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습관의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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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큰 딸은 매주 일요일 저녁 다음주 실천할 습관 목록을 학교 일정, 개인 일정 그리고 습관의
난이도와 선호도를 고려하여 습관 계획표를 작성합니다. 이 습관 계획표도 조금씩 진화를 하였는데, 초반에는 단순하고 간결했지만, 습관을 실천하면서 아이의 습관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방법들을 고민하다 보니 조금씩 수정과 보완을 하게 되었습니다.
딸이 핵심 습관을 요일 별로 하루에 1개 습관씩 일주일에 6개
습관을 스스로 결정한 다음 미리 습관 계획표에 적어 놓습니다. 그렇게 미리 계획을 적어 놓아야만 공개선언
효과를 통해 책임감이 생겨나고 습관 실천 성공률이 높아지기 때문이지요.
공개선언 효과란 심리학자 스티븐 헤이스(Steven C. Hayes)가 목표 공개 여부에 따라서
학생들의 성적에 어떤 변화가 발생했는지 실험한 결과를 근거로 주장한 이론입니다. 그는 학생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첫 번째 그룹은 본인이 받고 싶은 목표 점수를 다른 학생들에게 공개하도록 했습니다. 두 번째 그룹은 목표 점수를 마음 속으로만 생각하게 했고 세 번째 그룹에게는 아예 목표 점수에 대한 요청도
하지 않았습니다. 실험 결과, 본인의 목표 점수를 공개했던
첫 번째 그룹의 학생들 점수가 두 번째, 세 번째 그룹보다 현저히 높았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말이나 글로 자신의 생각을 공개하면 그 생각을 끝까지 고수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공개선언 효과(Public Commitment Effect)’라고
합니다. 대개의 경우 결심이 흐지부지되고 마는 이유는 마음속으로만 은밀하게 다짐하기 때문입니다. 결심한 것을 꼭 이루고 싶다면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결심을 공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딸은 2016년 8월 1일 처음으로 아이 습관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요. 딸의 초기
습관 계획표는 한 주 동안 습관 목록을 요일 별로 기록한 뒤 습관을 성공하면 동그라미(O) 표시하고
실패하면 가세(X) 표시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습관 초기에는
습관 실천 시간에 대한 규칙을 정하지 않았었습니다. 즉 하루 중 몇 시에 습관을 실천할지 기록하지 않았었지요.
그런데 딸이 약 7개월 정도 습관을 실천하던 중, 몇
주전부터 습관을 차일피일 뒤로 미루다가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몰아서 실천 하는 날이 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요. 어떻게 하면 딸이 습관을 뒤로 미루려는 유혹을 차단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최종 기한이 정해져 있을 때 일에 더 집중한다는 데드라인 효과(deadline effect)가 생각났고 딸의 습관 만들기에도 적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딸에게 상황 설명을 차근차근 했습니다. 그리고는 습관 예상 실천 시간과 실제로 습관을 실천한
시간을 계획표에 적어 놓기로 딸과 합의하는데 성공하였지요.
아래 그래프는 32주차 습관 계획표입니다. 지금까지 습관계획표와 다른 점은 습관 실천할 시간도 함께 적도록 한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딸이 습관을 뒤로
미루지 않고 매일매일 실천할 수 있길 기대하며 다음주를 기다렸습니다.
새로 도입한 습관 실천 시간 기록의 예를 들면, 3/6일 월요일에는 ‘아빠는 노트선생님’을 실천할 예정이며 실천할 예상시간은 오후 4시30분이라고 적어놓았습니다. 그리고 습관을 실천한 다음, 실제로 실천한 시간을 습관 계획표에 기록하게 함으로써 얼마나 시간 약속을 잘 지켰는지 확인할 예정이었지요.
3/6일에는 습관 실천 계획 시간(오후 4시30분) 보다 33분 늦은 오후 5시3분에
아빠는 노트 선생님을 실천하였습니다. 그런데 목요일은 좀 심각합니다.
처음 계획 당시에는 그림 감사일기를 오후 4시30분에
실천하려고 계획했지만, 결국 3시간 49분 지난 뒤인, 오후 8시19분에 실천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실천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약속 시간을 지키지 못한 이유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딸아이가 습관 계획표에 적어 놓은 실패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계속 놀고 있어 습관 시간을 놓쳤다’
어른들을 대상으로 제가 운영 중인 ‘억만장자 습관 만들기
100일 프로젝트’ 참가자들에게 저는 습관을 실천할 시간을 별도로 정하지 않도록 권유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특정한 시간을 정한 후 습관을 실천하는 ‘시간
기준 습관 관리’ 또는 특정한 행동 뒤에 이어서 습관을 실천하는 ‘행동
기준 습관 관리’는 하루 중 단 한번의 정해진 시간 또는 행동을 놓치면 실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지요.
시간 기준 습관 관리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습관을 실천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매일 오전 6시에 기상하여 30분 동안 조깅을 하겠다는 습관처럼 오전 6시라는 시간을 기준으로 습관을 실천하는 방법입니다. 반면 행동 기준
습관 관리는 어떤 특별한 행동을 하면 무의식적으로 그 행동에 연속하여 습관을 실천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잠들기 전에 샤워를 하고 난 다음에 팔굽혀 펴기를 실천하는 방법처럼, 샤워라는 특별한 행동을 할 경우, 팔굽혀 펴기라는 습관을 실천하도록
그 다음 행동을 유발하는 습관 실천 방법입니다.
하지만, 시간 기준 또는 행동 기준 습관 실천 방법은 그 기준이 무너졌을 때 습관에 성공할
수 없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시간과 행동에 의존하다 보니 실패할 확률이 높고, 또한 실패가 며칠 지속되다 보면, 학습된 무기력에 빠져 습관을 쉽게
포기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어른들의 경우는 시간 또는 행동 기준에 의한 습관
실천 방법은 지양하고, 대신 잠들기 전까지 시간 제약 없이 아무 때나 습관을 실천하도록 조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스스로 시간을 통제할 능력이 부족합니다. TV 를 보거나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신나게 뛰어 놀다 보면 시간은 훌쩍 지나가 버립니다. 그래서 습관을 실천할 시간을 강제적으로 정해 놓아야
잠재의식 속에 각인되어 까먹지 않고 실천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심리학자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와 엘다 샤퍼(Eldar Shafir)는 해야 하는 일과 시간에 대한 실험을 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설문지를 작성해오면 5달러를 주겠다고 했지요.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다음, A그룹은 5일이라는 기한을 줬고 B그룹은 기한을 정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납기일이 있었던 A그룹 학생들은 66%가 5달러를
받으러 왔지만 기한이 없었던 B그룹의 학생들은 겨우 25%만이 5달러를 받으러 왔습니다. 이것이 데드라인 효과(Deadline effect)입니다. 즉 최종기한이 정해 져 있을
때 일에 더 집중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효과입니다. 따라서 어떤 일의 실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데드라인을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데드라인을 정해 놓으면 시간에 쫓기게 되어 일이 즐겁지 않게 될 수 있습니다. 납기에
대한 압박이 심하다 라는 피드백이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데드라인 효과의 가장 큰 단점은 일의 즐거움을
반감시킨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데드라인 효과의 단점을 보완시킬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행동경제학자 댄 앨리얼리(Dan Ariely)와 클라우스 베르텐 브로흐(Klaus 는 Wertenbroch) MIT 학생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자료를 주고 문법이나 철자가 잘못된 것을 찾도록 했습니다. 오류를
바로 잡으면 1개당 10센트를 주는 대신 마감 기한에서 하루
늦을 때마다 1달러의 벌금을 물게 했습니다.
A그룹은 최종 제출일을 정해줬고, B그룹은 7일에 1번씩 세 번에 걸쳐 제출하도록 했으며 C그룹은 스스로 마감 기한을 정하도록 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A그룹은 마감 기한 준수와 수행업무의 질이 모두 가장 나빴고, B그룹은
기한과 업무의 질 모두 뛰어난 성과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B 그룹의
학생들은 즐겁지 않았습니다. 노동의 즐거움은 B그룹이 가장
낮았고 대신 C그룹이 즐거움이 가장 컸습니다. 왜 그럴까요? B 그룹은 시간에 쫓기니 일이 즐겁지 않고, 납기에 대한 압박이
너무 심했기 때문입니다.
데드라인 효과의 가장 큰 단점은 일의 즐거움을 반감시킨다는 것이 증명이 된 셈입니다. 반면에, C그룹은 스스로 데드라인을 정했습니다. 스스로 데드라인을 정하고
일을 했을 때 일의 성과와 노동의 즐거움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실험이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은 간단합니다. 자발적으로 데드라인을 정하고 집중하는 것이 일의 성과와 노동의 즐거움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완벽한 공부법』(고영성, 신영준 지음)에 따르면, ‘인간은 선택권을 갖고 의사결정 하는 것이 내재적으로
동기화되었기 때문에 다른 모든 욕구가 충족된다 해도 의사결정에 대한 기회가 없다면 만족하지 않는다. 즉, 자율성 자체가 내재적 동기의 핵심인 동시에 자율성을 빼앗기면 다른 동기마저 사라진다는 것이다. 당연히 공부나 업무에서 나에게 선택권이 있고, 자신을 스스로 통제한다고
믿으며, 자율감을 느끼는 것은 동기부여에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딸아이가 자발적으로 데드라인을 정하고 습관을 실천하기로 약속한 시간을 까먹지 않도록 도와 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평상시 딸은 학교가 끝나면 집에 와서 동생과 만들기 놀이를 하거나 만화책을 읽거나 TV를 보곤 했습니다. 대부분 정신 없이 놀다 보니 시간의 흐름을 까먹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탁상용 알람 시계를 선물해 주기로 결정했습니다. 딸아이가 일주일 동안 실천할 습관 시간을 습관 계획표에 직접 적어놓았기 때문에 하루 전 날 밤에 다음 날 습관 시간을 미리 알람 시계로 맞추어 놓으면 시간을 놓치지 않고 실천할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매일 습관을 실천할 시간에 알람이 울리도록 시계를 맞추는 방법을 딸에게 알려 주었습니다.
과연 알람 시계가 딸이 습관 시간을 놓치지 않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을까요?
알람
시계를 적용한 첫 일주일이었던, 35주차(3/27~4/1일) 습관 결과를 확인해 보니, 계획한 시간에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습관을
실천한 날이 이틀(월요일, 금요일)이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알람이 울리고 1시간 안에 습관을 실천한 날은 3일(화요일, 수요일, 목요일)이나 되었지요. 즉 총 6일
중 약속한 시간 안에 습관을 실천한 날이 5일이나 되었습니다. 다만
토요일 (한자 5개 쓰기)
습관은 인천 할머니 댁 방문으로 당일 날 습관을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다음 날(일요일) 오전 8시에 습관을
실천하였습니다. 비록 토요일 하루는 특수 상황(할머니 댁
방문)때문에 알람시계 효과가 없었지만 분명 나머지 날에는 효과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습관 계획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습관 실천 시간까지
아이에게 강요하면 아이가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보통 3개월
정도면 뇌뿐만 아니라 몸도 습관을 기억하기 때문에, 3개월 정도 습관을 실천한 다음 아이가 스스로 하루
습관 실천 시간까지 직접 정하고 기록하도록 지도한다면, 아이의 거부감은 생각보다 크지 않게 됩니다.
자율성은 습관 실천의 책임감을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고취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압적인 지시가 아니라 스스로 정한 일정이기 때문에 즐겁게 실천할 수 있습니다. 주택복권보다 로또가
더 중독성이 강한 이유는 로또는 구매자가 직접 숫자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어른 습관과는 달리, 아이 습관에서 주의할 점은 아이가 잠들기 전까지 하루 중 아무
때나 습관을 실천하도록 놓아 두면 시간 관리 능력과 자제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습관을 실패할 확률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아이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되, 아이에게 요일 별 습관 목록과 습관 실천 시간을 스스로 결정하도록 부모가 옆에서 지도하고 도와주어야 긍정적인
데드라인 효과의 열매를 수확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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