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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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정신적 불행은 일 속에 '내'가 없기 때문이다.
일 속에 자신이 들어있는지 자세히 살펴라.
충분히 길게 들여다보면 그 속에 '내'가 있다.
여기가 출발점이다.
넘어진 곳에서 일어서려면 우리를 넘어뜨린 그 땅을 짚고 일어서야 한다.
삶을 바꾸고 싶으면 지금의 삶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평생을 쓸 수 있는 필살기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 하는 일을 짚고 일어서야 한다.
현재의 직무 매일의 일상에서 반복되는 이 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바로 그 일, 이
속에 평생의 필살기를 마련할 수 있는 단초가 숨어있다.
구본형의 <필살기> 중에서
내가 가진 가장 싱그럽고 건강한 에너지를 아이들에게 먼저 주고 싶다는 열망을
자각할 수 있었던 것은 분명 축복이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일터를 완전히 떠날 결심을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습니다.
지금까지 ‘일’이 정체성의 거의 전부였던 나같은 사람이
일없이 살아가는 것이 가능할까?
운이 좋아 그리 할 수 있다 쳐도
아이들이 저마다의 세상으로 떠난 이후의 남은 삶을 감당할 수 있을까?
'어떻게든 되겠지.' 정도의 막연한 기대만으로는 도무지 안심이 되지 않았습니다.
마음놓고 아이들과의 시간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도
믿고 따라갈 수 있는 든든한 로드맵이 절실했습니다.
그때서부터 다시 새로운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참을 수 없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두려워 말고 그 일을 따라 나서라.
그 우주적 떨림을 거부하지 마라.
그 일 속에서 살아있음을 느낀다면
그 일이 곧 자신의 천직임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아직 그런 떨림을 얻지 못했다면,
지금 주어진 일을 아주 잘 해낼 수 있는 즐거운 방식을 찾아야 한다.
그 방법을 알아내는 순간 매일 숙제처럼 목을 죄어오던 일상의 일들 중에
어떤 것들은 나의 타고난 적성에 잘 어울려
이내 즐거움으로 바뀐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나는 그 일이 내 천직으로 가는 입구라는 것을 믿게 되었다.
그 일에 통달하게 되면
죽을 때까지 먹고 살 수 있는 평생의 직업으로 변용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직장인의 필살기 발굴의 원칙이다.
구본형의 <필살기> 중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버리지 않고,
재조합하고 재창조해 차별적인 전문직업으로 다듬어가는 스승의 필살기 창조 모델을
가정이라는 현장에 적용하면 승산이 아주 없을 것 같지 않았습니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차별적 전문성, 스승은 그것을 ‘필살기’라고 불렀습니다.
‘필살기’는 승리의 급소를 걷어차는 죽여주는 기술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죽여준다'는 것은 표현의 끝입니다.
'모든 것을 넘어서는 탁월함'에 대한 가장 서민적 표현인 거죠.
그러니까 이 표현에는 평범한 재능을 가진 보통 사람이
내일 죽을 듯이 오늘을 살아야 겨우 얻을 수 있는 경지의 기술이라는
인류 보편의 경험적 지혜가 담겨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에게 ‘필살기’는 현실보다는 ‘꿈’에 가까운 영역이며,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낸 이들을 우리는 ‘영웅’으로 칭송합니다.
‘필살기’를 얻게 될 때 비로소 열리게 된다는 業을 ‘하늘이 내린 직분’,
즉 ‘天職’이라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역시 엄마와 주부라는 역할을 소화하기에도 벅찬 나에게
‘天職’이란 도저히 ‘이룰 수 없는 비현실적인 희망’일 뿐인 걸까?
역시 내게 주어진 선택지는 일터와 가정을 오가며
어디에도 충실하지 못한 삶을 버티거나,
일과 아이 둘 중의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것 뿐인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연히 그럴 리 없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넘어져 한참을 일어날 엄두도 못 내고 망연자실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필살기, 필살기, 죽이는 기술이란 말이지.
죽여주는 기술, 그런데 대체 누구를 죽여준다는 거지?
그래, 아마도 고객이겠지?
그렇다면 모든 것을 넘어서는 탁월함의 경지란 모든 고객,
다시 말해 모든 관계에서 먹힐 만큼 탁월한 ‘관계의 기술’이란 말이잖아.
정리하면 내가 그리 탐내는 ‘天職’도
결국은 나와 세상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관계의 다른 표현이라는 결론!
그렇다면 천직수련이란 바로 ‘관계의 필살기’,
다시 말해 ‘사랑의 기술’을 연마해가는 과정에 다름이 아닌 거잖아!”
벌떡 일어서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내가 이미 그리도 원하던 천직수련을 위한 최적의 현장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던 겁니다.
다시 말해 나를 마음껏 꿈꾸지 못하게 하는 굴레라고만 생각하던
‘현실의 관계’들이야말로
가장 나다운 방법으로 세상을 여는 ‘사랑의 기술’을 갈고 닦을 수 있는
수련장이라는 것을 믿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