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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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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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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5일 07시 49분 등록

오늘 소개드릴 인물은 영화 메멘토의 주인공 레너드 셀비입니다. 오래전, 아내가 살해당하는 사건을 접한 뒤, 레너드는 10분 정도의 일밖에 기억하지 못합니다. 10분이 지나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깨끗이 잊어버리곤 하지요. 마치 RAM밖에 없는 컴퓨터처럼 그는 자기가 무슨 일을 하려고 했는지 몰라 불안해하고 곤란해합니다. 그리고 잊지 않기 위해, 중요한 정보들을 온몸에 문신으로 남겨, 이를 바탕으로 아내를 살해한 범인을 추적해 갑니다. 그러나 사실 아내를 죽인 범인은 레너드 자신이었고 그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거짓 정보들을 문신으로 새긴 것이 드러나며 영화는 끝납니다.


레너드는 사실의 수집과 기록에 열을 올리지만 그것들은 진실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실제로, 조각난 사실들은 보는 시선이나 방향에 따라 꿰어져 이어붙여진 결과물은 원래의 전체와는 상당히 다르게 다뤄지곤 합니다. 굉장히 혼란스럽고 충격적으로 이 불편한 진실을 다룬 영화에서 저는 최근의 저의 모습이 떠올라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양한 작품을 접할 수 있는 OTT 서비스를 구독하면서도 정작 '기존의 내 취향과 몇 퍼센트 정도 일치하는지'를 보고 무엇을 볼지 결정하곤 했었거든요. 많은 작품들이 각광받는 것은 제 나름대로 한 조각의 진실을 품고 있기 때문일 텐데, 이를 나의 호불호로 애초에 접할 기회조차 닫아버렸던 것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이 진화하면서 알고리즘에 의해 개인이 관심 있는 분야만 더욱 자세하게 알게 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콘텐츠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입맛에 맞는 영상만 알아서 추천해 주니 즐겁고 편리한 일이지만, 알게 모르게 이런 편식의 결과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좀 두렵기도 합니다.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봤던 레너드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최대한 넒은 관심사를 갖고 다양한 분야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연습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의 세상에서는 내가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히 아는 것도 필요하지만 전체적인 지도를 그려낼 수 있는 능력이 보다 중요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기 위한 첫걸음으로 내 취향은 아니지만 입문해볼 만한 작품에 도전해보는 날을 정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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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7 08:30:53 *.169.176.67

무엇을 경험하고 어떻게 학습했는가에 따라 이해와 반응이 달라진다는 Schema 이론이 생각나는군요,   이성계와 무학대사의 한양 귀환길의 농담처럼 말입니다. ^^   '대사님! 우리 심심한데 농담합시다 ! '  '네! 그러시죠 !' '에이! 돼지같은 놈아 !' '어이구 부처님 ! 어인일이십니까 !' '아니! 농담을 하기로 해 놓고 그러시면 됩니까 ?' '저도 농담입니다. 돼지눈에는 돼지가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인다는 그런 !'  '.... ㅎ ㅎ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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