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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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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7일 14시 12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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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음과 함께 그녀의 몸이 흔들렸습니다. 그녀는 그 진동에서 쾌감을 느꼈고 이와 동시에 벽에 세

워진 하얀 물체는 총알을 맞고 피를 흘리는 사람처럼 물감을 주루룩 흘리고 있었습니다. 작품 안

에 들어 있던 물감들은 온통 터져서 온 바닥이 물감 범벅이 되었습니다. 이상하게도 그녀는 빙그

레 웃는 걸로 이 파괴에 대한 쾌감을 나타냈습니다.

 

, ,

 

다시 한 번, 그녀의 몸에 총의 흔들림이 전달이 되었고 그녀가 몸을 부르르 떨고 물감들이 하늘

을 향해 튕겨져 나갔습니다. 그녀는 이제서야 입을 크게 벌리고 활짝 웃었습니다.

 

벽에 세워진 하얀 물체는 그녀의 증오와 두려움과 알 수 없는 우울 덩어리 였습니다. 그것들을

그녀는 한꺼번에 모두 쏘아 버렸습니다. ‘하하하그녀의 커다란 웃음과 함께 그녀의 고운 이가 모

두 드러났고 그녀의 아름다움이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가 증오와 두려움을 넘어 더 큰 세상

으로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귀청을 뜯어 놓을 것 같은 총소리와 탄환이 나가면서 만들어지는

혼란스러운 흔들림과 터져 나가는 물감들과 깨어져 버린 하얀 물체가 그녀에게 남겨진 감정의 찌

꺼기 들을 다 날려 버렸습니다.

 

이것으로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아버지에 대한 증오, 무언지 모를 내 깊은 우울은 모두 없애버린

. 오늘로써 아니 이 순간으로써 이 모든 것은 없어졌다. , 아 나는 드디어 자유로워졌다.’

 

철컥 다시 한 번 총을 장전하고 그녀가 마지막 총알들을 날렸습니다.

 

피용 피용 팍팍

 

물감들이 터져 나가고, 더 멀리 터져 나가고 그녀 마음 속에 일말의 가슴에 응어리진 감정들이

마구 날아갔습니다.

 

이제 그 일은 모두 끝났다. 다 지나가 버린 일이다. 이 물감들의 부서짐과 함께 산산히 흩어져

버렸다. 그 어둡고 두렵던 나의 과거가 더 이상 내게 할 수 있는 일이란 없을 것이다. 나는 이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서서히 내 몸에 힘이 돌기 시작한다.. 그 동안 내 과거를 억누르는 데

써 버렸던 에너지가 다시 살아나서 내 몸을 살아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녀에게는 서서히 과거와의 절연이 시작되었습니다.

 

10여 년 전 그녀는 매우 조그만 소녀였습니다. 가녀리고 예쁘장한 그런 소녀였습니다. 다른 아이

들과는 달리 엄마, 아빠가 아닌 외할머니와 함께 자랐습니다. 외할머니 댁에서 자라긴 했지만 다

7명의 언니, 오빠 동생들이 있었기 때문에 재미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아빠와 엄마는

몇 달에 한 번씩 외할머니 댁에 다녀갔습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한 가지 비밀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녀는 언니와 함께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깜깜한 밤이었고 깊은 잠에 들어

있었나 봅니다. 무언가 무거운 것이 그녀를 누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거칠거칠한 것

도 만져지는 것 같았습니다. 답답해서 일어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눈을 떠 보니 아빠가 그녀를 누르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놀라서 소리를 지르려고 하는 순간 아빠

는 재빨리 그녀의 입을 막아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무서운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아빠는

그녀의 옷을 벗겼고 그리고는 그녀가 상상하기도 싫은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났습니다. 그녀는

매우 무서웠고 아팠고 슬펐습니다.

 

다음 날 잠에서 깨어난 그녀는 한밤에 일어난 일들이 모두 끔찍한 사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

습니다. 샤워를 하려 했는데 그녀의 몸이 군데군데 멍이 들어 있었고 이곳 저곳 상처가 나 있었

습니다.

 

울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 날 그녀는 많이 울었습니다

 

저녁 식사 시간 전에 아빠가 그녀가 어디선가 넘어져서 심하게 멍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

고 약을 발라 주셨습니다. 아빠는 눈빛으로 그녀를 제압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며칠이 흘렀고 몇 달이 흘렀고 또 몇 년이 흘렀습니다. 그 일을 까맣게 잊어 버린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부엌에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아, 무서워. 저것들이 나를 죽이려고 해.”

그녀는 이제 막 잘라둔 생선 토막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생선의 눈과 아빠의 무서운 눈이 겹쳐

져서 떠올랐고 그녀는 그 자리에 쓰러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 일들은 더욱 반복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날은 길거리에 지나가는 사람에게 소

리를 지르다가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서 집으로 돌아오기도 했고 어떤 날은 잠을 자다가 갑자기

소리를 치며 일어 나기도 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
1. http://image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idetail&rev=4&query=%B4%CF%C5%B0%20%B5%E5%20%BB%FD%20%C6%C8&from=image&ac=-1&sort=0&res_fr=0&res_to=0&merge=0&spq=0&start=54&a=pho_l&f=tab&r=24&u=http%3A%2F%2Fblog.naver.com%2Fwooree81%3FRedirect%3DLog%26logNo%3D100032789558
2.이 게시물을...

IP *.129.197.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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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8.09.07 14:19:40 *.72.153.57

니키 드 생팔의 작품을 보면서 나는 그녀가 몹시 아프다는 것을 알았어.
그녀의 초기작들이었어.
다른 방으로 들어갔을 때, 그녀의 작품은 더이상 아프지 않았어. 아주 건강했지.

작년이었던가 올해 초였던가..... 조금은 추운 어느 날 그녀의 작품들을 보고 나왔을 때, 마음이 따뜻한 친구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어. 그래서 전화를 했더니 언제든 전화하라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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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09.09 07:26:48 *.244.220.254

예술작품에 조예가 깊다는 사실이 부럽군.......재미있게 읽었다! 좀 엽기적이기는 하지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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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칸양
2008.09.09 10:18:27 *.122.143.151

내가 말야.. 좀 헛갈려서 그러는데.. 글이 이렇게 끝이 난거야, 아니면 더 할거야...
이야기가 한참 진행되다가 뚝 끊기는건,
사부님이 말씀하신대로, 적벽대전 영화가 한참 잘 나가다가 끝 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

"야~ 일루와서 내 글을 읽어바바" 해놓고... 밑도 끝도 없이 가버리면 어쩌누...

알려줘알려줘자세히자상하고섬세하게나에게알려줘응빨리빨리내귀에대고속삭이듯알려줘응응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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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친절한 글쓴이
2008.09.09 11:17:53 *.128.98.93

이 정도 써서 독자들에게도 상상할 여유를 한 번 줘볼까 했는데..미결로 느껴지남?
암튼 약간 끝을 남겨두어 독자들의 상상을 한 번 불러 일으키게 해 볼랬는데 이상한가요?
의견 주셈....

전 상상력을 더 발휘하는 기상 천외한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펼쳐 보려고 합니다.
불친절하게 느껴졌다면 어떻게야 하는지 또 고민을 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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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2008.09.09 15:30:21 *.97.37.242

좀 어렵다. 내 상상력으로 이해하기엔...
현정아 조금만 더 풀어줘 봐... 한꺼번에 너무 많이 풀면 재미 없을 테니, 아주 쬐끔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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耳順 한정화
2008.09.10 11:09:24 *.247.80.52
이야기가 더 필요할 것 같아.
너의 이런 이야기가 없다면 이 작품을 이해하기 힘들겠지.
난 전시회에서 리키드생팔의 생애를 읽은 후에야 그 아픈 그림들이 다시 보이더라구.
그림과 이야기가 완전 따로따로이면 헛갈릴 것 같아.

그림을 설명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다른 칼럼에서 읽었어. 나도 같은 심정이야. 그런데.. 설명이 없으면 어디를 봐야할지, 어떻게 봐야할지 막막한 그림도 만나게 되더라구. 이럴 때는 어찌해야하는 거지, 현정?  나도 화실일기에서 설명하고 싶지는 않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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