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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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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4일 09시 10분 등록
우리는 지금 그야말로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한,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발전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10년 전만해도 어찌 지금과 같은 무선 인터넷 환경과 통신 환경을 꿈꾸었을 것인가? 무선랜, 와이브로, HSDPA 등 얼마 전까지만 해도 IT업종에 종사했던 나조차도 그 용어들의 의미를 제대로 설명하기가 힘들다. 핸드폰으로 영상통화가 되는 세상이며 우리나라는 물론이며 해외에 나가도 내 핸드폰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DMB를 통해서 손에 TV를 들고 다니면서 보는 세상이다. 핸드폰에서도 PMP에서도 네비게이션에서도 TV를 볼 수 있다. 재미있는 드라마를 꼭 집에 가서 볼 필요가 없다. 못 보면 또 어떤가 방송국 홈페이지에서 못 본 프로그램은 언제든지 다시 볼 수 있다. 돈은 조금 내야하지만, 공짜로 볼 수 있는 방법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2시간 짜리 영화 한 편을 전송 받는데 채 5분이 걸리지 않을 만큼 우리나라 인터넷 환경은 세계 최강이다. 이제는 뭐든지 동영상으로 만들어야 눈길을 받는다. 지금 전 세계는 UCC의 열풍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우리 모두는 언제든지 근사한 영상 속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핸드폰에는 카메라가 있고, MP3플레이어가 있다. 전자사전에 MP3플레이어가 있는 것인지, MP3플레이어에 전자사전이 있는 것이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두 가지가 함께 있다. 네이게이션에는 MP3있고, 영화를 볼 수 있고, TV를 볼 수 있다. 카메라는 캠코더가 되고, 캠코더는 카메라가 된다. 컨버전스라는 이름하에 각종 전자기기들은 그 정체성이 갈수록 모호해 지고 있다. 손바닥만한 컴퓨터가 이곳저곳에서 돌아다니고 있으며, 돈 좀 있는 사람들만 가지고 다니던 노트북은 이제 웬만한 대학생들은 다 하나씩 갖고 다닌다.

통신환경과 전자기기 뿐 만이 아니다. 우리의 삶은 하루가 다르게 편해지고 있으며, 내일이면 또 무엇이 등장해 우리의 탄성을 자아낼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런 근사한 삶 속에서 항상 드는 생각 하나. 이렇게 인간의 편리를 위해 모든 것이 갖추어진 이 시대에 과연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한가? 인간이 그토록 목숨 걸고 개발하는 기술이라는 것이 모두 인간의 행복을 위한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메모리의 용량이 매년 2배씩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의 속도에 맞추어 인간의 행복과 삶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져가야만 하는 것인데 전혀 그렇지가 않아 보인다.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들은 오히려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터넷이라는 편리한 도구로 인한 피해 및 그 폐해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인터넷을 통한 각종 범죄는 날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어떠한 근본적인 대책도 없다. 그저 여기 터지면 여기 막고, 저기 터지면 거기를 막을 뿐이다. 게임 중독, 쇼핑 중독, 인터넷 중독 등 각종 중독자는 정확한 수치조차 파악하기 힘들다. 이처럼 심각한 것만이 아니라 하더라도, 일상 생활에서도 인터넷이 우리의 주의와 집중력을 심각하게 앗아가는 시간도둑이 되는 경우는 허다하다.

자동차를 사기 위해서는 면허를 따야하고 면허를 따기 위해서는 비싼 돈을 주고 학원을 다녀야 한다. 자동차를 사면 보험을 들어야 하고, 자동차세를 내야하고, 가끔 벌금을 물기도 해야 하며, 비싼 기름값에 성질을 내야하고, 성질이 나니 퇴근 후에 술도 한 잔 하게 된다. 좁은 나라에 차는 많아 다들 비슷비슷한 차들이니 남들보다 튀기 위해 갖가지 장식도 해야 하고 좀 더 편하게 운전하기 위해 방석도 사고, 시트도 사고, 각종 악세사리로 장식도 한다. 자동차가 있으니, 운동 삼아 걸어도 될 거리를 꼭 차를 타고 가고, 매일 차를 타다보니 운동부족으로 살이 찌고 체력이 저하되어,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헬스클럽에 가서 돈을 주고 걷는다. 목이 마르니 몸에 좋지도 않은 시원한 콜라를 한 잔하거나 집에 와서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마신다. 도대체 우리가 살고 있는 이러한 생활이 우리를 언제쯤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인지 궁금하다. 곧 편한 것이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니리라.

가끔씩 TV에서 멀쩡히 도시 생활을 잘 하다가도 모든 것을 접고 시골로 내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나야 서울에서 태어난 서울 토박이임에도 불구하고 그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발전이라 불리우는 세상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는 것조차 힘들 때가 있다. 문명이라 것, 기술이란 것이 우리의 몸을 편하게는 해줄지언정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제레미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을 통해 그야말로 우리가 꿈꾸어 왔던 세상이 어떻게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는지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노동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열심히 만들어 낸 것들이 우리는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만든 기술 위주의 세상이 우리 인간에게 오히려 크나큰 재앙을 불러온다는 것은 SF의 영화의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우리가 만든 로봇들이 반란을 일으킨다거나 하는 내용 말이다. 우리가 이런 것에 대한 걱정을 해도 세상은 쉴새없이 변화하고, 발전이라는 이름을 한 채, 진정으로 발전인지 퇴보인지 알기 힘든 상태로 미친듯이 나아갈 뿐이다. 리프킨의 책에서, SF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암울한 미래가 다가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IP *.34.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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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
2008.08.04 11:26:54 *.128.98.93
우리가 과학 문명때문에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인류 스스로의 자각이 필요하겠지?

다시 돌아온 빠른 회사의 삶에서 나도 다시금 이상한 목적의 전치를 느끼고 있다. 우리가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일을 하기 시작했는데 일에 치여서 왜 일을 시작했는지 잊어 버리고 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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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08.04 21:23:40 *.179.68.77
조만간 초심자를 위한 '켄 윌버'의 사상에 대해 소개를 기대한다 ^^
글구 9월인지 10월인지 지난번 이야기했던 전무후무한 코칭 강의 어떻게 신청하는지 알려주라~ 메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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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8.04 23:19:36 *.36.210.11
설마 우리같이 느리게 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별 일이야 있을라고. 또 부지런한 누군가 말끔히 정화시킬 궁리를 해낼 수 있게 되겠지. 조금 더 주의 해야겠다. 욕심은 줄이고 의식은 높이고 실천은 똑 부러지게 차근히 해나가 보자. 이제라도 사소한 것부터 우리가 먼저.


그나 저나 지혜는 일도 힘들고 몸도 많이 지치겠구나. 인용문은 지환이 좀 도와 주면서 하면 어떨까? 사실 몸 무거워지면 이 더운 여름 졸리고 지치고 나른하고 도무지 어떻게 할 수가 없거든. 남자들은 죽었다가 깨어나도 잘 몰라. 태생부터가 바보들이라서.(ㅋ) 참, 편한 마음으로 짬짬이 육아일기를 써보는 것도 괜찮겠다. 지혜에게는 무엇보다 그게 그리고 건강이 가장 중요한 시기니까. 물론 사부님 기분 좋으실 때 살짝 여쭤봐야겠지.

누이가 밥 한 번 쏘마. 이쁜 지혜 힘내라고 전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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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05 00:01:16 *.180.129.173

그러니까 부리려고 만든 문명의 이기들이 언젠가는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올것이라는.

그러나 그들이 없는 것을 우리가 가지고 있으니
휴머니티. 우리가 좀더 세지 않을까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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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환
2008.08.05 09:42:35 *.34.17.28
써니누나. 감사합니다.^^
몸이 무거워서 그런가 앉아있기가 많이 힘들다고 하네요~
인용문 옮기기를 제가 하는건 본인이 싫다고 하고.ㅎㅎ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가며 어찌해야 할지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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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로킹
2008.11.05 14:26:07 *.137.16.123

허브로는 Wibro 노트북 넷북, 웹북, UMPC 10.2' 화면 앙증맞은 미니노트북 판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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