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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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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24일 16시 22분 등록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 바람불어 설운 날에 말이에요 /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이예요’ 로 시작 하는 노래,


송창식의 선운사 동백꽃 노래가 어느날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렇게 찾은 선운사의 어느 봄날, 햇살이 눈이부시게 빛나는 봄날 난 그만 보고 말았다.
눈물처럼 후두둑지고 마는 그 꽃송이들.


시들어 보이지도 않는데, 아직도 열흘은 더 피어있어도 될 것 같았는데,,

뭐가 그리 급해서 서둘러 지려 했을까? 애틋한 마음 그득히 퍼져 갈무리 되어서는
해마다 봄이 되면, 지금쯤 동백꽃이 후두둑 지겠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은 선운사로 달려 간다.

 

동백.jpg 

 

마음으로 내달리던 내게 고창 선운사를 찾아갈 이유가 한 가지 더해졌다.

 

‘도솔천 꽃무릇’  

 도솔천(兜率川)은 도솔암 계곡에서 시작되어 선운사 앞을 흐르는 내(川)이다.

미륵보살이 머물고 있는 천상(天上)의 정토(淨土)에 흐르는 냇가라는 뜻의 이름이다. 

그 내에 머물고 있는 것이 어디 미륵보살 뿐이겠느가!

세상의 모든 것을 품고도 맑고 투명하며, 세상사 모든짐 다 지고도 무겁지 않은 가볍고 투명하게 흐르는 것을 보면 미륵보살의 천상의 정토가 흐르기는 하는가 보다.


꽃무릇.jpg


해마다 구월 중순쯤이면 선운사 도솔천 계곡의 주인은 꽃무릇이다.

숲을 벌겋게 물들여 놓고 그만 저도 뜨거운지 물속으로 첨벙 뛰어든다.

도솔천 물속까지 꽃무릇 불꽃이 번진다. 벌겋게 불타오르는 온통 꽃무릇 세상이 된다.

숲에서 도솔천 물속까지, 구월의 선운사가 화르르 타버릴것만 같다.

 

잎이 다 진다음에 꽃을 피워 꽃과 잎이 영원히 서로 만나지 못해 상사화로도 불린다는 꽃무릇

애틋한 생각을 앞세워 붉게 번지는 꽃무릇 불길을 보노라면 소리조차 없이 떼로 우는

피울음이 들리는 듯도 하다.

 

꽃무릇 불길에 호되게 데인 나는 뜨겁다, 뜨겁다 뜨겁다하며 돌아선다.

어느새 얼굴이 벌겋다. 내 마음도 화르르 다 타버릴까 두렵다 . 서둘러 발걸음을 뗀다.

맑은 갯물에 몸을 씻는다 한들 저 강한 지분 내음이 쉬 없어질까?

서둘러 도망간다 한들 불붙어 버린 이 내마음 쉬 없어질까?

 

지금쯤 선운사 도솔천 꽃무릇 이 한창이겠구나.

선운사가 숲에서부터 내까지 온통 불꽃이겠구나. 하는 생각에 내마음이 설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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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곤
2008.09.24 18:10:04 *.92.16.25
아주 오래 전에 나도 동백꽃 흐드러지는 봄에 선운사에 갔었지.
송창식의 그 노래를 들으며...
동백꽃처럼, 바람처럼 날아가는 기분이었지.
꽃이 흐드러지는 게 슬픔이 아니라는 것을.
그 절정의 순간에, 모든 것을 다한 후에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을.
나도 그렇게 활짝 폈다가, 아름답게 사라지는 삶을 살고 싶었지.  

아직도 있는지 모르겠네. 그 막걸리집.
화려한 동백꽃과 수수한 막걸리가 어우러지는 선운사, 그 곳에 나도 가고 싶다.

뜨거우면서도 감성 물씬 은미야, 글/그림 잘봤다.
근데 사진은 네가 직접 찍은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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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
2008.09.24 18:32:33 *.161.251.172
아마도 그 막걸리집 지금도 있을걸요...
사진은 제가 찍은것도 있고, 신랑 사진 가져온것도 있어요,
되도록아면 제가 찍은걸로 올릴생각이긴 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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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4 19:38:53 *.38.102.197
서정주 시인이 생존해 계실때, 동백이 피기를 기다려 일찌감치 동백여관에서 막걸리를 드시면서 꽃이 피기를 기다렸다네.
 또한 그 시인을 보러 윤대녕등, 후배들이 그 여관에 들곤 했어.

4년전쯤 선운사 주변에 무룻 밭에서 육십년대 모델처럼 폼잡고 벗들과 찍었던 사진들이 생각난다.
근처에 청보리. 메밀 밭도 일품이었는데.
사진을 보니 문득 가고 싶네. 
선운사에 동백을 보러 처음 가는 사람들은 늘 속았단 말을 하곤 하지.
2월에 가면 삼월에, 삼월에 가면,  사월에 동백이 지천이라 하니.

종합해 보면, 예전 같지 않단 말일 수도.
글과 사진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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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
2008.09.24 19:55:06 *.161.251.172

언니 모습이 그려져요. 육십년대 모델처럼 폼잡고 찍었을 사진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오르네^^
2월에 가면 삼월에, 삼월에 가면 사월에 한다는 말이
마음속에서 파문을 만들었어요.

어쩌면 그렇게 찰라라는 얘기가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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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돼
2008.09.24 22:19:05 *.37.24.93
선운사 입구까정 같다가 못본게 안타깝구만....
그 근처 미당님의 전시관을 구경 가기도 했었는데..
내년 봄에 선운사 낙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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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땐양
2008.09.25 13:41:04 *.122.143.151
오호, 이것이 시인지 산문인지 심히 시끄럽구나.
이것이 시라면, 가슴을 파고드는 짧디 짧은 단검이요,
이것이 산문이라면, 주저리주저리 이 산고비 저 산고비 넘나드는 메아리의 울림이로다...

글이 그림과 함께 합환하니 심히 화려하게 어지럽구나..

지금 내가 쓰는 이 댓글이, 일반적 댓글인지 정상적 창작글인지 심히 우려스럽구나...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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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
2008.09.25 17:02:25 *.161.251.172
부족함, 미흡함 투성이입니다.
그래도 여러분이 응원해 주시니 힘을 얻습니다.
 '길' 하나만 생각하려니 어렵다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듭니다.
그래서 길, 나무, 꽃, 바람 을 소재로 하나씩 써보려 합니다.
지금은 많이 써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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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10.04 15:52:14 *.36.210.239

두 번째 사진 정말 근사하다.

사진집만으로도 훌륭하겠다.

도리어 언어가 거추장 스러울 때도 있지.


정말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 다르다. 나는 처음 눈물 뚝뚝 떨어진 듯 떨어진 동백꽃을 보면서 진한 설움에 목까지 댕강 댕강 떨어져나간 듯 보였다. 붉은 넋으로 후두둑 떨어졌다고 느꼈더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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