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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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출처: https://www.fluentu.com/blog/educator-english/esl-conversation-lessons-for-adults/
지난해부터 코로나로 해외 여행을 하는 것이 어려워졌습니다. 그 전에는 중학생이나 초등학생도 방학 때 어학연수를 가는 걸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방학 뿐 아니라 아예 한학기나 1년을 갔다 오는 경우도 간혹 있었지요. 같은 반의 친구가 어학 연수를 갔다 와서 프리 토킹을 아주 잘 하게 되었다며,
자기도 가고 싶다고 조르는 자녀를 보내야 할지 고민하는 부모들도 종종 있었습니다. 이런
고민을 들을 때 저의 답은 ‘여유가 있다면 보내는 건 좋지만 큰 기대는 하지 말라’ 입니다.
2~3개월, 또는 한 학기를 다녀와서 말을 술술 잘 하게 되었다면 그 학생은 그 전부터 영어 공부를 많이 했고 잘 하던
학생이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단지 실제로 말을 할 기회가 부족해서 닫혔던 말문이 어학연수를 계기로 트였을
겁니다. 영어를 잘 못하거나 그저 그랬던 학생이 몇 개월의 해외 생활로 자유롭게 말을 하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으면” 보내라는 건 영어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하기 싫고 어렵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공부로만 여겼던 영어가 의사소통의 수단이란 걸 깨닫게 되기를 기대하는 것이지요.
물론 국내에서도 TV나
온라인으로 다양한 영어 콘텐츠와 학습도구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상 현실이 아니라 몸으로 부딪히며
영어를 사용하는 환경에 노출되는 건 다른 이야기 입니다. 외국인과의 대화가 처음에는 부담스럽고 입이
안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말을 알아 듣고, 또
그들이 나의 말을 알아들어서 원하는 걸 얻게 되는 건 차원이 다른 경험이지요. 한 발 나아가 친구를
사귀게 되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립니다. 손짓, 발짓, 알아 듣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대화를 하고 싶어 집니다. TV나 영화를 보며 줄거리만 이해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농담을 이해하며 함께 웃고 싶어 지기도 하지요. 영어를 쓰는 홈스테이 가정에서 지내게 되면 효과는 더욱 커집니다.
하지만 아직 어린 초등학생이, 그것도
영어를 잘 못하는 어린이가 말이 전혀 안 통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몇 달을 보내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초등학생 어학연수의 경우에는 한국인 보호자가 있는 가정에 지내거나 한국인 가이드가 운영하는 기숙사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지요. 이럴 경우에는 효과가 없는 걸까요?
몇 년 전 겨울 방학에 조카가 캐나다의 학교에 갔다 왔습니다. 현지 학교에 단기 위탁 교육 형식으로 다녔다고 하는데요. 얘기를
들어보니 한국 학생들이 한 반에 5~6명 씩 들어가 현지 학생들과 함께 공부를 했다고 합니다. 캐나다 학생들과 짝을 이루어 같이 공부도 하고 박물관 등을 견학하기도 했다네요. 겨울에 갔으니 스키 캠프도 빼놀 수 없었겠지요. 한국 학생 여러
명이 한 반에 있다 보니 현지 학생들보다는 한국 어린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고 합니다. 연수가 끝났을
때는 생각만큼 영어가 늘지도 않았고요. 실망한 동생에게 조카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엄마, 스키 캠프가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영어를 못 해서 새치기하는
애들에게 아무 말도 못해서 속상했어요. 영어를 잘 하고 싶어요.”
그 후 조카의 영어 실력이 일취월장 한 건 아닙니다. 다만 영어를 제일 싫어하던 아이가 이제는 스스로 영어 책을 찾아 읽을 정도 입니다. 초등학생을 방학동안 해외에 보낼 때는 딱 이정도의 효과만 기대하는 것이 좋습니다. 글로벌 리더가 되는 꿈을 갖게 되거나, 외국 친구를 여러 명 사귀어
지속적인 연락을 하느라 영어 실력이 쑥쑥 늘어난다면 정말 좋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저 영어에
대한 흥미가 생기고 왜 영어를 대하는 태도만 바뀌어도 성공했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이 정도의 변화에
수백만원을 써야 하는 걸까요? 다른 더 효율적인 방법도 있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초등학생, 중학생의 해외 영어 연수는
그닥 가성비가 좋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옆집 아이가 갔다는 이유로 우리 아이도 보낼 필요는 없습니다. “여유가 있다면” 보내도 괜찮다고 했지요. 이 때 여유는 경제적 여유 뿐 아니라 부모의 “마음의 여유”도 포함됩니다. ‘그렇게 큰 돈을 썼는데 왜 이것 밖에 안 돼?’라고 꾸짖지 않을 여유 말입니다.
비용, 시간 대비 효과를
볼 때 바람직한 해외 연수 시기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인 것 같습니다. 그이유는 다음 시간에 저의 경험을
통해 나누겠습니다.
갑자기 추워지더니 또 갑자기 더워졌네요. 곧 여름이 오려나 봅니다.
이번주도 건강하고 행복한 한 주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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