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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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근처의 레고 매장을 지나다가 레고로 조립할 수 있는
체스판을 충동적으로 구매했습니다. 그러나 체스를 두는 방법은 잘 몰라서 일단 체스 관련된 콘텐츠로 친밀도를
높여보자는 취지로 ‘퀸즈 갬빗’을 시청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7부작 드라마 ‘퀸즈 갬빗’은
월터 테비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었습니다. 마치 경기 중계를 보는 것처럼 박진감 넘치는 체스 전개가
인상적이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전문 체스 선수의 자문을 구해 드라마를 제작했다고 합니다. 혹시 체스를 좋아하거나, 체스에 관심이 있으셨던 분들은 한 번쯤
볼만한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주인공 베스 하먼은 한 고아원에 맡겨지는데, 고아원의 관리인에게서 우연히 배운 체스에 엄청난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입양된 가정의 불화, 양어머니의
죽음, 사랑을 깨닫자마자 바로 포기해야 하는 상황, 남성
위주의 체스 사회 등 도무지 마음을 쉴 수 있는 관계를 생성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베스 하먼은 체스에 집착하며,
약물과 알코올 중독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나 그녀의 재능과 노력으로 세계 순위권에 드는
것은 가능했지만 세계 1위를 꺾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힘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혼자서는 모든 것을
버티기 힘들었던 그녀는 결국 자신의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우선, 혼자서
싸우지 않고 전에 대국했던 자신의 예전 라이벌들과 팀을 짜서 현재 세계 1위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승리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두 번째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약과 술을 끊고, 규칙적인 생활을 했습니다. 세 번째로 자신이 처참하게 실패하더라도
곁에 있어줄 존재를 찾았습니다. 같은 고아원 출신의, 가족이나
다름없는 친구 졸린과, 베스에게 체스를 가르쳐주고 평생 동안 베스가 연락하지 않아도 벽면에 빼곡하게
베스의 신문기사 모아둘 만큼 그녀를 아꼈던 고아원의 관리인 윌리엄 샤이벨 덕에 베스는 위기의 순간에도 용기를 내어 자신을 믿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자기 자신의 힘을 믿었습니다. 실제 대국에서 세계
랭킹 1위가 자주 사용하는 체스 전술이면서 베스가 가장 편안하게 구사할 수 있는 ‘퀸즈 갬빗’으로 게임을 운영하는데,
이는 만약 자신을 믿는 용기가 없으면 사용하기 굉장히 부담스러운 전술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작전이 먹혀들어 마지막에 베스는 전 세계 체스 세계를 제패합니다.
베스의 성공 신화가
마음에 와닿는 것을 보니 지금의 저도 이직 후 성공 체험을 간절히 원하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인 모양입니다. 마음
편지를 읽고 많은 분들이 격려와 위로를 주시곤 합니다만, 사실 저는 즐겁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마 글감을 찾는 과정에서 글에 저의 불안이나 소망이 담겨서 마음속 이야기가 더 크게 보이는 것 같아요. 드라마 속의 베스가 인터뷰 중에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자신이 체스를
좋아하고 더 잘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체스가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대답하는데요. 자신이 몰두하고 있는 일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이란 자신의 일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도 생각합니다. 회사원에게 회사 일이라는 게 아름답기만 한 일은 아니겠지만, 사랑할 수 있는 부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을 발견해내는 눈을
잃지는 않았는지 한 번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도 즐거운 목요일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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