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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9일 11시 18분 등록

언제부턴가 자연 속에서 살기를 꿈 꾸어 왔다.

심지어 대학생쯤에도 시골로 들어가 농사 짓고 사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잠깐씩 하기도 했다. 이처럼 자연을 가까이 할 수 있는 시골 생활은 나에게 매력적인 동경의 대상이었다.

특히 대학 졸업 후 5년 정도의 직장생활을 한 지금까지 일주일 이상을 넘기는 휴식을 한번도 가져보지 못한 나는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를 느끼거나 답답한 아파트 생활이 지겨울 때엔 늘 상상을 하곤 했다. 여름엔 서늘한 시골집 툇마루에 앉아 눈부신 땡볕을, 겨울엔 아늑한 안방의 통 유리를 통해 눈 쌓인 풍경을 바라보며 커피 한잔의 휴식을 갖는 꿈 같은 것을 말이다. 그러한 상상이라면 잠시나마 마음의 큰 위로가 되기도 했다. 시골 생활의 묘미는 또 단독 주택이 아닐까 싶다. 그것이 흙 집이든 한옥집이든 어떤 형태를 띠건 시골 환경과 잘 어울리는 아담한 공간이라면 그 어느 곳이든 만족한다.

집 앞 마당 작은 밭에는 가지, 오이, 토마토를 주렁주렁 심어두고 입이 심심하면 가지 하나 뚝 따서 마당 수도꼭지에서 뽀드득 뽀드득 씻어 한 입 베어 무는 상상.

한겨울 폭설로 눈 속에 갇힌 상황에서는 아담하고 따뜻한 나의 집 골방에서 군 고구마 까먹으며 수북이 쌓인 눈을 마음껏 즐기는 상상.

 

사실 이런 모습들은 내가 산골에 살던 어린 시절에 실제로 행하던 것들이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나이가 들고 삶이 팍팍해 질수록 이런 경험들이 더더욱 머리 속에 선명해지고 더욱 원하게 된다..

 

이처럼 내가 현재로서 바라는 생활은 자연이 순환하는 모습들을 가까이서 느끼고 입과 눈을 함께 맘껏 즐기며 사는 것이다. , 나무, , 흙을 보면 마음이 괜스레 편해지고 머리 속이 깨끗해 지는 것이 나에겐 자연을 감상하는 것이 명상하는 것과 같을 거라는 느낌이다.

 

굳이 농사를 짓는 농민으로서의 삶이 아니여도 자연 속에서 자연을 즐기며 살고 싶다.

결혼 전에는 이런 나의 생각을 지지해줄 배우자를 찾는 것이 꿈이었다.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남편을 만났을 때 조심스레 시골에서의 삶을 사는 것에 대한 의사를 타진해 본 결과 다행히 나와 생각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다행스럽게 내 짝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과 결혼을 해 지금 우리의 목표는 시골로 삶의 터전을 빨리 옮기는 것이다.

결국 바라는 대로 이루어 지는 것이니 시골생활에 대한 꿈은 계속 꾸어나갈 것이다. 더욱 구체적으로.

 

남들은 내 명의로 된 아파트 한 채 갖기나 강남의 아파트 몇 평, 무슨 차가 목표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자연과 가까운 조용한 시골 마을에 작지만 아담한 나의 집을 갖고 전원을 즐기는 것이 꿈이다.

 

물론 약간의 두려움도 있다. 과연 도시의 편리한 맛을 알아버린 지금, 이곳을 떠나 불편을 감수하고 사는 시골에서의 삶이 정말 좋을까 하는 우려들 말이다. 이 것은 본격적인 시골 생활을 시작하기 전 충분히 나 자신에게 던져야 하는 질문일 것이다.

 

도시에서 좋다 하는 직장에 적을 두고 폼 나게 일하며 능력을 인정받고 온갖 문화생활과 다양한 문명의 혜택을 누리는 것도 좋겠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나라는 사람은 자연에 적을 두고 땀을 흘리며 내가 먹을 곡식들을 얻기도 하고 자연의 순리에 맞게 온갖 자연 생활을 누리며 사는 시골 생활이 나에겐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 든다.

 

직장에 얽매여 성과 창출과 경쟁, 눈치보기로 마음이 닳아버리는, 토론 문화라는 명목 하에 남의 생각을 끊임없이 비판하고 나의 주장을 펼쳐야만 인정받는 현실이 나에겐 이제 버겁다. 어떤 이에게는 이것이 생산적이고 가치 있는 일이겠지만 더 이상 나에게는 아니다.

 

어찌 보면 복잡하고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려는 도피처로서 생각하는 나약한 심리의 발로가 아니겠냐고, 엄살 부리지 말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인생 한번 아닌가. 근 몇 년간 바짝,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다. 30,40년간 직장생활을 한 선배들은 웃을 수도 있겠지만 이제 나란 사람은 그런 인내는 버려도 좋을 것 같다. 내 몸과 마음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살아보고 싶다.

사실 또 이런 생각도 든다. 시골 생활이 막상 또 안 맞으면 어떤가? 그때는 또 다시 도시 생활을 꿈꾸지 뭐~

IP *.34.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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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년춘희
2008.09.10 07:26:59 *.254.30.80

저도 똑 같은 꿈을 가지고 있어 글을 읽는 내내 얼굴이 환해지는걸 느낍니다.
옆에서 얘기를 들었더라면 덥석 손을 잡았을 겁니다.

우리 꼭 그렇게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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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년지혜
2008.09.10 11:40:10 *.251.5.1
ㅋㅋ 덥썩~
네 꼭 그렇게 살아요~ ^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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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0 21:37:56 *.71.235.3
촌 패밀리 들이시군요. 이웃하고 살까요? 겉저리 나눠 먹으며.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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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년지혜
2008.09.16 11:23:42 *.251.5.1
진심이신거죵?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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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
2008.09.11 11:49:40 *.240.107.137
 내 몸과 마음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살아보고 싶다. 시골 생활이 막상 또 안 맞으면 어떤가? 그때는 또 다시 도시 생활을 꿈꾸지 뭐~

와, 생각이 자유로운 지혜, 그런 마음이라면 언제든 방법은 그대 앞에 있을거야.
그 집에 우리들 아지트도 하나 마련해 줘!! 

그래, 그러고보니 연구원 각자 전원주택 지으면 각각 다른 컨셉의 아지트를 마련해서 땡기는대로 돌아가며 노는 거 어떨까?(우리집은  커다란 스크린과 엠프,스피커, 방음된 지하실..공연이나 영화보고, 기분 좋아지면 춤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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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년지혜
2008.09.16 11:23:22 *.251.5.1
물론이죠~아지트 마련은 물론 최지환씨의 스페셜 요리까지 써어비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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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2008.09.11 14:20:37 *.97.37.242

사부님 꿈 중 하나가 바닷가가 보이는 곳에 변화경영연구소를 짓는 거라고 했던 것 같은데...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나는 데, 맞나?  여하튼.....
그렇게 되면 연구소 주변에  각자 전원주택을 짖는 거야.
요즘 24평짜리 팬션식 황토집 짖는 데 땅값 포함해서 3천만원이면 된다더군.

거기다가 집 지어놓고 살고 싶은 사람은 거기 눌러 앉아 살고,
도심에 살고 싶은 사람들은 도시에 살다가 주말에 놀러 가고...
그럼 좋겠다. 그지?

그리구 우리집에는 잘 곳과, 식당만 있으면 되겠다.
소은 집에 가면 음악듣고, 공연이나 영화 보고, 춤도 추고... 문화생활은 거기서 다 해결되니까. ㅎㅎ
왠 왕빈대 근성?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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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년지혜
2008.09.16 11:22:26 *.251.5.1
진짜 그리되면 정말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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