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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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탕, 탕’
굉음과 함께 그녀의 몸이 흔들렸습니다. 그녀는 그 진동에서 쾌감을 느꼈고 이와 동시에 벽에 세
워진 하얀 물체는 총알을 맞고 피를 흘리는 사람처럼 물감을 주루룩 흘리고 있었습니다. 작품 안
에 들어 있던 물감들은 온통 터져서 온 바닥이 물감 범벅이 되었습니다. 이상하게도 그녀는 빙그
레 웃는 걸로 이 파괴에 대한 쾌감을 나타냈습니다.
‘탕, 탕, 탕’
다시 한 번, 그녀의 몸에 총의 흔들림이 전달이 되었고 그녀가 몸을 부르르 떨고 물감들이 하늘
을 향해 튕겨져 나갔습니다. 그녀는 이제서야 입을 크게 벌리고 활짝 웃었습니다.
벽에 세워진 하얀 물체는 그녀의 증오와 두려움과 알 수 없는 우울 덩어리 였습니다. 그것들을
그녀는 한꺼번에 모두 쏘아 버렸습니다. ‘하하하’ 그녀의 커다란 웃음과 함께 그녀의 고운 이가 모
두 드러났고 그녀의 아름다움이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가 증오와 두려움을 넘어 더 큰 세상
으로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귀청을 뜯어 놓을 것 같은 총소리와 탄환이 나가면서 만들어지는
혼란스러운 흔들림과 터져 나가는 물감들과 깨어져 버린 하얀 물체가 그녀에게 남겨진 감정의 찌
꺼기 들을 다 날려 버렸습니다.
‘이것으로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아버지에 대한 증오, 무언지 모를 내 깊은 우울은 모두 없애버린
다. 오늘로써 아니 이 순간으로써 이 모든 것은 없어졌다. 아, 아 나는 드디어 자유로워졌다.’
철컥 다시 한 번 총을 장전하고 그녀가 마지막 총알들을 날렸습니다.
‘피용 피용 팍팍’
물감들이 터져 나가고, 더 멀리 터져 나가고 그녀 마음 속에 일말의 가슴에 응어리진 감정들이
마구 날아갔습니다.
‘이제 그 일은 모두 끝났다. 다 지나가 버린 일이다. 이 물감들의 부서짐과 함께 산산히 흩어져
버렸다. 그 어둡고 두렵던 나의 과거가 더 이상 내게 할 수 있는 일이란 없을 것이다. 나는 이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서서히 내 몸에 힘이 돌기 시작한다.. 그 동안 내 과거를 억누르는 데
써 버렸던 에너지가 다시 살아나서 내 몸을 살아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녀에게는 서서히 과거와의 절연이 시작되었습니다.
10여 년 전 그녀는 매우 조그만 소녀였습니다. 가녀리고 예쁘장한 그런 소녀였습니다. 다른 아이
들과는 달리 엄마, 아빠가 아닌 외할머니와 함께 자랐습니다. 외할머니 댁에서 자라긴 했지만 다
른 7명의 언니, 오빠 동생들이 있었기 때문에 재미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아빠와 엄마는
몇 달에 한 번씩 외할머니 댁에 다녀갔습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한 가지 비밀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녀는 언니와 함께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깜깜한 밤이었고 깊은 잠에 들어
있었나 봅니다. 무언가 무거운 것이 그녀를 누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거칠거칠한 것
도 만져지는 것 같았습니다. 답답해서 일어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눈을 떠 보니 아빠가 그녀를 누르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놀라서 소리를 지르려고 하는 순간 아빠
는 재빨리 그녀의 입을 막아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무서운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아빠는
그녀의 옷을 벗겼고 그리고는 그녀가 상상하기도 싫은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났습니다. 그녀는
매우 무서웠고 아팠고 슬펐습니다.
다음 날 잠에서 깨어난 그녀는 한밤에 일어난 일들이 모두 끔찍한 사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
습니다. 샤워를 하려 했는데 그녀의 몸이 군데군데 멍이 들어 있었고 이곳 저곳 상처가 나 있었
습니다.
울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 날 그녀는 많이 울었습니다
저녁 식사 시간 전에 아빠가 그녀가 어디선가 넘어져서 심하게 멍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
고 약을 발라 주셨습니다. 아빠는 눈빛으로 그녀를 제압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며칠이 흘렀고 몇 달이 흘렀고 또 몇 년이 흘렀습니다. 그 일을 까맣게 잊어 버린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부엌에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아, 무서워. 저것들이 나를 죽이려고 해.”
그녀는 이제 막 잘라둔 생선 토막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생선의 눈과 아빠의 무서운 눈이 겹쳐
져서 떠올랐고 그녀는 그 자리에 쓰러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 일들은 더욱 반복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날은 길거리에 지나가는 사람에게 소
리를 지르다가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서 집으로 돌아오기도 했고 어떤 날은 잠을 자다가 갑자기
소리를 치며 일어 나기도 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
1. http://image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idetail&rev=4&query=%B4%CF%C5%B0%20%B5%E5%20%BB%FD%20%C6%C8&from=image&ac=-1&sort=0&res_fr=0&res_to=0&merge=0&spq=0&start=54&a=pho_l&f=tab&r=24&u=http%3A%2F%2Fblog.naver.com%2Fwooree81%3FRedirect%3DLog%26logNo%3D100032789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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