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정
- 조회 수 12658
- 댓글 수 6
- 추천 수 0
‘탕, 탕, 탕’
굉음과 함께 그녀의 몸이 흔들렸습니다. 그녀는 그 진동에서 쾌감을 느꼈고 이와 동시에 벽에 세
워진 하얀 물체는 총알을 맞고 피를 흘리는 사람처럼 물감을 주루룩 흘리고 있었습니다. 작품 안
에 들어 있던 물감들은 온통 터져서 온 바닥이 물감 범벅이 되었습니다. 이상하게도 그녀는 빙그
레 웃는 걸로 이 파괴에 대한 쾌감을 나타냈습니다.
‘탕, 탕, 탕’
다시 한 번, 그녀의 몸에 총의 흔들림이 전달이 되었고 그녀가 몸을 부르르 떨고 물감들이 하늘
을 향해 튕겨져 나갔습니다. 그녀는 이제서야 입을 크게 벌리고 활짝 웃었습니다.
벽에 세워진 하얀 물체는 그녀의 증오와 두려움과 알 수 없는 우울 덩어리 였습니다. 그것들을
그녀는 한꺼번에 모두 쏘아 버렸습니다. ‘하하하’ 그녀의 커다란 웃음과 함께 그녀의 고운 이가 모
두 드러났고 그녀의 아름다움이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가 증오와 두려움을 넘어 더 큰 세상
으로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귀청을 뜯어 놓을 것 같은 총소리와 탄환이 나가면서 만들어지는
혼란스러운 흔들림과 터져 나가는 물감들과 깨어져 버린 하얀 물체가 그녀에게 남겨진 감정의 찌
꺼기 들을 다 날려 버렸습니다.
‘이것으로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아버지에 대한 증오, 무언지 모를 내 깊은 우울은 모두 없애버린
다. 오늘로써 아니 이 순간으로써 이 모든 것은 없어졌다. 아, 아 나는 드디어 자유로워졌다.’
철컥 다시 한 번 총을 장전하고 그녀가 마지막 총알들을 날렸습니다.
‘피용 피용 팍팍’
물감들이 터져 나가고, 더 멀리 터져 나가고 그녀 마음 속에 일말의 가슴에 응어리진 감정들이
마구 날아갔습니다.
‘이제 그 일은 모두 끝났다. 다 지나가 버린 일이다. 이 물감들의 부서짐과 함께 산산히 흩어져
버렸다. 그 어둡고 두렵던 나의 과거가 더 이상 내게 할 수 있는 일이란 없을 것이다. 나는 이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서서히 내 몸에 힘이 돌기 시작한다.. 그 동안 내 과거를 억누르는 데
써 버렸던 에너지가 다시 살아나서 내 몸을 살아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녀에게는 서서히 과거와의 절연이 시작되었습니다.
10여 년 전 그녀는 매우 조그만 소녀였습니다. 가녀리고 예쁘장한 그런 소녀였습니다. 다른 아이
들과는 달리 엄마, 아빠가 아닌 외할머니와 함께 자랐습니다. 외할머니 댁에서 자라긴 했지만 다
른 7명의 언니, 오빠 동생들이 있었기 때문에 재미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아빠와 엄마는
몇 달에 한 번씩 외할머니 댁에 다녀갔습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한 가지 비밀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녀는 언니와 함께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깜깜한 밤이었고 깊은 잠에 들어
있었나 봅니다. 무언가 무거운 것이 그녀를 누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거칠거칠한 것
도 만져지는 것 같았습니다. 답답해서 일어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눈을 떠 보니 아빠가 그녀를 누르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놀라서 소리를 지르려고 하는 순간 아빠
는 재빨리 그녀의 입을 막아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무서운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아빠는
그녀의 옷을 벗겼고 그리고는 그녀가 상상하기도 싫은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났습니다. 그녀는
매우 무서웠고 아팠고 슬펐습니다.
다음 날 잠에서 깨어난 그녀는 한밤에 일어난 일들이 모두 끔찍한 사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
습니다. 샤워를 하려 했는데 그녀의 몸이 군데군데 멍이 들어 있었고 이곳 저곳 상처가 나 있었
습니다.
울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 날 그녀는 많이 울었습니다
저녁 식사 시간 전에 아빠가 그녀가 어디선가 넘어져서 심하게 멍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
고 약을 발라 주셨습니다. 아빠는 눈빛으로 그녀를 제압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며칠이 흘렀고 몇 달이 흘렀고 또 몇 년이 흘렀습니다. 그 일을 까맣게 잊어 버린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부엌에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아, 무서워. 저것들이 나를 죽이려고 해.”
그녀는 이제 막 잘라둔 생선 토막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생선의 눈과 아빠의 무서운 눈이 겹쳐
져서 떠올랐고 그녀는 그 자리에 쓰러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 일들은 더욱 반복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날은 길거리에 지나가는 사람에게 소
리를 지르다가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서 집으로 돌아오기도 했고 어떤 날은 잠을 자다가 갑자기
소리를 치며 일어 나기도 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
1. http://image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idetail&rev=4&query=%B4%CF%C5%B0%20%B5%E5%20%BB%FD%20%C6%C8&from=image&ac=-1&sort=0&res_fr=0&res_to=0&merge=0&spq=0&start=54&a=pho_l&f=tab&r=24&u=http%3A%2F%2Fblog.naver.com%2Fwooree81%3FRedirect%3DLog%26logNo%3D100032789558
2.이 게시물을...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5212 |
[33] 시련(11) 자장면 한 그릇의 기억 ![]() | 앤 | 2009.01.12 | 205 |
5211 |
[36] 시련12. 잘못 꿴 인연 ![]() | 지희 | 2009.01.20 | 209 |
5210 |
[38] 시련 14. 당신이 사랑을 고백하는 그 사람. ![]() | 지희 | 2009.02.10 | 258 |
5209 |
[32] 시련 10. 용맹한 투사 같은 당신 ![]() | 앤 | 2008.12.29 | 283 |
5208 |
[37] 시련. 13. 다시 만날 이름 아빠 ![]() | 앤 | 2009.01.27 | 283 |
5207 |
[28] 시련(7)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 | 지희 | 2008.11.17 | 330 |
5206 | 칼럼 #18 스프레이 락카 사건 (정승훈) [4] | 정승훈 | 2017.09.09 | 1740 |
5205 | 마흔, 유혹할 수 없는 나이 [7] | 모닝 | 2017.04.16 | 1752 |
5204 | [칼럼3] 편지, 그 아련한 기억들(정승훈) [1] | 오늘 후회없이 | 2017.04.29 | 1793 |
5203 | 9월 오프모임 후기_느리게 걷기 [1] | 뚱냥이 | 2017.09.24 | 1838 |
5202 |
우리의 삶이 길을 걷는 여정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 | 송의섭 | 2017.12.25 | 1860 |
5201 | 2. 가장 비우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 아난다 | 2018.03.05 | 1863 |
5200 |
7. 사랑스런 나의 영웅 ![]() | 해피맘CEO | 2018.04.23 | 1878 |
5199 | 11월 오프수업 후기: 돌아온 뚱냥 외 [1] | 보따리아 | 2017.11.19 | 1879 |
5198 | 칼럼 #27)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사는 법 (윤정욱) [1] | 윤정욱 | 2017.12.04 | 1889 |
5197 | #16. 김기덕과 그림자 [4] | 땟쑤나무 | 2013.09.02 | 1895 |
5196 | 걷기와 맑은 날씨 [2] | 희동이 | 2020.07.05 | 1895 |
5195 | 나의 신화_찰나#5-1 | 찰나 | 2014.05.11 | 1896 |
5194 | #14 화려하지 않은 고백(이정학) [2] | 모닝 | 2017.08.07 | 1897 |
5193 | #15 등교_정수일 [10] | 정수일 | 2014.07.20 | 189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