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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23일 10시 49분 등록

 

 

대수의 법칙(law of large numbers).

보험회사를 운용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원칙이다. 대수의 법칙의 사전적 의미는 측정대상의 숫자 또는 측정 횟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실제의 결과가 예상된 결과에 가까워진다는 보험의 일반원칙을 말한다. 이러한 원칙을 근거로 보험회사는 위험률 및 보험료와 같은 수치를 통계적 확률에 의해 결정하게 된다.

 

그런데 이 대수의 법칙은 위험을 산정하는 원리를 넘어서, 세일즈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 가망고객 방문(만남)의 숫자를 늘려가면 늘려갈수록 계약의 확률은 일정 이상의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세일즈에서는 다음과 같은 황금률이 존재한다.

지인(知人)에 대한 판매는 계약확률 50%, 귀인(貴人)에 의한 소개는 계약확률 50%, 일반적인 소개의 경우는 30%, 전혀 모르는 사람을 방문하는 개척 의 경우는 2.5%를 보인다. 물론 재무상담사의 상담 능력에 따라 계약확률은 천차만별로 존재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가망고객의 질()과 양()이었다.

 

그래서 세일즈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가 바로 가망고객 확보이다. 영업의 한계에 직면한 재무상담사들은 공통적으로 가망고객 확보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이 벽을 넘어서지 못하면, 궁극적으로 Job을 그만두는 사태가 발생한다. Job에 실패하는 재무상담사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이야기한다.

 

더 이상 만날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가망고객 확보는 세일즈의 처음이자 끝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세일즈 프로세스는 공장에서 상품을 생산해 내는 일련의 생산공정과 무척 흡사하다. 가망고객이라는 원재료를 세일즈 프로세스라는 생산공정에 투입하는 것이다. 제품의 생산성은 앞에서 언급한 대수의 법칙을 따른다. 투입하는 원재료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생산되는 제품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즉 가망고객의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계약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이다. 결국 가망고객의 절대숫자의 양()이 중요한 것이다.

 

세일즈는 농부(農夫)의 일과 같다. 씨를 뿌리는 만큼, 뜨거운 태양 아래서 일한 것 만큼,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농업적 근면성이다. , 정직과 성실 그리고 근면이라는 기본적 가치가 중요한 것이다. 세일즈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사람을 만나야, 거절을 당하던 계약을 성사하던 결과가 도출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세일즈의 속성을 실감할 수 있었던 실화(實話) 하나를 이야기하자.

 

2001년 무더운 여름 어느날.

수원지역의 개인병원 의사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전화를 하고 있었다. 수원지역에 연고가 없었던 나는 사전편지를 보내고, 개척 전화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유독 그 날은 수 백통의 전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담 약속이 잡히지 않았다. 저녁 시간이 다가올 때까지도 영양가 있는 성과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반가운 전화를 한 통 하게 되었다. 그 분은 대단히 친절했으며, 상냥했다. 기쁜 마음으로 통화를 이어갔으며, 상담약속으로 종결하려 하였다. 그런데 문득 목소리의 발음이 불분명한 것이 연세가 많으신 분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연배를 여쭤보니, 70세가 되신 연로하신 안과 여자 원장님이었다.

 

허탈했다. 그녀는 이미 가망고객 대상이 아니었다. 하루 종일 고생한 것 치고는 초라한 결과였다. 대수의 법칙을 굳게 믿고 있었던 나는 이렇게 대수의 법칙이 통하지 않는 날도 있구나!’라고 하소연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보험가입 대상이 아니라고, 불친절하게 응대하거나 끊을 수는 없었다. 내침김에 장시간 오랜 친구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눴다.  그 원장님께서는 나중에 수원에 올 일이 있으면, 한 번 들르라며 친절하게 대해주셨다. 아무튼 할머니 원장님과의 통화는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그러나
온몸의 에너지가 모두 빠져 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머피의 법칙이 지배하는 하루였다. 그리고 나는 이 전화통화를 까마득하게 잊어갔다.

 

시간이 흘러, 어느 날 수원에서 상담 스케줄이 있었다.

하루 종일 5명의 가망고객 상담을 진행하였지만, 백전 백패한 상태였다. 하루에 5명의 가망고객에게 거절을 당하니, 완전히 탈진 직전이었다. 망연자실한 상태에서 갈 곳을 찾아 헤매고 있는 데, 우연히 과거 통화했던 할머니 원장님의 병원 간판이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가!

 

이후 약속도 없는 차에, 아무 생각 없이 그 병원을 방문하였다.

방문 후 알게 된 사실은 그 70세 되신 안과 원장님은 직접 진료를 하시는 분이 아니었다. 그 분은 대표원장으로 이름만 올려져 있는 상태였다. 진료는 2명의 여의사가 하고 있었다. 한 명은 셋째 딸, 또 다른 한 명은 며느리였다. 병원은 환자들로 북새통이었으며,  수원지역에서 꽤 명망있는 안과 병원이었다.

 

할머니 원장님은 아름다운 미소를 소유하고 계신 분이었다. 주름은 많았지만, 첫 느낌은 곱다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였다. 인생을 자애롭게 살아오셨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내 손을 꼭 잡으며.

 

젊은 사람이 고생이 많네. 힘들죠? 이렇게 험한 일을 하고~”

 

그러면서 내 손에 초코파이와 귤 몇 개를 주시는 것이 아닌가. 끼니는 챙겨먹냐고, 거르지 말라고 말이다. 초코파이는 군대에서 막 신병교육을 마친 후 가장 먹고 싶은 그것이 아닌가?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비즈니스에 대한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았다. 온 몸에 흐르는 모든 긴장이 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고마웠다. 잠시 눈가에 뜨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 대한 이야기 보다리를 풀어놓으셨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이미 하늘은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그녀의 첫만남은 이렇게 이루어졌다.

 

일 주일이 흘러갔다.

그리고 전화 한 통이 왔다. 할머니 원장님이었다.

 

나중에 시간 되면, 병원에 잠깐 들러요. 진료시간 끝날 때쯤 와요.”

 

반가웠다. 이유도 묻지 않고, 빠른 시간내에 방문 드릴 것을 약속하고 전화를 끊었다.

며칠 후 병원을 방문했다. 할머니 원장님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큰 것은 못하고, 작은 것으로 하나 하라고 애들한테 이야기했으니까. 잘 한 번 이야기해봐요.”

 

이후 3명과 상담을 하게 되었다. 둘째 딸, 셋째 딸, 그리고 며느리.

둘째 딸은 의사, 셋째 딸은 검안사 그리고 며느리 의사. 3명은 만나자 마자 정식 상담을 진행하기도 전에 이렇게 이야기했다.

 

어머님께 믿을만한 분이라는 말씀, 이미 들었습니다. 큰 계약은 못하고요. 100만 정도에 적합한 보험을 권해주실 수 있나요?”

 

정확히 상담하고 사인하는 데,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준비된 계약자들이었다. 할머니 원장님과의 인연(因緣)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할머니 원장님과의 인연은 계속 이어졌다. 할머니 원장님은 5남매가 있었는데, 소개를 통해 남편과 부인을 통틀어 10분 모두를 계약하였다. 그리고 첫째 딸과 그의 남편은 내게 Key-Man(조력자)의 역할을 해주었다. 남편의 경우 S은행 지점장이었는데, 대단히 훌륭한 인품과 덕망의 소유자였다. 특별한 것 없는 내게 커다란 조력자의 역할을 자처하셨다. 이후 소개를 통해 30건의 넘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초코파이의 인연은 그렇게 결실을 맺고 있었다. 할머니 원장님과의 만남을 통해, 분명히 깨달은 사실, 하나가 있다. 가끔 사람들은 기회(機會)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누군가 내게 기회에 대해 묻는다면,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기회(機會)기회의 얼굴로 오지 않습니다.”

 

지금 당신을 위한 인생의 기회가 바로 옆자리에서 미소를 짓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저 먼발치에서 당신을 쳐다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게 기회의 얼굴은 주름이 가득하고, 귀도 잘 들리지 않았고, 움직임도 자유롭지 못했지만, 분명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대수의 법칙. 한 번 믿어 보라!

IP *.179.6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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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08.09.24 01:17:24 *.129.207.121

양이 질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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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09.24 07:40:55 *.244.220.254

'글은 나의 칼이다'라는 멋진 글을 쓰신 분이군요~

물리학의 양질전화!
일정수준의 양이 축적되면, 어느 순간 질적인 비약이 있지 않습니까?
글쓰기도 대수의 법칙을 벗어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글을 많이 쓰다보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는 질적인 비약을 한다고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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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8.09.24 10:16:01 *.160.33.149


 WkrWkrWkrWkrWkrWkr  짝짝짝을 두 번 영어로 썼더니 이런 모양이 나오는구나.  참 비슷하다.

Here's a lesson we learn in the garden.  When I plant a dozen bean seeds,  I never get a dozen bean plants. 
Some get burned up, some  get blown away in the wind,  bugs take some more.  Birds also take 3 or 4 seeds.  
So I am left with 2-3 little bean plants.  But I don't say " It's unfair !"    Because that's life.

If you want to find a good friend,  you'd  better start  with a lot of acquaintances.  That's the law of  large numb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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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땐양
2008.09.24 16:16:41 *.122.143.151
너 영어도 할 줄 아는구나~

zizizi... (캬캬캬 를 영어로 쓰니 이런 표현이 되는군요.. ziz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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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09.24 10:38:23 *.244.220.254


영어로 댓글을~ 으~ ㅜ.ㅜ

정말 좋은 친구를 얻기 위해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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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라쟁이
2008.09.24 11:18:43 *.152.239.217

살아있는 이야기 ~~ 너무 좋습니다.
이거라니까...살아있는 이야기. 오라버니와 세일즈와 그 안에 살아있는 이야기..
그것들이 들어 있는 책을 쓰시길.....(매우 바람바람바람)

p.s. 구라쟁이는 남들의 장점은 너무 잘 본답니다. 근데 왜..자신은 왜 이리 잘 안 보일까요?
       그게 수수께끼입니다..구라가 제 장점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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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09.24 12:53:17 *.244.220.254

ㅎㅎㅎ
지난번 마녀와 함께 하는 그림여행, 아이디어 좋고~ 참신하던데...........
구라 = 거짓말의 속된 표현. ---> 내가 이해하는 구라 = 이야기, 즉 만담꾼이라는 의미이지.
실력없는 재무상담가들이 어려운 용어와 도표로 자신의 허접성을 포장하곤 하지~
진짜 실력 있는 재무상담가는 '이야기'와 비유 그리고 은유로 핵심에 접근한다고 하더라........

* 현정의 장점 : 이야기, 창조성, 추진력 but 섬세함이 돋보임! 고민 그만 하그레이~

추신 :
고민이네. 세일즈 이야기라~............세일즈에 관련된 이야기를 멀리하려는 것은
지난번 수업에도 말했지만, 지금 치열하게 업무에 몰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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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땐양
2008.09.24 16:19:20 *.122.143.151
말 하는 것과는 다르게 이야기는 꽤 재밌는걸!
천상 이거 해야겠다.
그리고 다른거 쓸것두 없자너? 안그려? ziziz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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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2008.09.24 18:55:38 *.244.220.254

어제 예전에 호주에서 산 양털로 만든 차시트를 꺼냈습니다.

누구를 생각하면서.........질근질근 즈려 앉아드려야지~  ziziziz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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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돼
2008.09.24 22:08:46 *.37.24.93
역시 남다른 구석이 있었던거야.
양질전환의 법칙. 이거 자연법칙 맞어. 일단 밀어붙여보는 거야. 중환아.
뭐가 되도 되겠지. 너에게 한 수 배울 많은 후배들을 생각해서라도 꼭 써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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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2008.09.25 11:52:16 *.97.37.242
좋다.
이번주 읽고 있는 Good To Great에서 나오는 "축적과 돌파"를 보는 느낌이다.
짐 콜린스가 얘기하는 "스톡데일 패러독스"도 생각나고...
짐 콜린스를 읽으면서 개인나, 기업이나, 국가나 성공으로 가는 여정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재능과 열정을 갖을 수 있는 일에 몰입하라. 성장 에너지 축적을 위한 인고의 시간을 지내고 나면 위대한 성공으로 진입할 수 있다. 이 과정 중에 냉혹한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최종 승리에 대한 흔들림 없는 믿음과 냉혹한 현실을 이겨내고 위대한 성공을 이끌어 내리라는 맹세를 지켜나간다.

그런데 인간이란 존재가 본시 나약한 것이어서 자꾸 나태해지고 의심하고  초심을 잃게 되어 성공의 길에서 멀어지게 된다. 이런 인간을(조직을, 국가를) 자극 받고 깨어나게 만드는 것, 그래서 성공으로 이끄도록 하는 것이 자기계발이고, 조직의 리더십, 성공적인 국가경영이다.

이런 내용을 어떻게 마음에 와 닿게 비비고 포장해서 독자에게 감동을 주고,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느냐? 가 자기계발이나  성공에 관한 책을 쓰는 사람들의 숙제다. 그리고 성공적인 삶은 세상사는 모든 사람들의 숙제이기도 하다.

글 잘 읽었다.  곱창 좋아한다고? 다음번 뒤풀이 메뉴는 곱창으로 하자. 아! 배곺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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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정
2008.09.28 22:41:06 *.120.66.234
생생한 경험담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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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09.28 22:58:55 *.179.68.77
택돼형님~
고민하겠습니다. 아직 방향을 명확히 못잡았습니다.
오늘 SBS 스페셜을 보았는데, 많은 영감을 얻었습니다.(사부님도 나오시더군요. ^^)

정산형님~
맞는 말씀입니다. 초심, 언제나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단어인 것 같습니다.
선릉역에서 함~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환상의 보쌈집이 있어서시리........(제가 쏘겠습니다!)

호정님~
아무래도 '호' 같은데......연구원 주소록을 뒤져도.......존함을 못찾겠습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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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
2008.09.29 19:53:45 *.127.99.29
내용이 살아있어서 좋아요.
가망 고객의 벽을 넘는 모습이 감동적이네요.
"실력없는 재무상담가들이 어려운 용어와 도표로 자신의 허접성을 포장하곤 하지~
진짜 실력 있는 재무상담가는 '이야기'와 비유 그리고 은유로 핵심에 접근한다고 하더라."
거암 말대로 거암 역시 이야기로 승부를 내면 될 것 같군요.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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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09.30 08:36:19 *.244.220.254
ㅎㅎㅎ
문제는 제가 허접해서 전문용어와 도표로 위장한답니다.
야이가와 비유 그리고 은유로 표현할 수 있는 재능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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