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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2021년 9월 12일 20시 03분 등록

우리 팀은 프로젝트를 이끌어야 하는 부서다. 그래서 구성원들 대부분이 직급도 높고 평균 연령이 40살이 넘을 만큼 나이도 많다. 반면 신입 사원은 년째 들어 오지 않고 있었다. 피라미드 구조다



그런데 이런 노인정 같은 팀에 3 전에 처음 신입사원이 배정되었다. 그녀는 90년대생이다. 그녀의 등장이 신선했다. 임원인 팀장의 눈치도 본다. 최근 팀장이 중요한 발표가 있었는데, 직원들 앞에서 모의 발표를 진행했었다. 발표를 듣고 그녀는 팀장의 발표가 어디가 부족했는지 조목조목 웃으면서 충언을 했다. 마음은 모르겠지만, 겉모습은 팀장도 그녀의 직설적인 충언을 선뜻 받아들이는 보였다.




회의 시간엔 후드 티를 머리에 뒤집어 쓰고 선배들과 회의를 한다. 그런 그녀가 처음엔 눈에 거슬렸다. 그런데 꼰대란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그랬는지 몰라도 나는 잠자코 그녀와 평화 관계를 유지하며 살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난 어느 그녀는 놀라운 행동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3 동안 사장님 발표 자료를 준비해 오고 있었다. 임원 발표 자료 준비도 까다로운데 사장님 발표 자료는 까다로움의 최고봉임을 직장인들은 것이다. 단어 선택부터 도표의 위치와 순서 고치고 고치는 반복의 연속 작업이 화수분처럼 뿜어져 나오는 작업이다. 이런 많은 수정 작업의 터널을 지나 거의 완성 단계에 도달한 상태였다.




그런데 팀장님이 오늘 자료 리뷰 회의를 하면서 이것 저것 자료 수정을 지시했다. 이틀 사장님 앞에서 발표하는 자료라 수정할 경우 여기저기 손대야 하는 장표가 많아서 시간도 부족한데, 팀장님은 멋진 아이디어를 발표 자료에 넣고 싶어했다. 내가 팀장님 입장이었어도 부하직원에게는 미안했겠지만 동일한 지시를 내렸을 것이다. 부사장도 아니고 사장님 발표자료 아닌가? 그런데 문제는 나의 정신 상태였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몸은 저항감을 속으로 드러냈다 소심한 저항감은 스트레스로 변하더니 나의 몸으로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자리로 돌아와 털썩 주저 앉았다. 눈이 뻑뻑하여 손가락으로 언저리를 누르고 비벼댔다. 그리곤 책상에 엎드려 잠시 누워 있었다. 아무 생각도 하고 이대로 책상에서 잠들고 싶은 심정이었다.




순간 누군가 어깨를 토닥거림을 느꼈다



본능적으로 몸을 일으켜 누군지 확인하기 위해 위를 쳐다 보았다. 나보다 20살이나 어린 90년생 신입사원 그녀였다. 그리고는 그녀는 어깨를 토닥거리며 힘내라고 위로를 스스럼없이 건넸다. 순간 섬찟 놀라 잠이 알았다. 20살이 넘게 차이 나는 까마득한 신입사원이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한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했지만, 내가 놀란 것은 그녀의 위로가 정말 위로가 되었단 사실이다. 그녀의 위로는 추운 겨울 허기진 배를 채우는 따뜻한 수프 맛이 났다.




그녀는 팀장님과 내가 자료 리뷰 하는 회의 자리에 함께 있었다. 그래서 내가 어떤 기분인지 그녀는 십분 이해하고 있었나 보다. 회의 자리에는 그녀 말고 또래의 고참 남자 직원들이 3~4 있었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나의 마음을 위로해 주지 않았다. 우리 세대는 상대가 화가 났거나 슬플 쉽게 다가가질 못한다. 그래서 마음을 전하고 위로를 건네는 서툴다. 그러나 그녀는 감정을 전달하는 방법에도 거침이 없다. 나이와 직급은 그녀에겐 중요하지 않다. 20 어린 신입사원의 위로가 건방지다고 생각하는 고참 직장인들도 있을 것이다나도 그랬었으니까




하지만 90년대생들에 관한 책을 읽으며 나는 조금씩 사고의 전환이 되어갔다. 트렌드 코리아 2020 책들 권이었다. 책엔 발칙하지만 공감 천만 배의 글이 버젓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상무님이요? 별로 어렵지 않아요. 솔직히 직속상사보다 편해요. 상무님은 언제 잘릴지 모르잖아요. 일부러 보이려고 굽실굽실할 필요가 없는 같아요




얼마나 발칙한가?




하지만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요즘 젊은 직장인들은 공정한 관계를 중시한다는 것이다. 직급이 높은 상무님은 그저 월급을 많이 받으니까 책임지는 일이 많을 뿐인 것이다. 그래서 상사는 주인이고 부하 직원은 하인인 것처럼 굽실거려야 한다는 위계적 관계는 사라지고 업무의 능력이 중시되는 수평적 관계로 직장 풍경도 변해가고 있다.




위로도 가정에서건 직장에서건 수평적 관계로 변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이 어린 사원도 상무님을 위로할 있는 것이다. 내가 당해보니 젊은 사람의 위로 맛도 괜찮았다. 여러분도 사양하지 말고 후루룩 드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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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3 03:34:14 *.169.176.7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누군가 내게 말했습니다.

" 관장님 !  요즘 많이 힘드시죠 !  그래도 관장님은 멋지세요 ! 힘내세요 !" 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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