 개인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기도 한다.
개인의 삶을 크게 바꾸어 놓는 진학, 취업, 결혼 등은 살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얻어지는 변곡점이다.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대부분 거쳐 가는 통과의례인 것이다. 이러한 통과의례는 개인의 삶을 바꾸어 놓기도 하지만 개개인이 그 변곡점의 중요성을 인지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가 크다. 많은 경우 당연한 하나의 의례로 생각할 뿐 그 의미를 곰곰이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러한 사건 아닌 사건들이 삶의 변곡점으로 자리 잡지는 않는다.

한 개인의 삶을 크게 바꾸어 놓는 것은 이러한 과정속의 사건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사건인 경우가 많다. 자신의 삶에 대한 불만족, 위기감 등의 현실인식이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그것은 혁명의 시작이다.
삶의 모습이 다 다르듯 개인이 삶을 바꾸는 혁명은 정해진 방식이 없다. 진학은 다른 사람과 똑같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진학을 하고, 취업은 옷을 차려입고 직장에 출근을 하며, 결혼은 하나의 가정을 꾸리는 결과물을 가져온다. 대부분 거치는 과정이고 누구나 똑같은 모양의 방식을 밟는다. 그러나 개인이 스스로 만들어 내는 변곡점은 다르다. 그것은 삶의 과정에 예정되어 있지 않는 것들이다. 그런 까닭에 그 변곡점의 모습은 개개인별로 전혀 다른 모습을 갖고 있다. 누구나 거치는 통과의례를 밟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생로병사의 마지막 통과의례를 맞이하게 된다. 변곡점을 만든다는 것은 그 순간에 도달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혁명이라는 과제를 부여하는 것이다.

삶의 변환을 꾀하는 변곡점을 찾아내면 그때부터 개개인은 그 혁명의 주인공이 된다. 혁명은 쉬운 것이 아니다. 역사 속의 혁명들은 모두 지난한 과정과 혼란을 거쳤고 피를 부르기도 했다. 혁명이 쉬운 것이라면 누군들 그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치며 혁명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누군들 그 혁명 속에 목숨을 내놓지 않았을 것이다. 개인의 혁명도 마찬가지이다. 혁명을 시작한 순간 그때까지의 평온했던 삶을 버리고 혼란 속에 스스로 뛰어든 것이다. 결과는 아무도 모르는 게 혁명이다. 목숨까지 내 던지고 아무것도 얻지 못할 수도 있고, 의외로 순탄하게 큰 성과물을 얻을 수도 있다. 불확실성. 모든 것은 안개 속에 있다.
그 불확실성의 바다 속에서 찾아야 할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인생의 다음 장면을 당신이 쓰는’ 것이다. 개인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많은 경우 자신의 역사를 자신이 쓰지 못하고 쓰이는 대로 바라만 보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러한 피동성에서 벗어나 이제는 자신의 역사를 쓰고 만들어가는 능동성을 찾는 것이다.
‘원하는 것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삶의 변곡점을 만든다는 것은 인생의 커다란 승부중 하나이다. 그 승부처에서 찾고자 하는 것은 개개인마다 모두 다를 것이다. 어떤 사람은 돈일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귀향일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명예나 벼슬일수도 있다. 찾는 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근원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어야 한다. 스스로 선택한 혁명에서조차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닌, 남이 원하는 남들의 시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한다면 혁명은 분명히 실패할 것이다. 설사 성공한다고 해도 불행한 혁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삶의 혁명은 삶을 새로이 창조하는 것과 같다. 지금까지의 역사를 돌아보고 미래를 새로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 과정은 고통이면서 즐거움일 것이다. 어느 특정한 사람만 그랬던 것이 아니다. 누구나 그랬다. 혁명을 선택한 순간 고통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었다. 삶의 혁명을 원했고, 혁명을 선택했고, 그래서 발을 내딛었다면 주저하지 말고 그 고통까지도 즐겨라. 나머지는 혁명의 끝에서 다시 생각할 일이다.

IP *.123.204.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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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7.20 16:10:46 *.36.210.11
gO! Go! GO!

씨앗 하나를 품은 감동...

달려라,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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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8.07.21 12:14:38 *.160.33.149

그대가 루비콘 강 앞에 다다르려면 얼마나 더 가야할까 ?

앞으로 읽어야 할 책 속에 루비콘 강앞에서 어떻게 해야할 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보게 될 것이다.

반드시 강을 건너야할 때 :

1. 사람 : 직장에서 자신의 원래 모습과 다른 사람으로 근무해야할 때
2. 의미 : 일을 하면서 나를 위해서 혹은 다른 사람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느끼지 못할 때
3. 일 : 그 일을 좋아하지 읺을때
4. 기회 : 전문가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못할 때

3개 이상이면 반드시 건너야 하고, 2개 이상이면 건너기 쉬운 도강 지점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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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웅
2008.07.21 21:29:36 *.64.7.213
"혁명이 쉬운 것이라면 누군들 그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치며 혁명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절대동감입니다. 창형님..^^
쉬우면 재미없잖아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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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1 22:15:35 *.123.204.118
루비콘강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 강을 이미 만난것인지 만날것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나이를 먹어도 알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사부님이 지적하신 네가지를 더 생각해봐야 겠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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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2 00:51:10 *.41.62.203

건너기 쉬운 도강.
지난번 오프때 느낀 건데 그 시점을 창님이 아주 막연하게 여기는 듯 느껴졌어요.

두개인지 세개인지를 가려내는 게 우선 순서인듯.
창 형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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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
2008.07.22 11:22:26 *.128.98.93
창 오라버니...

어떨 때는 문제는 아주 간단하게 생각하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매직 아이 보는 것 처럼 문제를 아주 게슴츠레한 눈으로 멀리서 한 번
쳐다보면 답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지 문제도 해결 못하는 엉뚱이 생각...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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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7.22 12:37:42 *.36.210.11
다시 읽으면서 갑자기 전에 사부님께서 내게 주신 덧글이 생각나네.

책에 대해 구상하라고 하셨을 때 무엇을 써야 할 지 잘 모르겠는 생각에서 이것 저것을 궁리하며 이런 것을 해보겠다고 올렸다.

사부님 말씀: "널 뛰지 마라." ㅋㅋㅋ 찬 물 쫘악~

그저 "네" 소리 하나로 여태 쩔쩔 매네.

4기를 더 사랑하시는 것 같다고 했더니 아니라고 말씀 하신다. 아마도 내리 사랑이라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내가 잘못 말씀 드렸다. 사부님의 사랑은 점점 더 진화해 가신다. 당신 귀밑머리에 하얀 적군인지 아군인지가 튀어나오기 전에 더 많은 힘을 붇돋우고 싶어하신다. 물론 창은 잘 알아 새기게 것이다. 동갑네야, 네가 너를 찔러라.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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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양
2008.07.22 15:12:53 *.122.143.151
'차칸양'에서 '혁명양'으로 이름을 바꿔주는 센스!!!

대부분의 우리는 마음 속 작은 불씨만을 간직한 채,
제대로 된 생각도, 행동도 하지 못하는게 일반적이죠.

혁명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하겠죠.
큰 결심으로 자신을 움직일 때 일말의 틈새라도 있다면
그것은 곧 쿠데타로 끝나버릴테니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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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2008.07.22 15:37:25 *.97.37.242
난 어제 우연히 책 읽다 수지 맞았다. 여기 그 수지 중 하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는 것만큼 어렵고 힘든 일은 없다. 참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현재의 제도와 시스템으로부터 혜택을 보고 있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저항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 개혁을 도와줄 사람들은 새로운 질서가 가져다줄 혜택에 대한 모호한 그림밖에는 없다. 강력한 적과 미온적 동지 - 이것이 바로 혁신이 성공하기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이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원전 <마키아벨리 군주론>

모호한 그림을 구체화 시키는 게 개인사 쓰기란 말이지?
자 한번 써 볼까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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