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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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는 잘 쉬고 오셨나요? 사람들과 함께 하면 반갑고 좋은 한편으론, 어서 내 공간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습니다. 오늘은 그런 분들을 위한 이야기를 마련했습니다.
로즈아일랜드 공화국
조르조 로사라는 남자가 있습니다. 이탈리아 엔지니어인 그는 이래라 저래라 참견하는 사람들과 지켜야 할 규칙이 너무 많은 세상에 염증을 느끼죠. (적응도 못합니다) 그래서 친구와 함께 아예 독립국가를 만들 계획을 세웁니다. 조르주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이탈리아 영해 인근에 철골로 인공섬을 하나 만들어버리게 되죠. 그리고 독립국을 선포합니다. 이름하여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
조르조는 스스로 대통령에 오르고 친구들을 장관으로 앉힙니다. 새로운 나라가 선포됐다는 소식이 들리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는데요. 낭만적인 유토피아가 생겼다는 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이 줄지어 찾아갑니다. 법이 저촉되지 않는 이 자유로운 곳에서, 젊은이들은 밤새 춤추고 술 마시며 자유를 만끽합니다. 법도 없고 지켜야 할 규칙도 없는 곳에서 함께 하고자 전 세계에서 수백통의 편지가 쏟아집니다. 제발 국민으로 받아달라고 말입니다. 조르조는 한술 더 떠 자기들만의 화폐를 만들고, 공용어로 에스페란토를 지정합니다.
이 괴짜같은 이야기는 놀랍게도 실화입니다. 로즈아일랜드공화국은 1967년에 만들어져 1969년에 없어졌습니다. 이탈리아 정부가 해군을 동원, 무력으로 로즈 아일랜드를 진압하고 완전히 없애버렸기 때문이죠. 이 내용은 영화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 (2020) 으로도 만들어졌는데,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이야기로 채워져있습니다.
이처럼 국가의 요소를 갖추지 못했지만 독립국임을 주장하는 곳을 마이크로네이션이라 부르는데요, 놀랍게도 시랜드 공국부터 시작해, 휴머니티 왕국, 미네르바 공화국, 러블리 왕국 등 수십개나 존재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곧 사라졌죠.)
특히 ‘러블리 왕국’은 2005년 BBC2의 TV 시리즈인 <나만의 국가를 만드는 법 How to Start Your Own Country>을 통해 만들어진 국가로 유명세를 탔는데요. 영화 <예스맨>의 원작가인 영국 작가 대니 월리스가 출연해 런던의 자기 아파트를 독립국으로 선포, 스스로 ‘대니 1세’라는 칭호를 부여하고 왕위에 오른 바 있습니다.
내 세상을 하나 만들고 싶다면
이쯤되면 나도 한번 국가를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생각보다 국가를 세우는 게 어렵지 않더군요. 일단 국가의 3요소- 영토, 주권, 국민만 갖추면 됩니다.
첫째, 내 방을 공화국으로 선포합니다. 방이 없다면 침대나 이부자리도 괜찮습니다. 영토문제 끝.
둘째, 개인헌법과 개인깃발을 만들어 주권을 주장합니다. 의무를 배제하고 권리만으로 A4용지 한두장 정도로 작성해 SNS에 공유하면 되죠. 관계를 잘 닦아두었다면 누구 하나는 ‘좋아요’를 눌러줄지 모릅니다.
셋째, 국민 모집이 좀 까다로운데요, 우선 가까운 친구나 가족을 섭외해봅니다. 잘 안되면 우리집 냥이나 멍이를 포섭합니다. 이도 실패할 경우엔 인형이라도 포섭해 국민 기념 뱃지를 하나 붙여주면 됩니다.
이렇게 3단계를 거치면 공화국이 탄생합니다. 생각보다 쉽죠잉. 이제와 말이지만, 저도 2019년 자유공화국 Republic of Freedom을 세우고, 글리 1세로 등극한 바 있습니다. :)
이래라 저래라 참견하는 사람들로 귀찮아진다면,
세상의 규칙에 숨 막히거나 짜증날 때가 있다면,
한번은 내 멋대로 살아보고 싶다면,
자기만의 세상을 하나 만들기를 권합니다.
생각보다 쉽고, 무엇보다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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