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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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의 구루 피터 드러커는 열세 살 때 종교 과목 수업에서 선생님으로부터 다음 질문을 받습니다.
”너는 죽어서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느냐?“
선생님은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는데, 물론 대답하는 아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선생님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껄껄 웃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희가 대답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50세가 되어서도 이 질문에 여전히 답할 수 없다면 그 사람은 인생을 잘못 살았다고 봐야 할거야." 졸업 후 수십년이 흘러 다시 만난 자리에서 다들 그 선생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모두 그 질문이 자신들의 인생을 크게 바꿔 놓았다고 고백하죠. 피터 드러커는 비록 마흔 살이 될 때까지 위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평생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고, 그 질문이 자기 삶을 이끌어왔다고 고백합니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가?' 이 질문은 우리 각자를 스스로 거듭나는 사람으로 이끌어준다. 우리로 하여금 자신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도록, 자신이 앞으로 '될 수 있는 사람'으로 보도록 압력을 가하기 때문이다."
몇 달전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시고, 죽음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며 지냈습니다. 죽음을 관념으로만 알아오던 제가 처음으로 죽음의 실체를 접하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할매요! 할매요! 할매가 숨을 안쉰다!" 언니의 다급한 외침에 가족들이 순식간에 할머니 곁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이미 할머니의 턱은 싸늘해지고 있었고, 안색은 창백해지고 있었습니다. 생과 사가 갈리던 그 순간을 지켜보는 게 너무 초현실적이어서, 도무지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책을 읽다가도, 거리를 걷다가도, 자려고 누웠다가도 불쑥 불쑥 그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면 등골이 서늘해지죠. ‘누구나 죽고, 나도 떠나야 할 때가 온다.’ 라는 분명한 사실 때문에.
내가 이곳에 영원히 있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 내 것이라 여긴 그 모든 것과 결국 이별해야한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피가 차가워지는 한편 뜨거워지기도 합니다. 죽음을 떠올릴 때마다 삶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할머니와 죽음. 이 두 가지 키워드가 저를 계속 다음 질문으로 이끕니다.
”나는 어떻게 죽고 싶은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는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결국 내가 어떻게 살기를 원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체스 그랜드마스터인 호세 라울 카파블랑카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성공하려면 다른 무엇보다 먼저 마지막 수를 연구하라." 결국 어떻게 죽고 싶은지 알려면 어떻게 살지를 연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죽을 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아주 오래전에 누군가가 제게 물었습니다. "좀 이상한 질문 같지만 '왜 사세요?'" 라고
그때 제가 대답하기를 " 그런 질문 나한테 하지 말아요 ! 나도 그 이유를 모르니까 알고 싶어 이렇게 살고 있으니까 ! ^^ "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에 지난 뒤에 누군가 그러더군요 ...
" 선생님은 마치 펜싱을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아요 ! " 라고
전 아직도 다른 누군가에게 어떻게 기억될지는 잘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지만
이것 만은 분명한 것 같아요, 전 제가 걸어온 삶을 사랑합니다. 늘 잘 알고 싶어했고 그 작지만 주어진 삶 속에 존재하는 것들을 보호하고 존중하며 책임지려고 노력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의 현실적인 증표가 '이기는 것'이었지요
펜싱을 시작한 후 48년의 세월이 지나고 수많은 승패가 엇갈렸지만 무엇이 진정한 승리고 패배인지 아직도 알지 못합니다.
다만 매일 주어지는 아주 평범한 일상이 저 같은 범인에게는 매우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까르페 디엠' 그렇게 과거와 미래가 오늘이라는 이 순간에 내게 주어져 있다고 믿고 오늘 속에 벌어지는 범사에 감사하며 함께 하는 이들과 있는 그대로 잘 지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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