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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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맨땅에 헤딩한 경험이 꽤 많다. 아니 어쩌면 여지 것 인생 자체가 맨땅에 헤딩하면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이상하게도 뭔 일을 하려하면 처음해보는 것이고 그나마 도움을 받을 사람이 주위에 없었다. 인복이라고는 드럽게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으로 맨땅에 헤딩하기를 즐겼던 것 같다.
2000년의 일이다. 회사입사 후 얼마 되지 않아 나에게 처음으로 일이 주어졌다. 그러나 그 일은 많은 사연을 안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 일은 내 위로 있던 기존 과장, 대리 등 경력사원을 모두 떠나게 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해보는 크레인 종류였다. 그 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회사에서 사장님 뿐 아무도 시도하려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그런 크레인을 만들어 본 경험이 없다는 것이 이유의 전부였다. 참고할만한 자료가 없고, 기존에 해왔던 일과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어찌되었든 그런 상황에서 신입사원인 나에게 그 기회가 주어졌다. 사실 꿩 대신 닭이란 심정으로 사장님께서 나에게 그 일을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시키셨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그 크레인을 만들고 싶었다.
어쨌든 나는 그때부터 기계공학에 대한 기초를 다시 다지기 시작했다. 모르는 것이 참 많았다. 내가 학교공부를 너무 소홀 했구나 라는 후회가 하루에도 몇 십번씩 일었다. 설상가상으로 회사에서 선배가 없었던 나는 기술적 내용에 대한 자문을 구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오히려 내가 학습자로서의 기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기회였다.
인터넷에 여러 분야의 기계기술자들이 모여 만든 사이트가 있었다. 그 사이트를 그때 쯤 발견했다. 많은 사람들이 의견도 올리고, 질문과 답도 해주는 아주 유익한 사이트였다. 회사 일과가 끝나면 그 사이트에 접속해 질문과 답을 읽는 것이 참 즐거웠다. 시간가는 줄도 모를 정도로 집착했다. 그리고 그곳에 내가 알고 싶은 내용의 질문을 올리기도 했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얻었다. 그 답 글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아니 평생 잊지 않을 것이다. 나를 스스로 공부할 수 있게 해준 답 글이었기 때문이다. 답 글의 내용은 이랬다.
“님께서 질문한 내용은 정역학의 기본입니다. 공대를 나오신 것 같은데 이러한 내용을 아직 알지 못한다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번은 답을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이런 문제 정도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세요. 여러 가지 상황을 만들어 스스로 많은 문제를 풀어보는 길 이 외에 다른 왕도는 없습니다.”
사무실 주위에 아무도 없었는데 얼마나 얼굴이 화끈거리던지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무지의 소산이 이런 거구나...... 뼈 속까지 아프고 부끄러웠다. 내 스스로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그일 이후 나는 그 사이트에 올라온 질문과 답을 모조리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일과 관련된 부분을 스크랩했습니다. 회사 제품을 분석하면서 공학적 접근을 시도해 보았다. 뭔지는 잘 몰랐지만 그렇게 접근하면 될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에 시작한 일이 만 1년이 지났을 무렵 코엑스 전시장에서 그때 나에게 답을 해주시던 분들을 직접 뵙는 거짓말 같은 일이 내 앞에 펼쳐졌다. 그분이 운영하시는 회사가 전시회에 나왔던 것이다. 회사 이름을 알고 있던 터라 금방 알 수 있었다. 나는 서슴없이 그분 앞으로 다가 갔다. 그러나 왠지 떨렸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그분께 다가가 인사하며 말을 건냈다.
“저는 홍현웅이라고 합니다. 작년에 테크노넷에서 선생님을 귀찮게 해드린적이 있는데 기억하시는지요”
“아~~ 기억납니다. 요즘은 질문을 안하시던데......."
"내 그때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을 듣고 스스로 답을 찾고 있습니다. 꼭 만나 뵙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그때 선생님께서 해주신 이야기가 저에게 쓴 약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선생님처럼 좋은 엔지니어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무런 댓가 없이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의 지식과 배움을 공유해주셨던 김경원 기술사님, 류재환 기술사님, 이진희 기술사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때 선생님들의 넉넉한 웃음이 떠오른다.
난 공부하고는 인연이 없는 학창 시절을 보냈다.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도 반에서 10등 안에 들어본 적이 없다. 중학교 때도 마찬가지였다. 공업고등학교를 입학해서 내 성적은 보여주기 창피할 정도다. 중간도 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대학에 들어간 것은 나도 신기할 정도다. 이렇게 어렵게 들어간 대학이라면 정신을 차릴 만도 하건만 내 대학 성적은 공고 시절보다 나을게 하나도 없다.
배움이 짧으니 뭔 일을 할 때 맨땅에 헤딩부터 하고 일을 시작해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없는 것이 아니고 시도하지 않기 때문에 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걸 나는 몸으로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시도하면 시도한 만큼 뭔가가 나오게 마련이다. 거기부터 다시 또 맨땅에 헤딩하면 된다. 몇 번 두드리다 보면 거짓말 같은 일들이 일어난다.
IP *.34.17.28
2000년의 일이다. 회사입사 후 얼마 되지 않아 나에게 처음으로 일이 주어졌다. 그러나 그 일은 많은 사연을 안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 일은 내 위로 있던 기존 과장, 대리 등 경력사원을 모두 떠나게 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해보는 크레인 종류였다. 그 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회사에서 사장님 뿐 아무도 시도하려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그런 크레인을 만들어 본 경험이 없다는 것이 이유의 전부였다. 참고할만한 자료가 없고, 기존에 해왔던 일과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어찌되었든 그런 상황에서 신입사원인 나에게 그 기회가 주어졌다. 사실 꿩 대신 닭이란 심정으로 사장님께서 나에게 그 일을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시키셨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그 크레인을 만들고 싶었다.
어쨌든 나는 그때부터 기계공학에 대한 기초를 다시 다지기 시작했다. 모르는 것이 참 많았다. 내가 학교공부를 너무 소홀 했구나 라는 후회가 하루에도 몇 십번씩 일었다. 설상가상으로 회사에서 선배가 없었던 나는 기술적 내용에 대한 자문을 구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오히려 내가 학습자로서의 기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기회였다.
인터넷에 여러 분야의 기계기술자들이 모여 만든 사이트가 있었다. 그 사이트를 그때 쯤 발견했다. 많은 사람들이 의견도 올리고, 질문과 답도 해주는 아주 유익한 사이트였다. 회사 일과가 끝나면 그 사이트에 접속해 질문과 답을 읽는 것이 참 즐거웠다. 시간가는 줄도 모를 정도로 집착했다. 그리고 그곳에 내가 알고 싶은 내용의 질문을 올리기도 했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얻었다. 그 답 글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아니 평생 잊지 않을 것이다. 나를 스스로 공부할 수 있게 해준 답 글이었기 때문이다. 답 글의 내용은 이랬다.
“님께서 질문한 내용은 정역학의 기본입니다. 공대를 나오신 것 같은데 이러한 내용을 아직 알지 못한다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번은 답을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이런 문제 정도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세요. 여러 가지 상황을 만들어 스스로 많은 문제를 풀어보는 길 이 외에 다른 왕도는 없습니다.”
사무실 주위에 아무도 없었는데 얼마나 얼굴이 화끈거리던지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무지의 소산이 이런 거구나...... 뼈 속까지 아프고 부끄러웠다. 내 스스로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그일 이후 나는 그 사이트에 올라온 질문과 답을 모조리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일과 관련된 부분을 스크랩했습니다. 회사 제품을 분석하면서 공학적 접근을 시도해 보았다. 뭔지는 잘 몰랐지만 그렇게 접근하면 될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에 시작한 일이 만 1년이 지났을 무렵 코엑스 전시장에서 그때 나에게 답을 해주시던 분들을 직접 뵙는 거짓말 같은 일이 내 앞에 펼쳐졌다. 그분이 운영하시는 회사가 전시회에 나왔던 것이다. 회사 이름을 알고 있던 터라 금방 알 수 있었다. 나는 서슴없이 그분 앞으로 다가 갔다. 그러나 왠지 떨렸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그분께 다가가 인사하며 말을 건냈다.
“저는 홍현웅이라고 합니다. 작년에 테크노넷에서 선생님을 귀찮게 해드린적이 있는데 기억하시는지요”
“아~~ 기억납니다. 요즘은 질문을 안하시던데......."
"내 그때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을 듣고 스스로 답을 찾고 있습니다. 꼭 만나 뵙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그때 선생님께서 해주신 이야기가 저에게 쓴 약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선생님처럼 좋은 엔지니어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무런 댓가 없이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의 지식과 배움을 공유해주셨던 김경원 기술사님, 류재환 기술사님, 이진희 기술사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때 선생님들의 넉넉한 웃음이 떠오른다.
난 공부하고는 인연이 없는 학창 시절을 보냈다.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도 반에서 10등 안에 들어본 적이 없다. 중학교 때도 마찬가지였다. 공업고등학교를 입학해서 내 성적은 보여주기 창피할 정도다. 중간도 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대학에 들어간 것은 나도 신기할 정도다. 이렇게 어렵게 들어간 대학이라면 정신을 차릴 만도 하건만 내 대학 성적은 공고 시절보다 나을게 하나도 없다.
배움이 짧으니 뭔 일을 할 때 맨땅에 헤딩부터 하고 일을 시작해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없는 것이 아니고 시도하지 않기 때문에 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걸 나는 몸으로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시도하면 시도한 만큼 뭔가가 나오게 마련이다. 거기부터 다시 또 맨땅에 헤딩하면 된다. 몇 번 두드리다 보면 거짓말 같은 일들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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