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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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24일 토요일
아침 일곱시에 집을 나서는데 눈이 오기 시작했다. 올겨울 첫 눈이다. 조금 오다 그치겠지 했지만 그래도 서둘러 택시를 탔다. 지혜씨 집으로 가는 10분 동안 눈발이 점점 거세어졌다. 도착해보니 선미씨는 이미 와 있었다. 지혜씨 차에 짐을 옮기고 같이 일산으로 출발했다. 평소라면 30분이 채 안 걸리는 거리였지만 눈이 오고 있었다. 네비게이션에 입력하니 예상 시간이 한 시간이 넘게 나왔다. 안 되는데… 늦을 것 같아 서둘러 출발했다. 일산으로 가는 동안 첫눈은 함박눈으로 변했다. 11월에 내리는 눈이 이래도 되나? 첫눈이 이렇게 많이 왔던 적이 있었나? 첫눈은 늘 잠깐 내리다 말았기에 왔다는 말만 들었지, 내 눈으로 직접 본 적도 드물었는데... 신호에 걸려 잠깐 멈춰 있는 동안 밖으로 나가 창문에 쌓인 눈을 치워야 할 정도로 눈이 내렸다. 여유 있게 도착해서 메이크업과 머리를 하려 했는데, 아무래도 빠듯하게 도착할 것 같아서 차 안에서 헤어롤을 말고 기본 화장을 시작했다.
지혜씨와 선미씨와는 얼마 전부터 강사 과정을 같이 하고 있었다. 같이 하는 작품으로 대회에 나가보는 게 어떻겠냐는 원장님의 권유로 참가신청은 했지만, 대회날까지 연습 기간이 석 달도 안 될 거라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다. 실제는 기대보다 좀 더 처참했다. 초보자 지혜씨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동작이 많아서 안무를 가능한 단순하게 해야 했다. 일이 바빴던 선미씨는 안무를 외우는 게 어려워 보였다. 셋 중 가장 잘 했던 내가 중심을 잡았는데, 너무 튀었다.
“무대에서 춤을 출 때는 자신 있게,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하는 사람인 것처럼 잘난 척 하면서 춰야 해요.”
지난해 첫번째 대회를 앞두고 소심했던 내게 선생님이 했던 말이었다. 두번째 대회를 앞두고 선생님의 조언을 떠올리며 연습했는데, 이건 독무 때나 해당됐던 말이었다. 그룹으로 춤을 출 때는 아무리 잘 하는 한 사람이 있어도 혼자 튀는 것 보다는 모두가 잘 어우러지는 조화가 더 중요했다. 그동안 계속 혼자 연습하다 보니 잊고 있었다. 사실 초기에 두 사람이 너무 못해서 맞추기 어려웠던 것도 있었고… 총체적 난국이었는데 설상가상으로 나는 11월 초에 여행으로 2주나 연습을 나올 수 없었다.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겠다 싶었는데 더 나쁜 일이 있었다. 2주 동안 나는 안무를 거의 다 잊었고, 몸도 둔해져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내가 없던 2주간 둘이 안무를 모두 외웠고 디테일한 표현 연습을 시작했다는 것. 더듬더듬 눈치를 보며 안무를 하는 내가 둘과 비슷해진 거였다. 선생님이 말한 조화는 이런게 아니었을텐데… 어쨌든 튀는 사람이 없어지자 균형감은 있어 보였다. 대회까지는 이제 열흘 남짓 남았다. 가능한 매일 모여서 연습을 하기로 했다.
이번주도 건강하고 행복한 한 주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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