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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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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8일 21시 50분 등록

"직원들이 흥분과 열정으로 일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것이 경영이다."

경영의 기역 자도 배운 적이 없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경영철학으로 세계적 기업 바디샵을 탄생시킨 괴짜 경영자 아니타 로딕의 말이다. 그녀는 스스로 경영 대학원을 나오지 않는 것이 천만다행이다라고 말할 만큼,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아이디어와 행동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기업을 일구어 냈다. 그녀의 경영 방식 중에도 가장 남다르며 뛰어난 점 중 하나는 바로 그녀가 직원을 대하는 태도에 있었다. 그녀는 바디샵의 직원들을 가리켜 "우리가 고용한 것은 종업원이 아니다. 그들은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들을 수익 창출만을 위한 인적자원(human resource)로 여기지 않았다. 직원 모두가 뜨거운 심장과 영혼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며, 그들 나름대로 이상을 품고 살아가는 한명의 인간으로 여겼다. 그녀는 더 많은 보너스와 연봉으로 그들이 가진 자원을 극대화하려 노력하기 보다는 그들에게 이상을 추구하고 이를 표현하며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래서 그녀는 경영을 직원들이 흥분과 열정으로 일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우리가 비록 그녀와 같이 세계적 기업을 경영하는 기업가는 아닐지언정, 우리에게는 우리 자신이라는 평생을 경영해야 될 대상이 있다. 흔히들 "자기경영' 이라는 말을 쓴다. 아니타 로딕의 경영철학을 빌려 자기경영이라는 말을 정의해 본다면 어떨까? "자신이 흥분과 열정으로 일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것", 바로 이것이 자기경영인 것이다. 자신이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직업이 될 것이며, 그 일을 할 수 있는 장소는 직장이 될 것이다. 자신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즐겁게 일 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도록 만드는 것이 자기경영의 핵심인 것이다.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의 핵심도 나를 다스리는 자기경영의 핵심도 바로 즐겁게 일하는 것, 신나게 일하는 것, 열정적으로 일하는 것이다. 아니타 로딕이 내린 경영의 정의에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해야 된다는 말이 없듯이, 이를 바탕으로 한 자기경영의 정의에도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거나, 먹고살기 위해서 라는 단서 같은 것은 없다. 이런 말을 하면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현실이라는 이름의 속삭임이 이내 귓가에 맴돌면서 헛된 꿈에 젖은 몽상가의 이야기쯤으로 생각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의를 내렸던 당사자 아니타 로딕도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이상주의자, 몽상가와 같은 조롱 섞인 소리를 들어야 했던 사람이다. 나 역시 다른 사람들과 직업이나 직장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때면 언제나 이상주의자라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내 주변사람들을 통해서도, 내가 일을 통해 만난 고객들을 통해서도 수없이 들어온 말이 있다. 그들은 한 결 같이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너무나 하고 싶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몰라 힘들어했다. 돈은 얼마 못 벌어도 상관없으니 그것만 찾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힘들어했다. 어떤 이들은 마음 속에서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외쳐대는 소리를 듣고 있었지만, 현실과 밥벌이라는 굴레를 벗지 못한 채 내면의 울림을 애써 모른 채하며 괴로워하기도 했다. 나 역시 이 모든 과정을 겪은 사람 중의 하나였다.

이러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대부분 비슷한 고민과 함께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그 중에 가장 정도가 심한 것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은 불안정적이고 성공확률이 낮고 밥벌이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 어려서부터 자신의 적성에 맞고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일을 찾아 일찍부터 성공을 거둔 사람들은 그야말로 행운아라고 생각된다. 그만큼 그러한 삶을 사는 사람들은 극소수이다. 우리들 대부분은 똑같은 교육을 받고, 비슷한 생각을 하며, 유연하지 못한 사회제도 속에서 만들어져 왔다. 비슷한 성장과정을 겪은 우리는 사회진출을 앞두고도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한다. 한 번도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아보지 못한 이들은 남들과 같이 무리 속에 섞여 사회의 첫 발을 내딛는다. 다수가 선택한 그 삶 속에서 벗어나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해 보이고 외로워 보인다. 두려워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진정 사회를 이끌어가는 수많은 리더들은 남들과는 다른 삶을 선택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이 누리는 정신적인 만족감과 물질적인 풍요는 자신의 내면의 끌림을 따른 결과로 얻은 전리품이다. "당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쉽사리 대답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렇게 살면 지금보다 행복할 수 있다고 진정으로 확신할 수 있는가?
또 다른 고정관념 중 하나는 높은 연봉이나 유명한 기업과 같은 근무 조건이 자신의 열정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열정은 어디서 주어진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열정은 자신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연봉이 올라간다고 직급이 올라간다고 마음 속에 씨도 뿌려지지 않은 열정이 피어나지 않는다. 외적인 환경이나 물질적인 보상이 마음 속의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인간의 행복을 만들어 내는데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은 굳이 따로 논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도 일에서 만족감을 얻지 못해 다른 것들에서 즐거움을 찾고자 애쓰는 사람들, 남들이 부러워하는 일을 하며 들어가고 싶어 안달하는 직장에 다니면서도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아니라며 열정을 쏟을 수 있는 다른 일을 찾는 사람들, 나이 40, 50이 넘어서 남들이 보기엔 사회적인 성공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정말 무엇을 좋아하고 잘할 수 있을까 심각하게 고민하는 분들을 나는 모두 만나봤다. 예외는 있겠지만 열정은 나의 내면에서 출발하며 그 내면의 기쁨을 따를 때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는 것은 대단히 기쁜 일이다. 나 역시 그러한 삶을 시작하고 하루하루가 이전과는 놀라울 정도로 달라짐에 매일 감사할 뿐이다. 참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이다. 지금 안정적인 직장이 10년, 20년 후엔 어떻게 변할지 모르고, 지금 잘 나가는 직업이 나중에 어찌될지 모르는 일이다. 진정한 자기경영의 시작과 끝은 바로 자신에게 최고의 일과 직장을 선물하는 것이다. 직업이라는 것은 우리의 인생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것 중의 하나이다. 나와 나의 가족들에게 밥을 먹여 주는 것이며,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나의 모든 것을 걸고 선택해야 할 것이다. 당장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별로 내키지 않는 직장에 들어가 별로 내키지 않는 일을 하며 살려고 하지 말자. 이는 자기 자신을 속이는 짓이다. 나중에 곪고 썩어 속이 터져 대수술에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사회적 불안정, 취업난, 현실적 여건 등을 핑계로 이 핵심을 잠시 접어두는 실수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자신이 선택한 가장 현실적인 해답이 가장 비현실적인 해답이었다는 것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깨달을 수 있다. 모든 것의 핵심은 간단하다.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행복한 삶을 선물하고 풍요로운 삶을 선물하는 것이 바로 올바른 자기 경영의 핵심이다. 자신을 진정 사랑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자신에게 선물하면 된다. 사랑하는 연인이 원하는 모든 것을 주기위해 물불을 안 가리던 당신의 모습을 기억하라. 그 열정적인 모습을 자신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신화학자 조셉 캠벨은 "천복을 좇되 두려워하지 말라. 당신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있어도 문은 열릴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내면의 기쁨을 찾고 이를 따르는 것이 정신적, 물질적 성공의 시작이고 지름길이다. Follow your bl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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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09.09 07:40:42 *.244.220.254
열정의 어원은 '내 안의 신(神)' = God in You라고 하더군. 신이 준 최고의 선물. 
한방향으로 일관되게 써가는 칼럼이 좋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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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2008.09.09 17:33:34 *.97.37.242

미국에 사시는 형님이 오셔서 어제 술한잔 하며 늦게까지 얘기를 했다.
하던 사업을 접고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고 있는데, 내게 얘기하는 새 사업 아이템이 너무 진부한 것들이었어. 그래서 형님에게 연구원 하면서 배운 바를 몇가지 얘기해줬지.   자신 내부의 떨림을 따라라. 돈 버는 사업만 생각하지 말고 앞으로 30년 후 인생을 마감할 때  후회하지 않을 사업을 선택해라. 그러기 위해서 먼저 자신이 누군지,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라. 내가 개인사 쓰면서 느꼈던 것도 얘기 해주고....

형님이 자기는 은퇴 후에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거야. 교회에 가서 봉사를 하던지, 노인들을 위해 봉사를 하던지, 아무튼 자기보다 힘 없고 돈없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여생을 살고 싶다는 말이었어. 옛날 부터 그런 생각을 했었다고... 그런데 이상한 건 형님이 그 말을 할 때 그 전에 사업 아이템을 얘기할 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거야.  갑자기 말하는 톤이 달라지고, 눈이 반짝이는거야.  신바람이 나는 거야.  이상하기도 하지?

형님 입에서 그런 얘기가 나오리라곤 상상도 못했는 데.... 미국에 산지 오래 돼서 그 간 이런 얘기를 해볼 시간이 거의 없었지만, 젊었을 때 내가 알던 형님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을 찾는 데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우리 형님 지금 오학년 삼반이거든. 다음주에 미국으로 가시는 데 내가 책을 몇권 선물하기로 했다.
강점혁명, 사람의 마음을 읽는 법,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

우리 형님이 좋은 직업을 갖게되었으면 좋겠다.
글 잘읽었다. 잘 읽힌다.  아주 좋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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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2008.09.09 17:42:22 *.97.37.242
근데 촌x지혜는 댓글 달지 못하게 막아 논거니?
촌x지혜야. 댓글 옵션 풀어라. 오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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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환
2008.09.09 22:43:45 *.34.17.28
실수했나 봄. 풀었슴다. 오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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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
2008.09.10 13:27:32 *.161.251.172
지환 글 좋다. 쉽고도 귀에 쏙쏙 잘 들어온다.
그대가 높낮이 없는 목소리로 일정한 톤으로 옆에서 얘기하는것 같다.
아주 좋은 글이 될것 같아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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