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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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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16일 10시 25분 등록

[소심한 당신에게 2]


  지난 번에는 소심의 반대말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소심과 비슷하게 쓰이는 단어들은 어떤게 있을까? 나는 세심, 꼼꼼, 쪼잔, 속좁음, 밴댕이 속알딱지 이런 류의 단어들이 떠오른다. 다른 쪽으로 살펴보면 내성적, 부끄럼, 콤플렉스, 신경과민성, 속좁음, 일방향, 답답함. 고소공포증 같은 단어들도 연상되고. 여러분들은 어떠한가?


  먼저 소심이란 무엇인지 정의부터 알아본 후 갈길을 가보자. 소심(小心)이란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작을 소(小), 마음 심(心)으로 작은 마음, 혹은 좁은 마음을 이야기 한다. 그렇다면 작거나 좁은 마음이란 무엇을 말할까? 세상을 살아가며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음에 있어 크거나 넓은 마음을 가지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아마도 크거나 넓은 마음(大心, 廣心)을 기준으로 소심과 그렇지 않음을 구분한다면 이 세상에서 최소 반이상은 소심한 사람들로 가득찰 것이다. 왜냐하면 크거나 넓은 마음으로 이 세상을 산다는 것은 자기자신을 웬만큼 희생하지 않고는 즉, 마음고생을 할만큼 타인을 위하거나 배려하지 않고는 어려울 것이란 이야기다.


  소심의 국어사전상 정의는 '대담하지 못하고 조심성이 지나치게 많음'이다. 즉 어떠한 결정이나 실행을 해야할 경우 시원시원하게 하지 못하고 머리 속으로 고민만 하다가 결국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심한 사람들의 경우 이런 결과를 놓고 스스로를 자책하게 되지만, 다시 비슷한 상황이 오더라도 같은 고민을 반복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런 자책의 연속성은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으로 이어지고 자괴감, 패배의식으로 까지 연결되게 된다. 여기까지 진행되게 되면 사람들은 소심의 차원을 넘어 꼭 고쳐야 할 문제점, 넘어서야 할 장애물, 치료해야만 할 불치병으로 소심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위의 상황은 최악만을 고려한 것이고, 부정적인 면만 바라본 것이다. 대부분의 소심은 생활 속에서 흔히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는 일상의 모습과도 같은 것이다. 결코 소심 때문에 괴로워하거나 힘겨워할 필요도 없을뿐더러 자책하거나 스스로를 패배의식 속으로 몰아넣어서는 안된다. 아무리 대범하고 대담하고 대심한 사람도 모든 면에서 100% 그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위대하고 용맹하다고 알려진 사람들 또한 그들의 삶에서 얼마든지 소심적인 면을 발견할 수 있다. 소심은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일상 생활의 한 단면일 뿐이다. 또한 개성과도 같은 것이며, 얼마든지 자신의 관심, 노력 여하에 따라 자신 만의 독특한 장점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특성 중의 하나이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역사속 위인 중에서 그들의 삶에 나타난 '소심'을 한번 살펴보자. 먼저 위에서 살펴본 소심의 유사어 중에 세심, 꼼꼼을 예로 들어 설명을 해보겠다. 우선 소개하고 싶은 위인은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충무공(忠武公) 이순신(李舜臣) 장군이다. 그는 조선시대 임진왜란 때 팔도수군통제사로써 활약하며, 전세계 역사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전무후무한 전적인 23전 23승의 기적의 승률을 거두었으며, 수많은 대첩을 통해 수십만명의 왜군을 남도 바닷가에 수장한 장본인이다. 그의 활약상은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다음의 평가를 보자.



  "이순신은 서양 사학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순신은 전략적 상황을 널리 파악하고 해군전술의 비상한 기술을 가지고 전쟁의 유일한 참 정신인 불굴의 공격원칙에 의하여 항상 고무된 통솔원칙을 겸비하고 있었다. 그의 맹렬한 공격은 절대로 맹목적인 모험이 아니었다. 영국인에게 Nelson,과 견줄 수 있는 해군제독이 있다는 사실을 시인하기는 힘든 일이지만 이순신이 동양의 위대한 해군사령관이라는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영국 해군준장, 조지 알렉산더 발라드>


  "옛부터 장군으로서 묘법을 다한 자는 한둘에 그치지 않는다. 해군 장군으로서 이를 살펴보면 동양에서는 한국의 이순신, 서양에서는 영국의 NELSON(1758-1805)을 들지 않을 수 없다. 불행히도 이순신은 조선에 태어났기 때문에 서양에 전하지 못하고 있지만 임진왜란의 문헌을 보면 실로 훌륭한 해군장군이다. 서양에서 이에 필적할 자를 찾는 다면 네덜란드의 Ruyter Michiel(1607-1678) 이상이 되어야 한다. 넬슨과 같은 사람은 그 인격에 있어서도 도저히 어깨를 견줄 수가 없다. 장군(이순신)의 위대한 인격, 뛰어난 전략, 천재적 창의력, 외교적인 수완 등은 이 세상 어디에서도 그 짝을 찾을 수 없는 절세의 명장으로, 자랑으로 삼는 바이다."

<일본 해군준장, 사토 데쯔라로>


  한마디로 명장 중의 명장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가 조선에서 태어나지 않고 진정 영국이나 네덜란드 등 해양강국에서 태어났더라면 전세계적인 인물이 되었음은 당연해 보인다. 그런 불세출의 성웅, 이순신 장군이 난중일기 속에 나약함은 물론 소심한 면도 많이 드러내고 있음은 영웅에게도 소심한 면이 있음을 알려주는 고마운 사실이다.(우리같은 소심한 사람들에게는 더욱 더!)



1593년 5월 30일(계미) 종일 비

정말 가소롭다. 명나라 관리가 보낸 불화살 1,530개를 나누지 않고 혼자 쓰려고 하다니 잔꾀가 아주 심하여 말로 다 하기 어려울 정도다.


1593년 5월 16일(기사) 맑음

마음이 몹시 울적해서 베개를 베고 누워 가슴앓이를 했다. 왜냐 하면 “명나라 장수가 중도에서 늑장을 부리며 멈추고 있으니 어떤 꿍꿍이가 있는 듯하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나라를 위하여 걱정이 많은 터에 일이 이와 같으니 더욱 탄식이 나오고 눈물이 앞을 가린다.


1594년 2월 초5일(갑인) 맑음

새벽에 꿈을 꾸었는데, 내가 좋은 말을 타고 바위가 겹겹이 있는 큰 고개로 내려가니 봉우리들은 빼어나게 아름답고 구불구불 동서로 뻗어 있었다. 봉우리 위엔 평탄한 곳이 있었는데, 거기에 좋은 자리를 잡으려다가 잠에서 깨어났다. 무슨 징조인지 모르겠다. 또 꿈에 봉우리 위에 한 미인이 혼자 앉아서 손짓했는데, 나는 소매를 뿌리치고 응하지 않았다. 참 우스운 일이었다.


1594년 7월 13일(기축) 계속 비

유 정승에 대해 점쳤더니, ‘바다에서 배를 얻는 것과 같다’는 괘가 나왔다. 다시 점쳤더니 ‘의심하다가 기쁨을 얻는 것과 같다’는 괘를 얻었다. 몹시 길한 괘였다.


1596년 1월 초10일(정축) 맑았느나 서풍이 거세게 붐

이른 아침에 적이 다시 나타날지 여부를 점쳤다. ‘수레에 바퀴가 없는 것과 같다‘는 괘가 나왔다. 다시 또 점쳤더니 ’임금을 보고 모두들 기쁘하는 것 같다‘는 괘가 나왔다


 
  어떤가? 말도 제대로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기도 하고, 가슴앓이도 하며 눈물도 흘리는 영웅. 꿈 이야기를 떠올리며 흐믓해 하고, 점을 치며 점괘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성웅 이순신의 모습은 평소 우리가 알고 있던 장군의 이미지와는 다르지 않은가? 부하들 앞에서는 뛰어난 리더로, 왕 앞에서는 믿음직한 부하로 책임을 다하지만 그도 한 명의 인간이며 또한 소심한 면을 가졌던 작은 인간이기도 했던 것이다. 게다가 꼼꼼, 세심한 면으로 따진다면 난중일기는 그런 그의 성격이 만들어낸 작품이 될 것이다. 바쁘다 못해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전쟁의 한 축에서 하루하루를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은 그의 세심함, 꼼꼼함이 예술의 경지, 초월의 경계를 넘어섰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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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09.16 19:08:07 *.244.220.254
오~호!
단어에 대한 어원적 접근도 좋고, 충무공 이순신의 어록에서 소심의 공통분모를 뽑아내는 솜씨! 좋~습니다.
소심!!!  이 책 되겠는데요~ 이제 지긋지긋한 발효유 억지로 그만 드셔도 될라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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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7 00:11:33 *.71.235.3
 오호, 다각도로 소심을 연구중이시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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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웅
2008.09.17 08:43:01 *.37.24.93
차칸형....
글에서 소심함을 느낄수 없으니 이걸 좋아해야 할지 소심함을 지켜달라 애원 해야할지.
뭐라하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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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2008.09.17 16:18:23 *.97.37.242
인용문 글자체가 별로다. 잘 안보여. 다음에는 좀 잘보이는 글자로 바꿔봐.
이런 말을 하는 걸 보면 난 소심은 아니지?  할말 하고 사니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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