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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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이 '통증'의 다른 이름이라는 걸 알아차린 건 아주 최근의 일입니다.
통증에서 벗어나려고 그리 발버둥을 치면서도
집요하게 '긴장'을 놓지 못하는 스스로를 발견했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합니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입었던 갑옷이
통증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자각은 명료함보다는 혼란이었습니다.
익숙한 갑옷 속의 통증을 감수하며 살 것인지,
상상만해도 오싹해지는 갑옷없는 두려움을 감수할 것인지.
제게 주어진 두 선택지가 모두 너무나 끔찍하게 느껴졌으니까요.
하지만 언제까지고 선택을 미룰 수는 없었습니다.
이도 저도 아닌 상태에서 머무는 것 역시 만만치 않은 고통이었으니까요.
과거에도 비슷한 자각을 했던 적이 이었습니다.
10여년전 처음 스승을 만났을 무렵이었습니다.
스승의 책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 저를 천둥처럼 흔들었고
전에 없는 결연한 각오로 익숙한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현실을 찾아 떠났습니다.
그런 제가 왜 새삼스럽게 이제와서 다시 또 익숙한 갑옷을 벗는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느냐구요?
오랜 시행착오를 통해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갑옷을 벗는 용기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입니다.
더 큰 존재와의 연결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갑옷을 벗어내는 것은
별의미가 없습니다.
스스로의 안전에 대한 확신이 없는 존재는
어떤 방법으로든 자신을 지켜줄 무언가에 의지하게 됩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큰맘먹고 갑옷을 벗었지만 곧 다른 갑옷 속에 갇혀있는 자신을
만나게 되는 거죠.
이 과정이 충동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삶은 위태로워집니다.
대책없이 갑옷을 벗어던지고 무방비 상태일 때는
이것저것 살피지 않고 덥썩 뭐라도 뒤집어 쓰고 싶기 마련이니까요.
그럼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구요?
무작정 갑옷을 벗어던지기 전에
무엇보다 자기 자신과의 연결감을 회복해야 합니다.
내가 알던 익숙한 나를 넘어선
더 깊고 넓고 큰 새로운 나를 만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과정은 관념과 추상일 수 없는
구체적인 현실이어야 합니다
나의 현장에서 내 몸으로 직접 감각한 것만이
진짜입니다.
그리고 나면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치유되고 회복되고 재생될 것이니
통증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기쁨, 그리고 행복이
우리를 결코 떠나지 않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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