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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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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11일 09시 35분 등록

영화 와일드.JPG


서울 한달살이를 시작한지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지난 마음편지 이후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사나흘은 숙소에 머물면서 뒹굴뒹굴 푹 쉬었습니다. 방구석 라이프엔 역시나 넷플릭스가 그만이더군요! 인공눈물을 넣어가며, 미드와 몇 편의 영화를 봤습니다 그중에 <와일드 Wild>란 영화도 있었습니다.


이는 셰릴 스트레이드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영화는 그녀가 홀로 걷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셰릴은 사랑하는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마약중독에 빠지며, 고작 26살에 삶의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인생이 바닥을 쳤다고 생각하는 그 때,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일명 PCT 트레일을 걷게 됩니다. 이 길은 25개의 국유림과 7개의 국립공원, 해발 4천미터의 고산지대, 9개의 산맥과 사막을 지나는 '악마의 코스'로 명성이 자자합니다. 연간 125여명의 소수만이 완주하는 극한의 길이죠. 셰릴은 자기 키만한 배낭을 매고 그 길을 내내 홀로 걷습니다. 


힘들고 위험하고 지루한 여정을 이어가며 그녀는 자연스레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봅니다. 가정불화, 마약중독, 이혼, 학대로 점철된 아픈 과거였습니다. 알콜중독자였던 아버지는 수시로 어머니를 심하게 학대했고, 결국 어머니와 함께 집을 나오게 되죠. 그로인해 평화로운 시절도 잠시, 어머니가 암으로 죽게되고 그녀의 삶은 곤두박질칩니다.  그녀는 홀로 걸으면서 자신의 아픈 과거를 대면하게 됩니다. 도망갈래야 도망갈 곳이 없어진 그곳에서, 그녀는 자신의 상처를 똑바로 보게 됩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치유해갑니다. 94일만에 PCT 트레일을 완주한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담아 한 권의 책을 씁니다. 2012년 출간된 책은 거의 3년동안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죠. 이후 셰릴은 허핑턴 포스트 UK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처음부터 여행에 대해 쓰려고 한건 아니다. 하지만 여행을 끝내고 나서 삶에 대해 새로운 시야를 갖게 되었다.”
 
셰릴은 이후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재혼했고, 조언가로 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이전과 같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여행하는 동안 자신을 보는 눈이 달라졌습니다. 내면이 달라지자, 삶도 달라지죠. 


제가 3년의 세계여행을 하고나서 느낀 것도 비슷했습니다. 저는 여행을 하고나면 제 삶이 바뀔 줄 알았습니다. 보다 명확해지고, 보다 행복해질거라고... 하지만 돌아왔을 때 다시 마주한 일상은 실망스러울 정도로 똑같았습니다. 여전히 거지같고, 여전히 힘들고, 여전히 지루했죠. 그런 일상에 다시 적응하는데 1년 반이란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동안 내가 왜 여행을 떠났던가? 그 생각을 오래 했습니다. 알고보니, 제가 놓치고 있던 게 하나 있었더군요. 여행하는 동안 삶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지만, 삶을 바라보는 제 시각이 바뀌었다는 걸요. 여행은 삶을 바꿔주지 않아요. 삶에 대한 나의 시각을 바꿔줄 뿐이죠. 이후, 저는 여행 전과 다른 커리어를 만들었고, 다른 일을 하면서 제가 원하는 삶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 어느때보다 만족스럽습니다.
 
작가 류시화는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여행은 꼭 무얼 보기 위해서 떠나는 게 아니다. 우리가 낯선 세계로의 떠남을 동경하는 것은 외부에 있는 어떤 것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함일테니까.”


예전엔 제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가 '낯선 곳에 대한 동경'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낯선 곳에 대한 동경보다는, 낯선 곳에서 만나게 될 저의 새로운 면면을 더 좋아했더군요. 그러니까 여행은 표면적 목적이고, 그 아래 숨은 진짜 목적은 새로운 나를 만나는 거였습니다. 없던 내가 아니라, 그간 잠들어 있던 또 다른 나를 말이죠.  그렇다면 이번 서울 한달살이의 목적도 분명해지네요.

새로운 나를 잠 깨우는 것.


여정은 계속 됩니다.^^

IP *.181.106.109

프로필 이미지
2020.12.12 06:19:40 *.52.38.80

비슷한 거 같아요 ! 눈 덮인 산을 오르거나, 

시상대위를 오르기 위해 훈련하거나,  

잘 보이지 않는 마음의 세계를 위해 면벽을 하거나 ,

전혀 다른 삶인데도 무척 공감이 가는 것은...

어쩜, 그래서 모든 길은 하나로 통한다고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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