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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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답게 살고 싶었다.
그래서 나다운 것에 천착하고 매달렸다.
니체가 말한 '거리에 대한 파토스'를 추구했다.
이것은 차이에 대한 열정이었다.
차이는 다름이다.
그것은 다른 것, 다른 사람의 것을
자신의 것과 구별 짓는 다름에 대한 열정이다.
자신을 다른 사람과 더 다르게 만들려는 열정이다.
더 많은 차이를 만들기 위해 차이를 끊임없이 생산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것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의 관계에서도 나타난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달라야 한다.
자기경영의 근간이 되는 것은 실천의 철학이다.
바로 자신의 과거와 경쟁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구본형의 <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중에서
'우리는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돕습니다.'는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의 슬로건입니다.
무슨 에스테틱 홍보문구 같다구요?
그러게요.
물론 변화경영연구소에는
에스테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사지용 침대같은 것은 없습니다.
아니 그 흔한 사무실도 없죠.
'죽음과 재생의 레이스'라는 무시무시한 수식어를 달고 있던
2년간의 개인대학원 과정 역시 건물도 교실도 없는 무형의 학교였습니다.
사람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 현장이 되는
그야말로 '노마드'적인 교육기관이었던 셈이지요.
고대 그리스의 아카데미아에서 영감을 얻으셨다니 선생님 덕분에
제자들은 오래된 미래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누렸던 셈이구요.
그 체험이 너무나 강렬했기 때문이겠지요?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제자들은 공부를 위해 떠나왔던 현실로
다시 되돌아 갈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이미 죽은 과거의 몸'이라는 것을 봐 버렸던 거죠.
하지만 아직 이를 대신 할 새로운 몸을 찾지 못한 상태였으니
남은 것은 필사적인 재생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스승을 비롯해 동서고금이 현자들의 어깨를 빌어 만날 수 있었던 그 세상을
각자의 지금 여기로 불러오는 것, 그것이 제자들에게 남겨진 과제였습니다.
우리 모두는 우선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열망에 불타는
자기 자신'을 돕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습니다.
유난히 자기다움을 강조하셨던 스승의 제자들답게
'아름다움'에 대한 정의 역시 제 각각이었습니다.
마치 성배를 찾아 저마다의 길을 떠나는 기사들처럼
우리는 철저히 '혼자' 자신의 길을 만들어 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말그대로 오합지졸이 따로 없었죠.
우리끼리 봐도 서로는 '참 대책없는' 존재들이 분명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그런 우리에게 '창조적 부적응자'라는 별명을 지어주셨지만,
'창조적'이라는 수식어를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그후로도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다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비록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어딘가에 딱 나와 같은 마음으로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만들어가고 있는 동지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10년이 훌쩍 흐르고 나니
어느새 각자의 아름다움 그 자체가 되어 있는 그들 가운데 서 있는 저를 만납니다.
더 멋진 것은 서로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 생각했던 그들이
결국은 같은 곳을 향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일 겁니다.
우리는 이제 '아름다움'이란 우리 안에 살아숨쉬는 '생명성'의 다른 표현임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신성, 영성, 야성, 본성, 불성, 참나, 더 큰 나...등등
그것을 무엇이라 부르든 그것은 결국 하나일 수 밖에 없음을
온전히 이해하게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가장 자기다운 방법으로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꼭 자신을 닮은 존재들을 정성을 다해 돕는 것으로
스승께서 주신 큰 사랑에 보답할 수 있게 되었음을 기뻐합니다.
이렇게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스스로의 충실한 열망에 복무하는 것을
스승은 '자기경영'이라 하셨고, 저는 '살림명상'이라합니다.
나를 닮은 디테일들로 꽉찬 살림만큼 온전히 나다움이 표현된 영역이 또 있을까요?
자기를 헐어서 남을 돕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살림으로 다른 존재를 살려낼 수 있는 이 선순환의 메커니즘이
너무나 마음에 듭니다.
당신은 어떠신가요?
당신의 살림맛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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