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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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직한 팀은 사업 동향 보고서를 작성하는 곳으로 산업에 대한 지식과 주요 관련 업체의 역사와
상황, 시장 트렌드, 회사의 제품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요구하는
곳입니다. 한 마디로 말해 공부할 게 산더미처럼 많은 부서입니다. 처음
배치 받은 뒤 매일 관련 자료를 전달받았는데 그걸 전부 숙지하기도 전에 새로운 자료가 밀려오는 걸 보며 의욕이 꺾인 적이 있었습니다. 그 날 집에 와서 제 게임팩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는 거실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 중 한 게임 소프트가 눈에
띄었습니다. 이 게임의 이름은 ‘파이어 엠블렘 풍화설월’이란 게임입니다.
우선 ‘파이어 엠블렘’은
닌텐도에서 발매하는 굵직한 시리즈 중 하나로, 국가 간의 전쟁이 벌어지고, 전쟁의 승패는 '파이어 엠블렘'이라는
마법의 아이템을 누가 갖는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어떤 국가에서 시작하는지에
따라 결말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번 게임을 플레이하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 시리즈가 유명해진 특징은, 보통의 RPG 게임과는 달리 내가 움직이는 캐릭터가 전투 중에 죽으면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난이도가 매우 높은 게임에 속합니다.
풍화설월 편은 제국, 왕국, 동맹 중에 한 가지 형태의 국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오늘 제가
말씀드리려는 캐릭터는 이 중 동맹 맹주의 후계자인 클로드 폰 리건입니다. 이 게임의 주요 스토리는 제국과
왕국 간의 깊은 앙금의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동맹은 비중이 크지는 않아서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전체 판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클로드의 파트너로 게임을 깰 당시, 함께 지내던 동료가
몇몇 실종되고 전체적인 플롯 뒤에 숨어있는 흑막을 찾아야 할 때, 클로드는 ‘지금 우리가 행동하는 것은 복수를 위해서가 아니라 수수께끼를 풀기 위한 것’이라는
말을 합니다. 판이 돌아가는 상황을 제대로 알기 위해 모르는 퍼즐 조각이 있으니 그걸 찾아야 한다는
그 말 한 마디에 갑자기 흑막으로 짐작되는 존재에 대한 분노로 차 있던 마음이 가라앉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는 심각해질 게 아니라 차분해져야 합니다.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시야를 넓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생각해야 합니다. 내가 맞다고 생각했던 것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의 경우 새로 받은 업무를, 알아야 할 게 너무 많다는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끝없이 절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수수께끼라고 바꿔서 생각해보니, 공부해야 할 범위가 넓은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커다란 물음표를
작은 질문들로 바꿔서 하나씩 찾아 나가다 보면 전체에 대한 제 시각도 생기고, 새로운 소식을 접했을
때도 지금처럼 헤매지 않게 될 가능성도 높아질 것입니다.
아마 각자의 삶에도
자신을 심각하게 만드는 고민이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 ‘지금
수수께끼를 푸는 거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라는 질문이 생각의 방향성을 크게 바꿔 놓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제에 접근하는 시각이 바뀌면 보이는 것도 달라지기 때문에 조금 멀리서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될 때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전 만개가 넘는 기술들을 알게 되고 선수들에게 적절하게 필요한 것들을 제시할 수 있는 요령을 터득했었습니다.
일년 내내 날마다 다른 것을 가르칠 수 있지만 그것은 많은 것이 아닙니다. 상대는 다양하고 변화무쌍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합은 이러한 기술적인 동작의 전개이기는 하지만 그것들은 상황으로 더 크게 구분되고 제한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 속에서 상대의 움직임에 따른 거리,속도 타이밍들은 인간의 기능적 구조적으로 제한되는 범위내에서 패턴화됩니다.
그래서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고 혹은 유도할 수 있으며 보다 유효한 대응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잘 처리하고 대처할 수 있다면 그는 보이지 않는 질서를 가지고 대처하고 있다고 보아도 됩니다.
자료와 질문을 통해서 근거를 가지고 효율적인 상상이나 추론을 한다면 -곧, 홍승완 작가가 말하던 사사와 사숙을 통해서 ^^-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수수께끼를 푸는 단서중에 하나가 됐으면 하는 바램으로 씀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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