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장재용
  • 조회 수 1149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21년 7월 27일 19시 58분 등록

황령에서 금련까지

 

 

황령산, 산이 바다를 향해 엎드려 있으나 낮지 않고 낮지 않은 속에 유순함 있어 사람으로 치자면 가볍지 않으나 진한 농담 건 낼 줄 아는 이와 같다.

 

연말, 살인적인 업무와 이제는 익숙해 질만도 하지만 당최 적응하기 힘든 사무실의 갑갑함이 위험수위에 다다를 때쯤 사람과 같은 산과 놀다 와 나는 다시 일상에서 누그러진다. 부산의 전포 지하철역에서 대로를 건너 정면의 높게 솟은 사자봉에 이르는 길은 결코 만만히 볼게 아니다. 산에 잔뼈 굵은 사람들을 초입에서 즐겁게 얘기 나누게 하다 점점 말이 없어지게 하는 가파름이다. 추운 겨울, 12월 초 낮 3땀이 송글 맺혀 주르르 내릴까를 걱정할 때쯤 사방은 트인다. 황령은 여기서 자신의 숨겨 놓은 부산의 도심 경관을 처음 선물한다

황령산 사자봉의 조망은 으로 금정/천성산, 西로는 시약/구덕산과 김해벌판, 으로 수평선을 가늠할 수 있기에 이르는데 부산을 수직으로 꽤 뚫는 낙동정맥의 동편에서 정맥과 떨어져 있으나 정맥이 아님을 섭섭해하지 않고 처연이 중심을 지키고 있다. 이 뚝심의 산에서 부산에 거처를 둔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동네'를 조망할 수 있다. 한 줌 모래에 지나지 않게 작아진 자신의 집과 동네를 확인하고 으로 뻗은 황령산 정상과 금련산으로 향하자.

2천년 전 이 땅에 거칠산국이라는 조그만 부족국가가 있었다. 이제 갓 국가의 면모를 갖춘 신라는 기만으로 이 조그만 나라를 통합한다. 그러나 이 나라에는 이 나라 사람들이 영산(靈山)으로 받드는 산이 있었으니 이름하여 '거츨뫼'. 조그만 부족은 큰 나라에 통합되었으나 이 지역의 사람들은 자신의 영산을 후세 사람들에게 입에서 입으로 전했다. 결국 구전되는 과정에서 거츨뫼는 거친산(荒嶺山)으로 불리며 오늘에 이르게 되는데 우리의 입에서 불리어지는 거칠 황와 고개 령 '황령산'은 이미 2천년 전 그네들이 그토록 지켜 마지 않았던 '거츨뫼'와 정확히 포개지며 2천 년을 넘나드는 mother tongue의동질감과 함께 나의 입술에 신비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오랜 사람들과의 신비한 대화 중에 우리는 어느새 금련산에 당도한다. 하지만 까칠한 나의 시선에 이 산의 이름이 밟힌다. 작지만 하나의 우주와 다름 없는 이 산의 이름에 이의가 있다. 금련산은 황령산 옆 조그만 봉우리에 지나지 않지만 엄연히 삼각점이 있는 산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主山 위성봉은 아무개산 아무개봉이라 불리어지는 것이 主 山群의 규모나 지위를 높여 山群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황령산 금련봉은 되기 어려울 듯 하다.

하루를 꼬박 걸어 우리는 2천 년을 여행한 듯 밤 늦은 시간, 산을 내려오니 우리와 비슷한 차림을 한 사람들을 다시 일상에서 만난다. 어느 길을 누구와 걷다 내려오는 걸까? 그들도 꿈 꾸고 있을까? 내가 진용(참모습을 모사(模寫)한 그림이나 상(). 진시황 무덤의 군사이 몇 천 년을 거슬러 환생하여 벌어지는 일들을 영화화한 장예모, 공리 주연의 영화 제목으로 유명하다) 이라도 된 것인 양 동시대의 우리가 새삼 새롭다.

 

내려오는 길, 멀리 보이는 광안리 diamond bridge가 거대한 문명의 이기 속의 나의 정체를 일깨워 준다.

 



IP *.77.62.175

프로필 이미지
2021.08.03 09:57:36 *.169.227.25

산에 가고 싶다..... ~ 아... 

바람 잡는 님이 미워요~  !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95 <알로하의 영어로 쓰는 나의 이야기> 시합은 나의 힘! 2 [1] 알로하 2021.07.11 1261
494 [월요편지 67] 50살 내가 5년 동안 새벽 기상에 성공한 방법 [2] 습관의 완성 2021.07.11 1413
493 그 여름, 설악가 [1] 장재용 2021.07.13 971
492 전입신고 어니언 2021.07.15 1133
491 [월요편지 68] 돈 많이 벌고 싶다면 이 글을 끝까지 읽어 보세요(feat. 돈 버는 순서) [1] 습관의 완성 2021.07.18 1442
490 [화요편지]당신이라는 빛나는 '산책' [2] 아난다 2021.07.20 1564
489 아니 간 듯 돌아오라 [2] 장재용 2021.07.20 1199
488 친구가 되어줄래요? 어니언 2021.07.22 906
487 [용기충전소] 죽음은 특별한 게 아니었네 [1] 김글리 2021.07.23 1184
486 <알로하의 영어로 쓰는 나의 이야기> 어떤 영어책을 읽어야 할까요? 알로하 2021.07.25 63007
485 [월요편지 69] 중소기업 다니던 내가 삼성에 입사할 수 있었던 3가지 이유 [4] 습관의 완성 2021.07.25 1576
484 [화요편지] 근원으로 이끄는 에너지 [2] 아난다 2021.07.27 1029
» 황령에서 금련까지 [1] 장재용 2021.07.27 1149
482 [용기충전소] 상실을 견디는 법 [1] 김글리 2021.07.30 1036
481 [월요편지 70] 슬픔은 나에게 시간을 달라고 했다 [2] 습관의 완성 2021.08.02 1001
480 [화요편지]나는 왜 그리 빠르고 싶어하는가? [2] 아난다 2021.08.03 1403
479 산에 가면 돈이 나오나, 떡이 나오나 장재용 2021.08.03 1071
478 [용기충전소] 보고도 보이지 않는 배 [1] 김글리 2021.08.06 1090
477 <알로하의 영어로 쓰는 나의 이야기>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1] 알로하 2021.08.08 1300
476 [월요편지 71] 인생, 안 바껴요. 그렇게 하면... [2] 습관의 완성 2021.08.08 1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