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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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news.joins.com/article/18672679
영어로 글쓰기를 해보라고 하면 “번역”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말로 먼저 글을 쓰고 이를
영어로 바꾸는 작업을 하는 것이지요. 특정 주제에 대해서 글을 써보라고 하면 우선 우리말로 글을 씁니다. 그런 뒤에 각 단어에 대응하는 영어 단어를 적용합니다. 영어의 어순은
우리말과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으니 이에 맞춰 문장을 만듭니다. 이런 문장들은 문법적으로 말은 되지만
어색한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문장을 비슷한 패턴으로 단순하게 만들어 글이 단조롭습니다. 더 큰 문제는 단어를 잘못 쓰는 경우인데요. 특히 동사의 사용이
많이 틀립니다.
아이들과 글쓰기 수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아이들은 꽤 말이 되는 글을 썼습니다. 처음부터
문장을 잘 만들던 혜성이는 물론,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 모르겠던 지훈이도 문장을 만드는 데는
익숙해졌는데요. 이 때 두 아이 모두 가장 큰 난관은 콩글리시적인 표현의 극복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대부분의 문장을 사람주어 + 동사의 1형식이나 사람주어 + 동사 + 목적어의
3형식으로 만들어 왔습니다. 대부분의 문장이 3~4 단어로 완성되었지요. 이제 한단계 업그레이드 할 때가 된 것
같았습니다.
콩글리시 같은, 즉 뭔가
어색한 영어 문장을 만드는 건 우리말과 영어의 차이 때문입니다. 문장 구조 뿐만 아니라 표현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영어는 사물을 주어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말은 사물을 주어로 사용할 경우 매우 이상합니다. 때문에 모든 문장을 사람을 주어로 해서 한글로
글을 쓴 뒤에 이를 그대로 영어로 번역을 하면 뜻은 통하지만 어딘가 어색하거나 자연스럽지 않은 문장이 되는 것이지요. 아래 예문을 볼까요.
l 길이 막혔기
때문에 우리는 늦었다 è 1. We were
late because the traffic was bad. è 2. The heavy traffic made us late. 지훈이는 주말에 했던 일을 쓰라는 숙제에 먼저 한글로 글을 쓴 뒤
1번과 같이 문장을 만들었습니다. 문법적으로 틀리지 않으며
뜻도 잘 통합니다. 문제 없어 보입니다. 이 문장 하나로는
문제 없지만 이런 형식의 문장이 반복되면 글이 지루해집니다. 2번은 사물(날씨)이 주어인 문장입니다. 이
글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막히는 교통이 우리를 늦게 만들었다’라는
아주 어색한 문장이 됩니다. 하지만 원어민들은 사물을 주어로 하는 문장을 많이 사용합니다. 또한 예문처럼 목적어와 목적보어가 있는 5형식 문장을 많이 씁니다. 접속사(because)가 있는 복문, 1번에 비해 단문인 2번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문장을 사물이 주어이거나 5형식으로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1번과 2번 같은 문장이 섞여서 다양하게 사용될 경우에 단조롭지
않고 다채로운 글이 되겠지요. 콩글리시 같은 글이 되는 두번째 이유는 잘못된 단어의 사용 때문입니다. 우리말에 딱 맞게 대응하는 영어 단어가 없는 경우도 많은데요. 이런
경우에도 사전에서 찾은 단어를 그대로 일대일로 적용해서 문장을 만들면 매우 어색한 문장이 됩니다. 물론
반대로 영어 단어가 우리말에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에도 억지로 단어 하나하나를 그대로 번역할
경우에 소위 “번역체”라고 하는 이상한 문장이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번역투가 아닌 자연스러운 문장을 만들 수 있을까요? 뻔한 결론 같지만 ‘많이 읽기’ 입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한 첫 단계는 ‘많이 읽는 것’이라고 하지요. 영어 글쓰기도 마찬가지 입니다. 아니 영어는 외국어이기 때문에 특히 더 많이 읽어야 합니다. 읽으며
우리 말과 다른 특징, 표현을 이해하고 외운 뒤에 글을 쓸 때 적용해 보는 것이지요. 다시 한번 뻔한 결론이지만 그렇기에 글을 쓰는 것이 영어를 익히는 가장 완벽한 방법이 되는 겁니다.
이번주도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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