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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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같은 책을
읽고, 영화를 본 다음 함께 토론을 하는 오픈 채팅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책이나 영화는 기한이 있고 함께 나눌 친한 사람들이 있으면 더 기꺼운 마음으로 감상하게 되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지 고정 멤버도 꽤 있고 재밌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는 책을 읽는 것에는 두려움이 없지만
영화는 좀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입니다. 몇 시간을 꼬박 집중해야 하는데 제 집중력은 토끼 꼬리만큼 짧거든요. 그래서 이런 이런 모임을 통해 영화를 접하며 좁은 식견이나마 늘려가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 드릴
영화는 이 모임에서 함께 보았던 ‘원더’입니다. 2017년에 개봉한 영화로 아주 사랑스럽고 감동적인 영화입니다. 주변에
물어보니 이미 보신 분들이 꽤 많이 계시더군요. 원더의 주인공은 10살이
되는 어기 풀먼입니다. 태어났을 때 안면기형장애가 있어 스물일곱 번의 수술을 받았고, 10살이 되기 전까지 집에서 홈스쿨링을 받으면서 지냈습니다. 과학을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우주와 관련된 분야를 가장 좋아하며 스타워즈와 마인크래프트를 좋아하는 아이입니다. 어기는 생일 선물로 받은 우주비행사 헬멧이 있는데 그것을 늘 쓰고 다닙니다.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날은 핼러윈으로, 얼굴을 가리고 누가 누군지 모르는 날에는 마음 편히
지낼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어기는 멋진 내면을
갖고 있는 아이지만 얼굴이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로 친구를 만들 수 없었고, 어기의 부모님들도 어기를
위해 10살까지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집에 있게 했지만, 어기에게
세상이 더 넓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10살(미국 5학년)에 처음 학교를 보내면서 사건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야기의 시점이
주기적으로 바뀌면서 어기를 둘러싼 누나 비아, 어기의 친구 잭, 비아의
친구 미란다 등 다른 사람들도 자신만의 속내를 감추며 살고 있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외로움과 슬픔을 서로 드러낼 때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모든 사람들에게는 상처 나 결핍이
존재하고 평소에는 그것을 숨기고 다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진실을 말할 준비가 되었을 때, 그리고 상냥하게
그 진실을 받아들여줄 때 묘한 안도감 같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얼마 전에 우연히
애착 유형 테스트를 했는데, 저는 몰입애착형이라는 결과를 받았습니다.
이 유형 사람들은 관계에서 늘 불안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 불안은 다른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상대는 그런 것 같지 않다는 불안입니다. 그래서 애착 대상에게 과하게 의존하기도 하고, 감정 표현이 크고, 감정 기복도 심하고, 대인관계 걱정이 많고, 충동적이라고 합니다.
몰입 애착 형에 대해서 조금 더 말씀드리면, 자기 자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어서,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상대에게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고, 충분히 노력하지 못했을까 두려워하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결국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받기 싫고, 감정적으로 힘든 것을 회피하고 싶어서 그렇다는 겁니다.
이런 설명을 읽다 보니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장면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저도 좀 관계를 편하게 여길 수 있었다면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상대에게 맞춰주기만 할 게 아니라, 알고 싶어 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고, 관계에서 숨으려고만 했던 저에게 영화 ‘원더’는 마음속으로는 기적을 바라고 있었던 저의 본심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만들어준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