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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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동안 계속, 뭔가가 잘못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뭐가 잘못됐을까? 뭐가?? 그래서 그 생각을 따라가보기로 했습니다.
평상시 저는 '있어 보이는' 걸 매우 좋아합니다. 그게 외모에서도 보일 수 있도록 옷차림을 신경쓰고요, 또 있어 보일 수 있게 태도도 신경씁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인물들과 어울리고 싶어하고, 어딜가도 중요한 위치에 있으려고 하고, 중요해보이는 일을 하려고 애씁니다. 그 모든 것에는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저의 욕망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체 왜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건지' 회의가 생겨난겁니다.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었던 어느 날, 저의 생각을 따라가기 위해 자문자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만다꼬 (뭐 한다고)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건데?
- 그러면 내가 더 있어 보일테니까.
만다꼬 있어보일라는데?
- 음… 내가 뭐가 없으니까?
의외로 결론이 아주 쉽게 났습니다. 결론은 내가 뭐가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뭐가 없으니까 뭐라도 있어보일려고 애를 쓰고 기를 쓰고 중요한 사람으로 인정받으려 했다는 겁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어깨에 힘을 잔뜩 주고 살아온 것도, 사람들에게 무시 당하지 않으려고 눈에 쌍심지를 키고 산 것도, 다 '내가 뭐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간 저의 여러 행동들이 한번에 이해가 되더군요.
그런데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런 생각이 뒤따라 왔습니다.
'내가 뭐가 없다는 건 그냥 '생각'에 불과하잖아? 실체가 있는게 아니라, 내가 그냥 그렇게 생각할 뿐이라고. '나는 뭐가 없다'라고 말이지. 근데 생각은 언제든 바뀔 수 있잖아? 그 반대로 생각해보면 어때?'
그래서 이번에는 반대로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만약 내가 뭐가 있다면, 어떨까??' 라고요. 그 뭐가 뭔지는 모릅니다. 매력일수도 있고, 카리스마일 수도 있고, 포스일수도 있고, 재능일수도 있고, 좌우지만 그 뭔가가 나에게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갑자기 힘이 뽝 생기는 것 같고, 기분이 아주 좋아지더군요. 내게 뭐가 있다고 생각하니, 이전처럼 있어보이려고 안달복달할 필요도, 사람들의 인정을 받으려고 애쓸 이유도 사라지더군요. 뭔가를 갈망하는 마음이 사라졌습니다. 내게 뭔가가 있다는 생각만으로요.
여기까지 생각하다, 재밌는 걸 하나 발견했습니다. 나에게 뭔가가 있다, 없다는 건 사실 아주 단순한 가정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그 사소한 가정의 차이가 나비효과처럼 엄청난 차이를 낳는 걸 보게 된 겁니다. 내게 뭐가 없다고 생각하면 그걸 어떻게든 채우려고, 얻으려고, 찾으려고 발싸심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아무리 얻어도 아무리 찾아도 채워지지가 않아요. 이미 '결핍'을 안고 시작하기 때문에 물질적으로 감정적으로 아무리 많은 걸 얻어도 만족이 안됩니다. 지금까지 제가 그랬고요. 반대로 내가 뭐가 있다고 생각하면 그 생각만으로 이미 배가 부릅니다. 뭘 채우거나 찾을 필요가 없어요. 그냥 내 할일을 하고, 내가 하고싶은 걸 하면 된단 말입니다. 그냥 지금 이대로 충분하단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날부터 이렇게 생각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내게는 뭔가가 있다. There's something about me.
그 뭔가는 차차 밝혀지지만, 이 생각 하나로 벌써부터 기대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 뭔가가 대체 어떤 식으로 내 삶에서 드러나게 될까? 이미 뭐라도 된 것처럼 힘도 생깁니다. 그러고보면 세상이 참 역설적이란 생각이 듭니다.
힘을 잔뜩 주는 자들은 사실 힘이 없는 자들이고,
중요해보이려고 애쓰는 자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자들이거든요.
센 척 하는 자들은 알고보면 약하고 여린 자들이고,
자유를 부르짖는 자들은 실은 뭔가에 잔뜩 얽매인 자들이고,
좀 더 가지려고 애쓰는 자들은 항상 부족함을 느끼는 자들이니까요.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느냐가, 결국 내가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줍니다.
여러분은 '내게 뭔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인가요, '내가 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인가요? 어느 쪽이신가요?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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