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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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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27일 17시 37분 등록


첨단의 변증법


 


세상이 나를 작아지게 만들어도 그럴수록 높은 곳을 봐야 한다. 높은 곳은 어디인가? 산의 꼭대기인가, 조직의 사다리 맨 윗자리인가,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관료 끝머리인가? 아니다. 그런 곳들은 내가 죽어도 누군가가 끊임없이 오르고 다시 내려오고 또 누군가 오를 수 있는 영원의 자리다. 생명의 자리가 화끈한 자리가 아니다. 첨단의 높은 곳은 우리 자신의 꿈이다. 각자의 꿈이 실현되는 자리다. 직선으로는 닿을 수 없는 곳, 내가 아니면 그 누구도 이를 수 없는 곳, 애를 쓰고도 이르지 못할 수도 있고, 바로 눈 앞에 보이지만 여지없이 둘러가야 할 때도 있는 곳이다. 내 마음 속에 그 곳이 있는가? 내가 기어이 이르고 싶은 나의 모습이 있는가?


 


니체는 선악의 저편에서 그곳에 가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다. 그곳 정상에서 황금으로 만든 탁자에 천연히 앉아 는 나를 기다린다고 암호 같은 시를 끝맺는다. 알베르 까뮈는 니체의 정상을 두고 삶을 온전히 느끼며, 몰락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꺼이 자신을 던지고, 담금질해야 이를 수 있는 다 사는 것으로만 닿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것은 일종의 이상적 자신의 모습을 상정하는 일이면서 미래로 먼저 가 본 뒤 다시 돌아온 자의 삶의 자세를 설명하는 것 같다. 자기혁명의 변화경영사상가 구본형은 꿈을 찾아내는 방법론으로 자기 미래의 ‘10가지 아름다운 풍광을 묘사하라는 명령으로 가장 까다로운 암호인 를 해독하는 실마리를 얻는다. 그는 미리 본 나를 북극성으로 비유한다.


 


높은 정상에서 황금탁자에 앉아 나를 기다리는 니체의 나는 구본형의 북극성이다. 이로써 지금의 나는 북극성이라는 가능태의 현실태가 된다. 가능태는 언젠가 현실태가 될 수밖에 없고 현실태는 가능태의 실현이므로 이 둘은 다르지 않다. 그러나 다르다. 정상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나지만 다른 것처럼. 그러니까 삶은 나로부터 시작해 결국 나로 옮아가는 자기경멸, 자기살해, 자기극복의 과정이다. 이 과정의 총체적 요약이 까뮈의 다 사는 것으로 설명되고 그것이 이른바 삶을 꼭 붙들고 삶 속에서 자신을 구하는 자기구원의 메커니즘이다.


 


우리는 북극성에 닿을 수 없다. 그러나 북극성은 나침반의 끝을 떨리게 한다. 닿을 수 없지만 내 삶을 떨리게 만드는 삶에 북극성 하나를 상정하는 일은 지루한 삶을 중단시킨다. 계획은 사무적이고 목표는 가깝고 목적은 전략적이다. 꿈은 어떤가, 손에 잡히진 않지만 가슴 뛰게 만든다. 주위 사람들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흘려듣거나 웃음거리로 여기는 첨단 하나를 간직한 나는 월납 백만 원짜리 보험보다 든든하다. 삶은 나침반처럼 부들거리며 끊임없이 흔들리지만 바늘은 오직 꿈으로만 향한다. 비록 우리는 땅을 기어 다니는 수평의 삶을 죽을 때까지 버리지 못하겠지만 수직의 첨단을 향하는 꿈은 아무도 말릴 수 없다.


 


평범한 사람이 어느 날 어느 순간 거북목을 꼿꼿이 그리고 천천히 척추도 세워 첨단을 바라본다. 오래된 서류가방을 스스로 던지고 피켈로 바꾸어 잡는다. 잘 차려진 밥상 대신에 거친 코펠 밥을 나누어 먹고 죽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들만 넣은 단출한 배낭을 둘러매고 바람이 부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든다. 갈기 같은 머리가 휘날린다. 첨단에 이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비로소 삶은 우리를 떨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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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6 21:13:20 *.52.45.248

다음 주에 저도 가족과 함께 떠나 볼려고 계획 세웠습니다. 

어린 시절 외가 마당에 깔린 멍석 위에서 모깃불 너머 하늘로 보이던 은하수 보러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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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7 11:49:50 *.161.53.174

아, 부럽습니다.

별, 봄 바람, 시골 냄새 스멀스멀 풍기는 아름다운 밤. 

아,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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