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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 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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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13일 07시 14분 등록



가득 채워졌던 젊음은

한 번도 젊은 적 없이 비어가고

인생을 다 뒤져도 나는 없어

살아보지도 못하고 다 사라지기 전에

얼른 이 코너를 돌아야겠어

검은 깍지를 깨뜨리고

꽃이 터지는 것을 보아야겠어

어느 골목 모퉁이를 돌아설 때

벽으로 막혔던 햇빛이 쏟아지듯, 나를 덮치고

나의 황홀은 꽃이 되었어

우주에 한 걸음 다가서자 우주는 선뜻 내게

열 걸음 다가와 주었어

나를 기다린 거야, 나보다 더한 그리움으로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 구본형, 김영사, 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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