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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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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4일 09시 29분 등록
유산

2003년 카타르로 출장을 갔었다. 걸프해 주변의 나라들은 이른바 ‘검은 황금’이라고 부르는 석유로 대박을 터뜨린 나라들이 많다. 카타르도 그중 하나다. 땅 덩어리로 치자면 우리나라 경기도만큼 하니 아주 조그맣다. 그곳에서 며칠 일 하면서 느꼈던 것이 몇 가지 있다. 그건 카타르 현지인으로 일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과 그들의 복지 혜택을 듣고 약간 망연자실 했던 기억이다.

그 당시 카타르는 천연가스와 원유 생산 설비에 많은 투자가 이어졌다. 그 덕에 우리나라 건설사와 플랜트 시공사가 많은 물량을 수주해서 공사가 한창이었다. 시공을 맞은 우리나라 업체 사람들은 대부분 중간관리자다. 공사의 전반적인 공정을 담당했고 작업자를 관리한다. 용접, 배관, 조립, 사상, 페인트 등 직접적인 작업은 대부분 필리핀, 인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노동자들이다. 카타르 현지인은 공사현장에서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전체적인 관리 감독도 대부분 엔지니어링 업체에 대행을 시킨다. 유럽 국가들이 그런 일을 맞아서 처리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 도대체 이 나라 사람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 것일까?

이곳에 와서 우리나라 사람들과 이야기를 통해 오리지날 카타르 국민들은 먹고살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심지어 결혼을 하면 국가에서 집도 지어준다고 한다. 기본적인 학교만 나오면 공공기관에 대부분 취업이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우리나라 현실과 비교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말 그대로 끝내주는 나라였다. 최소한 취업 걱정은 없을 테니 말이다.

부모에게 유산을 물려받아 그 돈으로 별 탈 없이 사는 사람들이 있긴 하다. 그러나 국가로부터 이런 대접을 받는 개인이 지구를 통 털어 얼마나 될까?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걸프해 주변엔 꽤 된다고 한다.

제레미 리프킨의 [수소혁명]을 읽으면서 갑자기 5년 전 생각이 난 것이다. 그냥 겉으로 보면 부럽게만 느껴질 수 도 있는 그들 나라의 속을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사실 대책이 그리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현제 전 세계에서 석유 매장량이 가장 많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우스게 소리로 이런 말을 한다고 하니 그들 마음이 어떨지 씁쓸하다.

“아버지는 낙타를 타고 다니셨고 난 자동차를, 아들은 제트 비행기를 몰고 다닌다. 그러나 내 손자는 낙타를 타고 다니게 될 것이다.” 151p

유산의 한계다. 지하자원으로 승부를 걸고 있는 나라들의 고민을 여실히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들은 그들의 돈으로 그들의 자식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 현재 먹고 살 걱정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들 나라의 속을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는 것이 리프킨의 지적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스스로 해결할 능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그들은 지금 석유에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지하자원은 길어야 50년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정설처럼 들린다. 물론 우리나라처럼 지하자원 하나 없는 드럽게 축복받은 땅도 있는데 그것보다는 백배 더 낮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맞는 이야기다. 그러나 거기에는 다른 하나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건 스스로 변화에 적응하려 하는 학습능력과 실행력이 뒷받침 되느냐에 문제다. 이런 것이 되면서 50년 치의 유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뭐가 문제가 될까?

그러나 그들의 현실을 보면 그렇게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우선 그들의 학습욕구는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도 뒤떨어진다. 청년 실업률은 20%에 육박한다고 하니 우리나라 청년 실업은 그 앞에 가면 양반이다. 이들의 대부분은 정규 교육마저도 받지 않으려고 한다. 그것이 그들의 미래다. 그러니 그들의 손자들은 다시 낙타를 타야할 지도 모른다는 말이 우스겟 소리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

나는 그 당시 그들이 무척 부러웠다. 지하자원이 풍부한 돈 많은 나라에 태어난 그 나라의 젊은이들은 엄청난 행운아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들이 좀 걱정된다. 아니 그들의 미래가 어떨지 궁금하다.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삶에 대한 태도이기 때문이다. 이미 유산의 좋지 않은 위대함을 한참 체험한 그들 몸속에 그동안 축적해 놓은 타성에 젖은 지방덩어리가 타고 없어지려면 고생 꽤나 하겠다란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어쩌면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 태어난 것이 더 축복받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최소한 우리는 변화는 필수라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IP *.41.103.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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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2008.08.04 14:04:27 *.67.52.197
결핍이 발전의 원동력인 셈이군요.
그래도 우리나라에 석유는 없어도 천연가스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한 일이백년만이라도 쓸 수 있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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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08.04 21:21:06 *.179.68.77
워렌 버핏은 평소에 자신의 세 자녀에게 한 푼의 유산도 남기지 않겠다고 공언했다고 합니다.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라고 말했다고 하더군요. 버핏다운 멋진 '유산'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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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05 00:03:09 *.180.129.173

유산은 없어도 대체 에너지는 얼른 실용화 되어야지.
동부인한 보길도는 언제 다녀 오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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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
2008.08.05 08:27:19 *.128.98.93
일전에 누군가에게 들었던 재미난 이야기가 하나 생각납니다.
한 한국의 젊은 여자가 유학을 갔다가 아랍의 부유한 자제를 만났다는 군요. 그러다 결혼을 하자고 해서 결혼을 했더랍니다.아무것도 모르고 결혼을 승낙했는데 알고봣더니 네번쨰 부인이더랍니다.모든 것이 다 좋아도 네번쨰 부인으로 아무도 없는 타국땅에 살기가 싫더랍니다. 그래서 보따리 싸들고 한국 좀 다녀 오겠다고 나왔답니다.
그리고는 다시 들어가기가 싫어서 안 들어 갔는데, 이혼도 못 한답니다. 그 나라 법에 의하면 남편이 이혼을 하자고 하지 않으면 이혼이 안 된다는 군요.
남편이 제발 한국에 나와서라도 이혼을 하지 말자고 해서 한국에 나와서 사는 그 부유한 여인네는 너무 허무하답니다. 돈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지만 돈이 많이 생긴 이후에는 무엇인가를 하고픈 욕구가 없어졋답니다.

그 이야기 생각해 보니 돈은 없지만 욕심 많은 제가 행복해 보입니다..
ㅋㅋ 아침부터 일은 안 하고 쓸데없는 이야기 하나 생각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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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웅
2008.08.05 08:35:58 *.41.103.229
김지현님 고맙습니다..^^
그러게요 100년은 고사하고 한 30년정도 파먹을 그런것이라도 있으면 좋겠습니다..ㅎㅎ

중환아 퍼핏을 좋아하는 구나. 나도 그분을 존경한다..^)^

앤누이 보길도 내일 갑니다. 정말 오랜만의 가족 여행입니다.^^

현정아! 일해라..ㅋㅋ
돈이 많은 것과 행복은 정말 별게의 문제인것 같다.
돈도 많고 행복하면 더욱더 좋겠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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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2008.08.05 11:00:30 *.97.37.242
삼대가는 부자가 없다고 했지.
부가 부를 낳는 경제법칙에 따르면 말이 안되는 소리지만,
꼭 멍청한 후손이 나타나서 많은 재산을 다 말아먹는다는 스토리.
자기 능력으로 돈을 관리할 수 없으면 아무리 많은 돈도 휴지조각이지.
땀흘려 번 돈만이 보람과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평범한 진실.

그런데 어쩌냐, 난 매주 로또를 사거든. 돈벼락을 맞아보고 싶어서.
아직도 일확천금, 공돈을 바라는 속물 근성이 정리가 안되고 있어.
말하는 것과 행동이 따로 노는 거지.
한가지 다행스러운 건 연구원 하기 전보다는 구매금액이 좀 줄었다는 점.
연구원을 하면서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정도만 해도 상당한 발전 아닌가? ㅋㅋ

돈 많은 것과 행복은 별개의 문제라는 데 100프로 동감이다.
돈도 많고 행복하면 더 좋다는 데 200프로 동감이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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