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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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 마지막 겨울방학이 되기 전 며칠은 수업이 없어, 반 전체가 같이
공포영화를 보곤 했습니다. 무서운 것을 싫어하는 제가 그나마 몇 편 정도 본 것은 이런 특수한 기회가
있었던 덕분(?)이었습니다. 그중에서 영화 ‘링’은 아직도 몇 가지 충격적인 장면이 떠오르는 공포 영화입니다.
링은 1991년에 스즈키 고지가 출판한 소설이 원작입니다. 총 세 권짜리 장편소설 중 영화화된 1권이 가장 유명합니다. 우연한 기회에 이 원작 소설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이렇게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담긴 책을 집에 놓고 싶지 않았지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잠을 줄여가며 읽었습니다. 재밌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링’이
뇌리에 깊게 박혀 있는 이유는 ‘치명적인 반전’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토리가 기억나지 않는 사람들도 링 영화의 거의 마지막에 나오는 대사 ‘류지(죽은 사람)은 하지
않고, 나는 한 일이 뭐지?’는 기억하실 겁니다. 억울하게 죽은 사다코의 원혼을 달래주면 죽음을 피할 수 있을 거라는 주인공의 믿음이 산산이 부서지는 순간이죠. 또한 자신이 살아남으려면 다른 사람에게 비디오를 복사해 줘야 한다는 새로운 규칙을 알게 되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이 장면은, 그때까지 안전하게 스크린 너머로 영화를 보던
관람객들에게로 공포의 찜찜함을 확산시키는 순간입니다. (그 당시엔 보통 비디오를 빌려서 영화를 봤으니까요)
반전은 무장해제를 시켰다가 주인공(과 독자들)이 생각하지도 못했던 결말로 이야기를 끌고 갑니다. 예상할 수 있는
반전은 효력이 약해집니다. 현실에서의 예측불가는 사람을 무력하게 만들지만 콘텐츠에서는 강력한 매력입니다. 어쩌면 우리의 머리는 ‘반전’이라는
자극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도록 되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현실에서는 즐거운 반전만 있으면 좋겠습니다. 충격 결말이 드러나고 시간이 좀 흐르면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다양한 각도로 있었던 일을 돌아보게 될 텐데, 돌이켜보았을 때 지나간 순간을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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