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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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lemonlark.com/signed-sealed-and-delivered-5-ways-to-sign-a-love-letter/
마음편지 독자님 안녕하세요.
기어이 오늘이 오고야 말았네요. 오늘은
바로 제가 마지막으로 마음편지를 띄우는 날입니다.
언젠가부터 글쓰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소재가 떨어진 것 같고, 할 말도 없어졌고…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 지 모르겠는 날이 늘어갔습니다. 억지로 짜내서 쓰느라 막 쓴 글들은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부끄럽습니다. 게으름을 피우느라 점점 편지 부치는 시간도 늦어졌고요. 언제 끝나려나… 오늘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는데요. 막상 마지막 편지를 쓰려니 왜 좀 더 잘 쓰지 못했을까 후회가 됩니다.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듯이 말이지요. ^^
3년 전 이맘때 마음편지를 써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고 뛸 듯이 기뻤습니다. 연구원을 마치고 1년간 글을 쉬었다가 마침 다시 글을 쓰고 싶어졌기 때문입니다. 책으로 쓰고 싶은 소재와 글감이 마구 떠오르는데 혼자서는 꾸준히 글을 쓰기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매주 한편 씩 1년도 힘들었는데 3년이나 쓸 수 있을까? 깊이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요.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에 별 고민 없이 승낙해버렸습니다. 역시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맞나 봅니다. ^^
덜컥 하겠다고는 했지만 첫번째 편지부터 난관이었지요. 도대체 누가 내 글을 읽을까? 문학과 신화, 철학 등 수준 높은 글을 쓰는 필자들 사이에서 먹고 마시는 글을 써도 되는 걸까? 혹시 나의 글이 마음편지의 격을 떨어트리는 걸 아닐까? 뒤늦게 고민을 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미 하겠다고 약속을 했으니 쓸 수 밖에요. 그렇게 <알로하의 맛있는 편지>를 시작했습니다. 편지를 발송하고 5분이나 지났을까요?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저의 첫 편지를 재미있게 잘 읽었다며 축하한다는 선배의 전화였습니다. 재미있을 것 같다며 기대된다는 답장, 제 편지가 발송될 토요일이 기다려질 것 같다는 댓글, 격려의 댓글 등이 달리는 걸 보며 너무도 신기했습니다. 누군가 나의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 만큼 힘이 되는 것이 있을까요. 매번 따뜻한 댓글을 달아주던 독자님, 오타와 잘못된 표현을 고쳐주던 독자님, 팟캐스트에 제 글을 공유해주던 분들 덕에 더 기운을 내서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알로하의 맛있는 편지>는 자료 조사도 열심히 하고 정성껏 썼던 글이었습니다. 1년간의 글을 마쳤을 때는 ‘꼭 책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며 응원해 주시는 독자도 몇 분 계셨지요.
팬(^^)들의 응원 덕분에 <알로하의 맛있는 편지>는 책으로 출판될 수 있었습니다. 과분하게도 2020년 초에 한국출판문화진흥원에서 “우수콘텐츠”로 선정이 되었고,
2020년 말에 <인문학으로 맛보다. 와인
치즈 빵>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출간 이후
기대도 못했던 여러 좋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먼저 “작가”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습니다. 여전히 작가라고 불리는 게 쑥스럽긴
합니다만… 그 어떤 다른 호칭보다 듣기 좋네요. 또한 강의를 통해서 더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쉽게도 직접 만나지는 못하고 온라인으로
볼 수 밖에 없었지만 말이지요. 많은 분들이 저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도움을 받았다는 말에 또 한 번
책을 쓴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마음편지를 쓰지 않았더라면 없었을 뻔 했던 일들이지요.
이후 <알로하의 두번째 편지>, <알로하의 영어로 쓰는 나의 이야기>로 이어지며
저의 또 다른 오티움(ótĭum)이자 블리스(bliss)인 춤과 영어에 대해서 글을 썼습니다. 처음에는 두어 달이나
쓸 수 있을까 싶었는데요. 각각 1년씩 글을 쓸 수 있었던
건 역시나 독자님들의 응원 덕이었습니다. 때때로 할 말을 찾지 못해 억지로 쥐어짜며 글을 썼던 건 비밀입니다. ^^
1년을 어찌 버틸까 싶었는데 3년이나 매주 글을 썼으니 이제 어느 정도
글쓰기 근력이 생긴 걸까요? 글쎄요. 당분간은 좀 쉬려고
합니다. 다 짜냈으니 이제 좀 채울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그러다
3년 전 이맘 때처럼 글이 마구 싶어질 때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마음을
나누는 편지는 오늘이 마지막이지만 <알로하의 *$#& 편지>는 언젠가 또 다시 이어가겠습니다.
그동안 부족한 글 재미있게 읽고 댓글 달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고 행복한 나날 보내세요. ^^
이수정 알로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