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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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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23일 10시 29분 등록

 “국민연금 나중에 정말 받을 수 있는 거냐?”
“그럼. 받을 수 있지. 국가에서 법으로 보장하는 거쟎아.”
“야! 법 좋아하시네..... 너야 임마 국민연금 다니면서 밥 벌어먹고 사니 그런 얘기 하지만 다른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전혀 아니던데?"
“아니야. 기금이 벌써150조 이상 쌓여 있고 앞으로 수십 년 간은 전혀 문제없어.”
“기금운영을 잘 못해서 얼마 안가 기금이 고갈 날 지경이라던데?  그래서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연금제도를 고친다는 거 아니냐?”
“아니야. 현재 국민연금이 낸 돈보다 훨씬 많이 받아가게 설계되어 있거든. 그래서 그 부분을 고치려고 하는 거야. 구조적으로 잘못 된 부분을 빨리 고쳐야 국민연금이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지.”

“어째 정부에서 하는 일들은 도대체 믿음이 안 간단 말이야. 하는 일들이 일관성도 없고, 새로운 정책을 시행한다고 해놓고 2, 3년만에 확 확 바꿔 버리질 않나.... 국민연금도 알게 뭐냐? 나중에 줄 돈 없다고 하면서 확 깎아버리면 손해보는 건 결국 우리 국민들이잖아?”
“아니야 그런 일은 없을 거야. 국민연금법에는 ‘재정재계산’ 제도란 게 있어서 5년에 한 번씩 기금재정을 점검하게 돼 있거든. 앞으로 50, 60년 앞을 계산 하는 것도 미리미리 문제점을 발견해서 서서히 고쳐나가기 위한 거야.”

몇 년 전 오랜만에 만난 고등학교 동창들이 소주를 마시면서 나누었던 이야기다. 친구들 서너 명이 묻는 질문에 대해 국민연금에 근무하는 정수는 연신 대답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고등학교 동창생인 정수가 하는 얘기도 친구들은 고지 믿지 않는 눈치였다. 그곳에서 월급 받고 생활하고 있으니 당연히 그렇게 이야기 할 수밖에 없다는 정도로 이해해 주는 듯했다.

“야. 넌 국민연금 다니는 놈이 인터넷에 떠도는 ‘국민연금 8대 비밀’도 안 봤니?  거기에 죄다 나와 있던 데 뭐. 기금이 고갈 될 거고. 그래서 부부가 국민연금을 내도 한 사람 거 밖에 안준다고 그러던데 뭘.”  술이 좀 돼서 인지 잠자코 옆에서 듣고만 있던 대경이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국민연금 8대 비밀’은 나도 읽어 봤는데 사실과 전혀 다른 얘기들이야. 국민연금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거기에 대한 답변이 자세하게 나와 있어. 내일 한번 들어가 봐.”
“야 임마. 전혀 근거없는 얘기가 그렇게 까지 떠돌겠냐? 어제는 TV 뉴스에도 나오더라. 방송에서도 그 얘기가 근거없는 얘기라고는 하지 않던데? 그게 사실이 아니라면 방송에서 정확하게 해명을 할 거 아니겠어?”
“그렇게 까지 설명을 할 만한 기사거리가 못된다고 생각했겠지. 여하튼 내일 국민연금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오해가 풀릴거야.”

대경이는 직원 10명 남짓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친구였다. 그런데 술이 좀 취한 대경이는 정수가 하는 얘기가 듣기 거북했던 모양이었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얘기가 자못 거칠어졌다.

“야. 임마! 내가 왜 그딴 걸로 인터넷을 뒤지고 그래야 되냐? 너희가 똑바로 잘하고 있으면 그런 얘기가 애초에 나오지도 않을 거 아냐. 말이 났으니 말인데, 내가 국민연금 얼마나 받는지 다 계산 해봤다. 직원들 봉급에서 국민연금 떼는 게 아까와서 계산 해봤는데, 내가 들고 있는 개인연금보다도 받는 금액이 훨씬 적더라고. 뭐? 낸거보다 더 많이 받게 돼 있다고? 어디서 사기를 치고 있어!”

“대경아. 사기는 무슨 사기를 친다고 그래. 네가 뭔가 계산을 잘못 했겠지... 아마 현재가치를 미래가치로 계산하는 부분을 빼먹었을 거야. 국민연금은 앞으로 받게 될 예상 연금액을 항상 『현재가치』로 계산을 해 주거든. 그래야 사람들이 자기가 받을 금액에 대해서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지. 그런데 개인연금에서는 흔히 미래가치를 보여주지. 그 차이 때문에 국민연금으로 받는 금액이 개인연금보다 훨씬 작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어.”

“야! 내가 그정도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냐? 내가 고등학교 때는 너보다 수학을 훨씬 잘했어 임마! 그리고 난 공대 다니면서도 공업수학은 항상 A학점만 받았어. 이놈이 어디서 사기칠라고...” 술이 어느 정도 됐다고는 하지만 말이 너무 심해졌다.

“대경아 그만해라. 너 요즘 자금문제 때문에 좀 시달린다고 하더니 정수한테 화풀이 하는거냐?” 옆에 앉은 친구들이 대경이를 진정시키려고 거든다.

“화풀이는 무슨 화풀이야! 나 하나도 안취했어. 내가 한 달에 직원들 국민연금으로 내는 돈이 얼마인지 아니?  200만원이 넘어요. 200만원. 그런데 우리 직원들도 전부 월급에서 국민연금 떼는 거 싫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몇 번을 계산해 본지 아니? 나도 나라에서 하는 거니까 왠만하면 그냥 시키는 대로 하려고 했는데, 이건 아니더라고! 돈도 쥐꼬리만큼 주면서 떼가기는 엄청나게 떼어가고. 도대체 이거 사업하기 힘들어 죽겠다!”

“대경아. 내가 회사에서 했던 업무가 그 업무다. 난 10년 동안 밥먹고 그 업무만 했어. 그런 내가 고등학교 동창인 너희들한테 그딴걸로 사기를 치겠냐? 그거 사기쳐서 내가 좋을 게 뭐가 있다고 그딴 것 가지고 장난을 치겠냔 말야!” 정수도 열이 받는지 목소리가 커졌다.

“야! 야! 그만해라. 그만하고 2차가자. 내가 맥주 한잔 살 테니 자리 옮기자고.” 결국 그날 술자리는 거기서 끝나고 말았다. 서로 기분이 상한 대경이와 정수는 소주집을 나오자 뒤도 안 돌아보고 집으로 가버렸다. =====================================================================================

칼리 피오리나 자서전을 읽었다. HP CEO를 했던 그녀도 재임기간 중 또는 그 후에도 그녀의 행동에 대해 많은 오해를 받았던 듯하다. 그녀는 자신의 자서전을 통해 오해를 받던 당시의 답답했던 심정을 얘기하기도 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해명을 하기도 한다.

비단 칼리 피오리나 뿐 아니라 10월에 읽었던 안철수, 잭 웰치 등 다른 CEO들도 뭇 사람들로부터 받았던 오해에 대해서 얼마간은 섭섭했던 감정을 자신들의 책에서 밝히고 있다. CEO 안철수는 그의 책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에서 이렇게 말한다.

“소신껏 살아가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세상이다. 소신을 가지고 살아가기 위해선 신념만이 아니라 참을성도 있어야 한다. 주변의 평가에 일일이 다 신경을 곤두세우다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특히 그 평가가 비난이거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 경우에는 더욱 신경이 쓰인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 풀리게 마련이다.(중략) 시간은 원칙을 가지고 올바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친한 친구이자 든든한 지원자이다. 그와는 반대로 위선적인 사람들에게는 가장 큰 적이 된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그 사람이 더 이상 참지 못하거나 왜곡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숨겨진 의도가 밝혀지기 때문이다.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고 살아가는 사람은 힘은 들지만 소신 있게 살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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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후 정수는 술자리에서 다퉜던 대경이를 동창모임에서 다시 만났다. 대경이가 소주병을 들고 정수자리로 찾아 왔다. 술을 한잔 권하면서 대경이는 이렇게 말했다.
“정수야. 내가 그때 계산을 잘못한 거였더라. 네 말 듣고 나중에 다시 계산 해보니 그게 아니더라고. 하하하... 한잔 마시고 잊어버리자. 미안하다. 친구야.”
그래. 이래서 친구는 좋은 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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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땐양
2008.09.23 13:30:10 *.122.143.151

술자리의 안주삼아 '국민연금' 이야기를 넣은 게 자못 재미있네요..
'그럴 수 있다'라는 생각도 들고, 적당한 현실감이 흥미롭습니다.
마지막 결론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정산형..
마무리를 지금처럼 몇 줄로 끝내지 말고, 다음 칼럼에서 갈등의 해소과정을
조금 풀어서 가면 어떨까? 그러면서 우리가 오해하고 있던 부분을 조금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난 그게 더 좋을 것 같은데.. 형 생각은 어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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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8.09.24 11:58:58 *.160.33.149

  그건 앞니가 아직 비어서 끝이 새는거야.
  11월이면 꽉 막아서 안샐꺼야.  

  근데, 칼럼이 정해지니 추풍낙엽이구나.  반타작이네 ?
  지환아, 잘 세고 있지 ?     

  11명의 얘들아.  겁먹지마라.  잘쓰려고 하지마라.  먼저써라.  먼저 살듯이. 살다보면 깨닫게 되듯이 
  쓰다보면 글이 너희를 이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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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2008.09.24 17:40:23 *.97.37.242
모땐양. 잘 알았다. 오바.
좋은 아이디어 같은데...  담에 한번 시도 해보마. 떙큐~~ ^_^

사부님, 앞니가 비어서 새는 것도 있지만, 사실은 발바닥 요리를 어떻게 할까? Story-Telling 이 뭔가? 를 고민하다, 시간이 부족했던 게 부실해진 더 큰 이유예요.
11월쯤 가면 좋아지겠죠? 이빨이나 글이나...
이빨이 좋아지면 이빨을 잘 까게 되고 그러면 스토리 탤링도 잘 되는건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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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돼
2008.09.24 22:03:22 *.37.24.93
형님. 전 국민연금에 대해 한번도 계산해 본적은 없는데요. 내라는 대로 내고 있어요. 착하죠..ㅎㅎ
형님 글 읽으면서 조금씩 알아가네요. 다른사람은 몰라도 형님말은 믿쓉니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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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09.25 07:21:57 *.244.220.254
많은 사람들이 노후준비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듯 하지만,
머리로만 인정하고, 가슴으로 이해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연금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니드를 환기시킬 수 있는 글을 추가하심은 어떠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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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2008.09.25 10:33:09 *.97.37.242
택돼, 복받을 껴. 할렐루야~~ ^_^

거암, 당연히 좋은 생각!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고.... 당쾌 슈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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