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추모

리멤버

구본형

  • 정야
  • 조회 수 2066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22년 2월 3일 12시 38분 등록


 세상 쪽으로 한 뼘 더


 

                         이은규

 


흰옷을 입고 걸어갔다, 고집스럽게

누군가 고집은 투명한 슬픔이라고 말했다 하자

 

우리라는 이름으로 도착한 세상, 꿈결도 아닌데 왜 양을 세며 걸어갔나 몽글몽글 구름옷을 입은 양떼들이 참 많이도 오고 갔다 포기 없을 다정이여 오라, ()이여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양 한 마리에 사랑을 양 두 마리에 재앙을 양 세 마리에 안녕을

 

푸른 풀포기에 맺힌 이슬방울 만큼 떠오르는 생각들 얼굴들 약속처럼 추억이 방울방울 피어오르다 이미 추억이 될 수 없는 이름들과 오고 있는 무엇, 무엇들아

 

날씨보다 한 발 먼저 도착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시간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않기로 하자

 

오늘의 세상 한쪽에서 비가 내리는데 한쪽에선 흐린 하늘이 펼쳐져 있다면 또다른 한쪽에선 맑음이라면, 믿을 수 있나 믿지 않을 수 있나 우연이라는 운명을

 

문득 비 오는 날과 흐린 날과 맑은 말 중에 어느 것을 가장 좋아해*

 

비 오는 날과 흐린 날과 맑은 날 중에 어느 것을 가장 좋아해, 묻는 목소리를 가장 좋아해

 

투명한 슬픔을 고집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하자

고집스럽게, 흰옷을 입고 천천히 발을 내딛는

 



*애니메이션 <추억은 방울방울>에서.

 



이은규 시집 『오래 속삭여도 좋을 이야기』, 문학동네, 2019

 

 

 

 

IP *.37.189.73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4 [시인은 말한다] 1년 / 오은 file 정야 2020.01.13 1749
203 [시인은 말한다] 밖에 더 많다 / 이문재 file 정야 2020.11.30 1729
202 [리멤버 구사부] 불영과불행不盈科不行 file 정야 2020.07.20 1711
201 [시인은 말한다] 간절 / 이재무 정야 2021.03.08 1707
200 [리멤버 구사부] 나를 혁명하자 file 정야 2021.01.04 1705
199 [시인은 말한다] 겨울 들판을 거닐며 / 허형만 정야 2021.01.25 1695
198 [시인은 말한다] 첫 꿈 / 빌리 콜린스 file 정야 2019.10.21 1688
197 [시인은 말한다]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따라가는 삶의 사소한 선택들 혹은 소금과 별들의 순환 이동 경로 / 박정대 file 정야 2020.07.27 1687
196 [시인은 말한다] 낯선 곳 / 고은 file 정야 2020.06.15 1687
195 [시인은 말한다] 고마웠다, 그 생애의 어떤 시간 / 허수경 file 정야 2019.12.30 1687
194 [리멤버 구사부] 고독의 인연 file 정야 2020.08.18 1680
193 [리멤버 구사부] 관계의 맛 file 정야 2020.10.26 1677
192 [시인은 말한다] 따뜻한 외면 / 복효근 file 정야 2020.08.10 1675
191 [시인은 말한다] 오늘, 쉰이 되었다 / 이면우 정야 2021.04.05 1674
190 [시인은 말한다] 나무들 / 필립 라킨 정야 2021.05.03 1668
189 [시인은 말한다] 난독증 / 여태천 file 정야 2020.07.13 1668
188 [시인은 말한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 / 김종해 정야 2021.03.22 1667
187 [시인은 말한다] 잃는 것과 얻은 것 / 헨리 왜즈워스 롱펠로 file 정야 2019.07.15 1666
186 [리멤버 구사부] 잃어버린 열정을 찾아서 file 정야 2020.12.07 1660
185 [시인은 말한다] 눈풀꽃 / 루이스 글릭 file 정야 2020.10.19 16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