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최지환
  • 조회 수 5474
  • 댓글 수 10
  • 추천 수 0
2008년 8월 31일 18시 27분 등록
문제: 성냥개비 4개가 있다. 이를 이용해서 밭 전(田)자를 만드시오.

최근 본 '창조성'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의 도입부에서 시청자에게 주어진 문제이다. 어떤가, 쉽게 풀 수 있는가? 나 역시 성냥개비를 잘라보기도 하면서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봤지만 이 문제를 푸는 것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내가 해 본 시도들 역시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특별한 것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인간은 그야말로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존재이니 이것들을 모두 쓰라고, 쓸 수 있다고 부추기길 좋아하는 나로서는 창조성이란 것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가 없다. 서점에만 가 봐도 창조성 개발에 관한 책은 넘쳐난다. 이유는 단순하다. 창조성은 인간만이 가진 고유의 잠재력이기 때문이다. 나중에 세상이 또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지만, 인간의 창조성을 기계나 컴퓨터가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은 나는 물론이며 창조성을 평생 연구해 온 석학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어떤 식으로든 기계가 하는 일에는 사람이 먼저 개입해야만 한다. 앞으로 수많은 일들이 컴퓨터와 기계의 몫으로 대체될 것은 불을 보듯 뻔 한 일이기에 인간만이 가진 고유의 능력을 개발하고 이를 키우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추세이다. 창조성에 대한 또 다른 공통된 의견 중 하나는 이것은 누구든지 갖고 있는 기본적인 잠재력 중 하나라는 것이다.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나 특별한 소수만이 갖고 태어나는 것이 아닌 평범한 우리에게도 창조성은 있는 것이다. 천재들은 그저 그것들을 잘 끄집어내 제대로 사용한 사람들일 뿐이다. 이러한 관점 역시 많은 연구결과에 의해 뒷받침 되고 있다. 변경연에서 자주 언급되는 책 중에 하나이며 평범한 사람들의 창조성 개발을 다룬 '아티스트 웨이'의 저자 줄리아 카메론은 "모든 사람의 내면에는 창조성(아티스트)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그녀의 말은 창조성이 인간의 타고난 능력이라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이렇게 인간 누구에게나 잠재되어 있는 창조성이 지닌 가치는 어떠한가? 그리고 창조성 개발로 크나큰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낸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남녀노소가 다 아는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 해리포터 시리즈, 1997년부터 2006년까지 그 책의 총 판매수익은 308조원으로 이는 우리나라 전체 예산의 1.2배에 달한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저자 조안.K.롤링은 생활보조금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며 궁핍한 생활을 하던 무명작가지망생에 불과했다. 그녀에게 세계를 발칵 뒤집을 만한 창조성이 있을 것이라고 누가 예상했겠는가? 대표적인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은 2005년 한 해 18조 803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2007년에는 패션부분에서 세계 브랜드 가치 1위의 평가를 얻어냈다. 이러한 결과를 이끌어내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수석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는 1993년 Perry Ellis에서 일하던 당시 자신의 고집스런 디자인 때문에 해고를 당하기도 했었다. 전 세계적으로 IT기기의 디자인 열풍을 불러일으킨 아이팟의 개발사 애플. 애플은 2005년 브랜드 가치 51위의 평가를 받았으며, 2007년 연매출 200억불(20조원)을 달성했다. 바로 애플과 아이팟하면 떠오르는 인물, 스티브잡스는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기도 한 사람이었다. 이 같은 예는 찾아보기로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더 찾아볼 수 있다. 창조성이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그 능력이 지닌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에 불과하다. 이 세상 어디를 둘러보아도 우리 주위의 모든 것들은 결국 인간의 창조성이 이루어낸 산물들이다.

그렇다면 창조성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발휘할 수 있는 것일까? 창조성 연구에 평생을 바쳐온 학자들이나, 자신의 창조성을 끄집어내 크나큰 성공을 이룬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은 무엇보다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것이다. 이미 너무나 많이 들어, 식상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답은 그토록 단순한 것이다. 좋아서 하는 일이면 길게 갈 수 있고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낼 수 있다.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끝까지 가다보면 자신 안에서 무엇이 나올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좋아하면 인간이 그토록 두려워하는 수많은 위험들도 감수할 수 있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끊임없이 노력하라는 것이다. '노력' 하면 언제나 언급되는 인물인 토마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기 위해 2000번의 실패를 했다는 이야기는 이제 너무도 많이 들어 식상할 지경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터넷(SDN)을 개발하여 우리나라가 현재의 IT강국이 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 KAIST의 전길남 박사는 개발 당시 IT관련 전문지를 한 달에 무려 200권까지 읽으며 연구에 전념했다고 한다. 창의적이 되기 위해선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자신이 풀어내려는 문제를 이미 푼 사람이 없는지, 풀려고 했던 사람이 있다면 그들은 어떤 방법으로 도전했는지 등 모든 것들을 알아야 한다. 인간의 진정한 천재성이란 기존에 누적되어온 인류의 지적 결과물들을 충분히 학습했을 때 발휘되는 것이다. "모든 전문가가 창의적이지는 않지만, 창의적이 되려면 반드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UC샌디에고대의 헤롤드 코헨 교수의 말이 인상적이다.

창의적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참 별 것 아닌 듯하다. 어떤 문제에는 주어진 정답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지금까지 보아온 것과는 다른 방향에서 바라봐 주는 것. 매번 하던 방식을 다른 방식으로 바꾸어 보는 것. 이런 것들이다. 어렵지 않다. 연습하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 안에 숨어있는 그것에 대한 믿음에서부터 출발하면 될 것 같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한 나라의 진정한 부의 원천은 그 나라 국민들의 창의적 상상력에 있다". 한 나라 뿐이 아닌 우리 자신의 부의 원천도 우리의 창의적 상상력에 달려있다.

해답: 위 문제의 해답은 역시 그리 복잡하지 않다. 성냥개비 4개를 2x2 형태로 모아놓고, 성냥의 밑부분을 바라보면 위의 밭 전(田)가 보일 것이다.

* 참고: EBS 다큐프라임 - 창의성을 찾아서
IP *.34.17.28

프로필 이미지
현정
2008.08.31 19:45:07 *.129.197.189
우리 차 주방장 지환...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글을 이렇게 차분하게 잘 써 주다니.우리 지환이가 책만 내봐..당장 베스트 셀러가 될거야...

내용이 나두 동감. 창의성이야 말로 앞으로 우리가 가장 개발해야 할 부분이지. 그것이야 말로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무한 에너지 원이니까..
프로필 이미지
최지환
2008.09.02 09:27:11 *.34.17.28
아직 쓰지도 않았는데, 베스트셀러???ㅋㅋ 민망하구려.
프로필 이미지
거암
2008.08.31 22:33:11 *.179.68.77
이번 칼럼 좋은데~
그런데 해답이 이해가 안간다........역시 창의성 부족 증후군! ㅜ.ㅜ

추신:
9월 마지막주 주말에 보자~ 돈 입금했다 ^^
프로필 이미지
최지환
2008.09.02 09:27:57 *.34.17.28
프로필 이미지
정산
2008.09.01 17:25:27 *.97.37.242
나두 해답이 이해가 안간다. 옛날에 풀어 본 문제 같은데...
지환아 글은 좋은데, 퀴즈 낼때는 우리 수준을 좀 고려해다오.
사부님은 이제 우리 수준을 잘 알아서 배려 해주시지 않던?

거암은 코칭 받나보지? 근데, 이제부터는 돈 받는가 보구나.
아뿔싸, 때를 놓쳤구나! 뉴질랜드에서 그렇게 시간이 많았는데... ㅎㅎ
프로필 이미지
최지환
2008.09.02 09:28:45 *.34.17.28
거암이 형이 입금한 돈은 제게 보낸 것이 아닙니다.ㅎㅎ.. 제가 어찌 형님, 누님들께 돈을 받겠습니까?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현웅
2008.09.02 07:52:43 *.41.103.229
지환아 꼭 니가 옆에서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것 같다.
창의성에 대한 여러가지 예가 흥미롭네........
더 많은 예를 찾아봐줘..ㅎㅎ
프로필 이미지
최지환
2008.09.02 09:29:26 *.34.17.28
저 다큐를 추천합니다 !!!
프로필 이미지
2008.09.03 00:21:06 *.160.33.149

지환아,  네가 쓰려고 하는 첫 책의 한 쪽이지 ? 

프로필 이미지
최지환
2008.09.03 09:20:01 *.34.17.28

엇!
관계가 좀 있지 않을까는 싶지만, 꼭 그걸 염두하고 쓴것은 아니었는데... ㅡ,.ㅡ;;
정곡을 찔렸네요.

좀 더 파고들어보겠습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432 [18]퍼즐링 월드(Puzzling World)에서 [7] 양재우 2008.08.31 4026
» [18] 밭 전(田)자를 만드시오 [10] [1] 최지환 2008.08.31 5474
4430 [19] 기업의, 기업에 의한, 기업을 위한 [5] 2008.08.31 3219
4429 [18] 고달픈 디지털 노마드족 [4] SSON 2008.08.31 4509
4428 [18]마녀가 들려준 이야기(1) file [7] 현정 2008.08.31 4911
4427 [18] 국민연금의 미래 [5] 정산 2008.09.01 3984
4426 (18) 뉴질랜드 여행기 (상) [7] 이한숙 2008.09.01 4868
4425 푸카키 호수에서의 생각 file [4] [1] 이은미 2008.09.01 23931
4424 (19) 뉴질랜드 여행기(중) file [4] [1] 이한숙 2008.09.06 4954
4423 [19]증오와 두려움의 과거를 넘어라, 그리하여 밝은 미래로 가라. file [6] 현정 2008.09.07 11853
4422 [19] 비빔밥 만들기 file [3] [2] 정산 2008.09.08 7007
4421 [19] 변화의 1법칙 : 꽃들에게 희망을 [2] 거암 2008.09.08 3981
4420 [19] 내가 다시 고등학생이 된다면 [3] [2] 현웅 2008.09.08 4762
4419 [19] 소심한 당신에게 1 [12] 양재우 2008.09.08 5544
4418 [20] 아무도 모르는 폭력 [3] 2008.09.08 3379
4417 [19]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 [5] 최지환 2008.09.08 4203
4416 (20) 뉴질랜드 여행기 (하) [6] [2] 이한숙 2008.09.09 4725
4415 [19] 시골생활을 꿈꾸며 [8] 촌년지혜 2008.09.09 7191
4414 나의 성장 에너지의 보고 file [6] [2] 이은미 2008.09.09 9144
4413 [19] 시련을 극복한 사람들 (1) 스피드 짱 [8] 2008.09.09 3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