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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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출처: https://www.pbs.org/wnet/americanmasters/ernest-hemingway-filmmaker-interview-dewitt-sage/631/
노인은 죽었고 소년은 어른이 되었다. 노인은 죽기 전 소년에게 이렇게 말했다. “바다가 우리를
사랑하는 것처럼 넓은 마음을 갖고 살아가렴.” 어른이 된 소년은 바다를 떠나 연극배우가 되었다. 세상은 빠르게 변했고 그는 노인과 있었던 일을 모두 잊은 것처럼 보였다. 배우의
길은 쉽지 않았다. 그의 공연을 원하는 곳이 없어지자 절망에 빠졌다.
계속 이 길을 가야할 지 아니면 바다로 돌아가야 할지… 소년, 아니 어른이 된 소년은 갈림길에 섰다. 절망감으로 가득차 집으로 돌아온 날, 그는 문득 노인이 생각났다. 한번만 더 노인을 볼 수만 있다면… 그와 함께 했던 고달팠지만, 건강한 기쁨과 희망으로 넘쳤던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의 눈은 눈물로 가득했다.
눈물은 곧 절규로 이어졌고, 그는 울다 지쳐 잠이 들었다.
그날 밤 그는 바다로 돌아갔다. 배를 삼킬 듯 높은 파도 위에서 그는 노인과 함께 고기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파도만큼이나 큰 물고기. 소년이 한번도 보지 못했던 큰 물고기였다. 소년과
노인, 둘이 힘을 합쳐도 안 될 정도로 큰 물고기였다. 소년은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노인은 낚시줄을 놓지 않았다. “그만 돌아가요. 이러다 우리가 죽겠어요.” “마놀린, 너 혼자라면 죽을 수도 있지. 하지만 내가 너의 곁에서 도와줄게. 우리가 함께 한다면 반드시 물고기를 잡아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단다.” 소년은 용기를 냈다. 둘은
마침내 물고기를 잡아서 마을로 돌아왔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박수치며 환호하는 소리가 들렸다. 소년은 그들에게 인사하며 환호에 답을 했다. 박수 소리가 점점 멀어질 때 그는 눈을 떴다. 꿈이었다. 너무도 생생해서 방금 전까지 노인이 옆에 있었던 것 같았다. “고마워요, 산티아고.” 그는 꿈 속에서 겪은 걸 대본으로 쓰고 본인이 주연을 맡아
공연했다. 연극은 본 사람들은 모두눈물을 흘렸다. 한계를
만나 좌절하고 지친 사람들에게 노인의 메세지는 감동과 용기와 주었다. 마지막 공연의 날, 그
어느 날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왔고, 관객석은 환호로 가득 찼다. 마치 그 전날 꿈 속에서 들었던 화호 소리 같았다. 그는
기쁨과 감동으로 가득 차 멋진 공연을 했다. 연극을 마치고 분장실로 돌아와 기쁨을 나누고 있을 때 누군가
그를 찾아왔다. 그는 소설을 쓰는 작가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작가는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어 절필하려 했고, 머리나 식히려 연극을 보러 왔다고 했다. 그런데 연극을 본 후 영감이 떠올랐고 다시 글을 쓸 용기가 생겼다며, 그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도 괜찮겠나며 물었다. 그는 흔쾌히 허락했고, 좋은
글을 기대한다며 그를 격려했다. 몇 달 뒤 그의 공연장으로 소포가 하나 도착했다. 봉투 안에는 한 권의 책이 들어있었다. 제목은 <노인과 바다>, 작가의 이름은 헤밍웨이였다. 얼토당토않은 이야기에 놀라셨나요? 지훈이가 쓴 <노인과
바다>의 뒷이야기 입니다. <노인과 바다>가 쓰여진 배경이야기(backstory)가 아니라 그 후의 이야기(afterward) 입니다. ^^ 소년이 자라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노인의 일을 교훈삼아 극복하고 그 이야기를 들은 헤밍웨이가 이를 소설로 썼다는 설정인데요. 그럴 듯
하지 않은가요? 노인의 경험을 듣고 소설을 구상했다는 밋밋한(?) 실제
뒷이야기 보다는 이 편이 훨씬 더 극적이고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지훈이의 상상력도 뛰어나지만, 더 놀라운 건 소설의 시퀄(sequel: 후편)이 프리퀄(prequel: 선행을 담은 속편)이 되는 시간을 연속성을 파괴하는 구조였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메멘토>나 <인터스텔라>를 처음 봤을 때의 충격과 조금 비슷할 정도였으니까요. ^^ 이렇게 충격과 감동을 준 이야기를 쓴 힘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영어 자체를 포기하고 싶게 만든
<노인과 바다>. 그 재미없고 어려운 이야기를
끝까지 읽은, 한계에 부딪히고 그것을 이겨낸 사람만이 갖게 된 힘이 아니었을까요?
이번주도 건강하고 행복한 한 주 보내세요. ^^
※PS. 지훈이는 그 후 크리스토퍼 놀란과 같이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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