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장재용
- 조회 수 2216
- 댓글 수 4
- 추천 수 0
아, 나는 지금 너희에게 가지 못한다
혈기 넘치던 스무 살 그 해 여름,
나는 백두대간의 마루금을 밟으려 짐을 싼 적이 있다. 험난하고 길었던 대간 길에서도 그
곳은 유난히 내 마음을 잡아 끌었는데 험한 지형만큼이나 날씨 또한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곳을
지날 때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줄기를 맞았고 한 여름 산중에서 저체온증으로 온 몸을 떨며 서로의 체온을 체크하며 걸었던 기억이 새롭다. 거짓말처럼 맑게 개인 다음 날엔 내리쬐는 햇살에 걷기가 힘들었지만 그날 밤,
이름이 아름다운 고개가 평당 천 개의 별을 품고 고생했다며 나지막이 속삭이듯 그 하늘을 보여줬었다.
나는 지금 이화령 고개를 얘기하고 있다.
“말은 가자 울고 임은 잡고 아니 놓네.
석양은 재를 넘고 갈 길은 천리로다.
저 임아 가는 날 잡지 말고 지는 해를 잡아라.”
나는 고개가 좋다. 높은
곳에 있지만 다투지 않고 애쓰지 않으면 닿을 수 없는 그 묵직함이 좋다. 젠 체하는 인간들은 오를 수
없고 허약한 인간에겐 허락하지 않는 삶이 의인화된 형이상학이 좋다. 길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면
고개의 길은 오로지 넘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의 잡놈들과 장삼이사들이 오가는 길일 테니 분명 온갖 사연과 낮은 욕지거리와 쓸데없는 농들을 다
들어주고 안아주는 품이 넓은 사람일 테다. 바람과 안개와 구름은 또 어떤가, 그것들은 고갯길의 그 웅장한 매력에 푹 빠진 열성 팬처럼 늘 곁에서 불어 대고 흩날릴 것이니 날려서 사라지는
것들이 안식처럼 머무는 마루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나는 큰아이의 이름에 고개를 뜻하는 峴(현)을, 둘째에겐 ‘들어라’는 의미의 聆(령)을 새겨 두었다.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4354 | 엄마, 자신, 균형 [1] | 어니언 | 2024.12.05 | 1442 |
| 4353 | [수요편지] 능력의 범위 | 불씨 | 2025.01.08 | 1454 |
| 4352 | 삶의 여정: 호빗과 함께 돌아본 한 해 [1] | 어니언 | 2024.12.26 | 1462 |
| 4351 | 목요편지 - 아내의 눈물 [2] | 운제 | 2018.10.18 | 1485 |
| 4350 | 화요편지 - 생존을 넘어 진화하는, 냉면의 힘 | 종종 | 2022.07.12 | 1491 |
| 4349 | [일상에 스민 문학] 휴가 책 이야기 1. | 정재엽 | 2018.08.15 | 1511 |
| 4348 | [일상에 스민 문학] 에필로그 [4] | 정재엽 | 2018.12.26 | 1511 |
| 4347 | [수요편지] 발심 [2] | 불씨 | 2024.12.18 | 1517 |
| 4346 | [금욜편지 89- 21세기에 프로로 산다는 것은] [4] | 수희향 | 2019.05.24 | 1523 |
| 4345 | 목요편지 - 요가수업 [2] | 운제 | 2019.05.09 | 1527 |
| 4344 | 어린이날 어떻게 보내셨나요? | 제산 | 2019.05.06 | 1539 |
| 4343 | 핀테크는 왜 '개인금융의 미래'라 불리는가?(2편)-레이니스트 [2] | 차칸양 | 2017.10.10 | 1543 |
| 4342 | [금욜편지 32- 서울산업진흥원 창업닥터] | 수희향 | 2018.04.13 | 1544 |
| 4341 | 세 번째 생존자 [1] | 어니언 | 2022.05.26 | 1544 |
| 4340 | [일상에 스민 문학] 휴가 책 리스트 | 정재엽 | 2018.07.24 | 1546 |
| 4339 | [금욜편지 98- 내가 만드는 나의 미래] | 수희향 | 2019.07.26 | 1546 |
| 4338 | 세상의 모든 쿠키는 수제입니다 [2] | 이철민 | 2017.12.14 | 1547 |
| 4337 | [일상에 스민 문학] - 수녀원에서 온 편지 | 정재엽 | 2018.01.24 | 1547 |
| 4336 | 모자라는 즐거움 [2] | -창- | 2017.08.26 | 1549 |
| 4335 | [금욜편지 25- 1인회사 연구소 (상편)] [2] | 수희향 | 2018.02.23 | 154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